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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영혼 Mar 26. 2020

팬데믹의 중심에 미국이 있다.

미국, 코로나 19를 잡을 것인가? 잡힐 것인가?

    미국은 매일 거의 만 명씩 확진자가 늘어 오늘은 7만명에 육박했다. 사망자도 1000명을 넘어섰다. 그 중 뉴욕주는 인구밀도가 높기도 하거니와 매우 적극적인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덕에 확진자의 절반을 차지한다. 다른 주의 경우는 그 수가 한참 못 미치지만 그렇다고 그 확진자 수가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검진 키트나 환경이 확진자를 걸러낼 만큼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대한민국은 확진자가 전염시키기 전에 심지어 잠복기에도 찾아내서 전염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대처한다면 미국은 매우 소극적이다. 오늘 받은 우편물의 코로나 19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보고 헛웃음과 함께 뒷골이 싸늘해짐을 느꼈다.






우편물의 앞 면 (트럼프의  미국을 위한 코로나 바이러스 가이드라인)





 

뒷면  (결론은 아파도 집에 있으라는 말)






  어제 날짜로 휴스턴 지역의 카운티들은  STAY-AT-HOME 행정명령이 떨어졌다. 그 기간은 3월 24일부터 4월 3일까지인데 상황에 따라 더 연장될 수도 있다. 장을 보러 갈 수도 있고 의사나 약국에 가는 것도 허용된다. 가족을 만나거나 동네 산책이나 운동, 공원에 가는 것도 허용이 된다. 그러나 특별한 일이 아닌 경우는 집에 최대한 머물라는 거이다. 야외 활동은 사회적 거리(6 피트 = 약 2미터)를 유지해야 한다.  식당은 테이크 아웃이나 배달만 허용된다. 극장이나 헬스장(GYM)과 같은 곳은 문을 닫아야만 한다. 첫째 아이가 다니던 태권도장도 운영을 잠시 중단했다. 문을 닫아야만 하는 자영업자들을 비롯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수입이 줄어들거나 없는 이들은 당장 다가오는 렌트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대응책은 무엇인지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미국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이 늦기도 했지만 미국민들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사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대한민국처럼 충분히 병상이 확보되고 의료진이 배치되어 있을 때 가능한 스토리인데 미국은 팔짱 끼고 먼 산만 바라보다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사회적 거리는 무시된 채 젊음을 만끽하는 젊은이들. 마스크는 아픈 사람이 쓰는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으로 마스크 쓴 사람을 찾아보는 게 어렵다. 그나마 장보기를 전담하게 된 남편이 지난 주말, 마트에 다녀오더니 점점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많아진다고 하지만 그래 봤자 10-20% 수준이고 정작 계산원들도 마스크를 거의 쓰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병원에서 마스크를 썼다는 이유로 간호사가 해고된 경우가 오클라호마시에서 벌어졌다. 그 병원에서 5년간 일했던 간호사는 간호사 자신과 가족 그리고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썼던 마스크로 일자리를 잃었다.  


  미국 내 한국 커뮤니티에는 미국 내 의료인들의 생생한 후기가 종종 올라오는데 읽는 것만으로 눈물이 날 때가 있다. 뉴욕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료진도 물량 부족으로 수술용 마스크와 N95 마스크를 5일간 써야 한다는 후기, 다른 지역에서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코로나 확진받은 환자 때문에 갑자기 일하는 도중 집에 가서 자가격리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후기가 올라온다. 코로나 바이러스 의심환자의 경우는 검사를 해도 3-4일 후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마스크를 쓰지 못하게 한단다. 미국 내 가장 큰 암 센터에서 일하는 남편도 역시 마스크 물량 부족으로 하나를 며칠 동안 써야 한다며 꼭 눌러쓴 마스크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얼굴을 보여준다. 미국 내 가장 큰 암센터라는 곳에서 물량 부족이라니.


  3월 24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뉴욕의 엘머스트(ELMHURST) 병원, 응급실에서의 3일간의 기록을 보면 필요한 장비가 부족한 상황인데 교통사고로 사망한 환자도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로 나타나고 호흡기가 아닌 복통으로 온 환자도 확진자로 진단되는 등 예상외의 곳에서 확진자들이 늘어나면서 의료진들도 무방비로 노출되는 상황이 그대로 드러난다. 심지어 사망자는 늘어나고 시신을 둘 곳이 없어 병원 밖에는 대형 냉동 컨테이너를 가져다 놓은 상황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상황이 뉴욕만의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매일 만 명씩 늘어나는 확진자가 이상할 게 없다.


  엘에이의 경우는 꼭 필요한 상점, 예를 들면 약국이나 병원, 마트, 주유소 등이 아니면 문을 닫으라고 명령이 내려졌고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행동으로 어길 시엔 전기와 수도를 모두 끊을 것이는 강경한 발표를 했다. 그리고 어제 날짜로 엘에이의 경우는 한국의 '씨젠'이라는 기업으로부터 2만 개의 코로나 19 진단키트를 구매했고 매주 10만 개씩 추가로 구매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각 주와 도시별로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본격적인 해법을 늦게나마 시작하고 있다. 그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STAY-AT-HOME. 지금 분위기로는 학교를 여는 시기도 더욱 늦춰질 것 같고 자영업 하는 이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질 것 같다.


  다행히 조금 전, 미국 시간으로 3월 25일 저녁 7시 코로나 구제법안이 통과되었다. 지난해 세금 보고를 한 자에 한해서 싱글은 연봉이 75,000불 (한화 9천만 원) 미만일 때, 결혼한 사람의 경우는 150,000불 (1억 8천4백만 원) 미만의 경우 성인은 1인당 1200불, 아이는 1인당 500불의 현금이 지급된다. 4인 가족의 경우 3,400불 (417만 원 정도) 지원을 받게 된다. 연봉이 198,000불 이상이면 받지 못하고 그 이하의 경우는 조금 깎인 금액으로 받는다고 한다. 집 대출이나 자영업자들의 대출의 경우도 전자는 6개월까지 후자 역시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이러한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얼마나 갈지 모르겠으나 그만큼 미국의 상황이 급박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구제법안 통과와 함께 미국 내 의료진의 환경도 하루 속히 정상화되길 바란다. 기본적인 그리고 필수적인 장비가 부족해서 의료진이 제대로 환자를 볼 수 없다면 그 위험을 의료진 다음 바로 미국 내 거주자들이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와 같은 비참한 상황이 미국에서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장담을 할 수 없다.


  지금 전 세계의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내 나라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고맙고 대단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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