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world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홀리윤 Jun 19. 2024

유화워크샵

창피하더라도, 끊임없이 그리겠다는 어떤 다짐

 작년부터 끊임없이, 고통 속에 몸부림쳤다. 블루도어북스 유화워크샵을 다녀와서 비로소 내가 왜 예술을 사랑했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이 답이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무척 좋아했다. 내면에서 출발하는 이야기, 어떤 한 사람의 세계, 인생에 대한 태도. 거기엔 어떤 의무도, 도덕도, 정해진 규율도 없었다.



인상적이었던 말들

1. 여러분 돈은 많이 벌어야 합니다.

 나는 내가 사랑하기 위한 것들을 위해 돈이 필요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고, 벌려고 노력해요. 돈을 안 벌겠다는 마인드는, 인생을 열심히 살지 않겠다는 것과 같아요. 저는, 돈을 모아서 입장료를 받지 않는 미술관, 천문대, 서점을 만들 겁니다. 지금 괜찮게 벌고 있지만, 여전히 작은 집에 살아요. 돈을 쓴다면, 책을 사는 데 씁니다. 돈을 많이 벌더라도, 나의 삶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어요. 내가 버는 돈은, 세상이 나를 얼마나 인정하는지에 대한 수치예요. 세상에 인정받는 것, 공감받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내가 너무 나에게 빠져있으면 안 돼요. 내 세계에 갇히면 안 돼요. 자폐적인 것은 좋지 않아요.



2. 결핍과 사랑

“고흐는 고갱에게 결핍이 있었어요. 그 결핍을 해결하려고 고흐는 고갱과 항상 함께하고 싶어 했죠. 그렇지만, 고갱의 결핍은 고흐가 아니었어요. 고갱은 고흐를 떠났죠. 고흐는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어요. 고흐의 동생 테오는 고흐에게 결핍이 있었어요. 테오도 고흐가 죽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어요.”

 나는 궁금했다. “왜 진우 님은 사랑을 결핍이라는 단어로 말하세요?”

“사랑을 시작하면 동시에 무엇이 진행되는지 알아요? 이별이에요. 우리는 길가에 지나다니는 사람과 이별하지 않아요. 사랑하지 않으니까. 이별 후엔 상실, 슬픔이 동반되죠. 결국 필연적으로 사랑엔 이별이 따라다니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 때 있는 힘껏 사랑해야 해요. “


우리 지금, 열심히 사랑해야 하는 이유

1) 모든 것은 유한해서

세상의 모든 것들은 유한하다. 사실 사랑과 동시에 우리는 이별을 시작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이별하게 될 나의 집과 우리의 생활들이 떠올랐다. — 2년 계약이니까, 당장 1년 반이 남았다. 그리고 나의 고양이. 고양이는 나보다 수명이 적으니까. 우리는 하루하루 이별하고 있다. 우리는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사실 지금 숨을 쉬고 있는 것을 비롯해서 세상에 당연한 일이란 없다. 나는 결심했다. 어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모든 대상과 일들에 솔직하게 표현하고 ,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제대로 마주하겠다고.


2) 미련이 적기 위해서

죽음과 소멸이 아니라 사랑이 끝나는 이유는, 내가 사랑하고 싶은 대로 사랑하지 못해서? 완벽히 사랑하고, 떠나세요.   



3. 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세요. 가게 때문에 대금을 지급해야 했는데 수중에 돈이 없었어요. 대금 날짜 전날, 기적같이 그림이 팔렸어요. 그렇게 그림을 팔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그전에 그 그림을 그려놨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루하루 꾸준히 해내가는 거예요. —히,,, 나는 요즘 하루하루 운동을 하고, 일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들에 재미를 붙였다.



4. 너무 사랑하는 대상과는 거리를 두어야 해요.

 거리를 둘 때는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해요. 대상과 얼마나 거리를 두어야 할지 잘 알려면, 본인을 잘 알아야 해요. 상대방과 어느 정도의 거리감이 있을 때, 함께 잘 지낼 수 있는지. 나를 가장 잘 알려면 “나는 뭘까가 아니라 얘는 뭘까?”의 관점으로 스스로를 관찰해 보세요. 제 3자의 시각으로.



5. 사람은 하나로 정의할 수 없다.

한 사람의 화풍은 영원하지 않아요. 김환기 작가의 작품의 초기작부터 말년까지를 시계열로 보니 정말 다르다. 한 사람의 정체성을 하나로 정의하지 말고, 변화와 혼란을 기쁘게 맞이하기.  10년 주기로 그림을 남기라고 하셨는데, 정말 멋진 기록법이라고 생각했다.


귀찮더라도 어렵게 가세요. 한 순간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됩니다. 바스키아는 엔디워홀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죽지 않았겠죠. 그렇지만, 그의 인생이 불행했을까요? 말년의 모습으로 그 사람의 인생을 평가할 수 없어요. — 나는 요즘 바스키아, 전혜린, 프랑수아즈 사강 같은 삶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살아보고도 싶다. “나 서른두 살에 죽을래!”라고 말을 하면, 주변인들은 비웃는다.


 워크샵에서 관통한 하나의 메시지는 ‘내가 사랑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랑하고, 그 사랑을 그림이든 음악이든 글이든 무언가로 표현하세요’

*추천받은 영화와 드라마 <세라핀> <코코> <내 사랑> <베어>


추상화를 그리는 것이 아직은 내게 낯설다. 큰 캔버스도. 노을이를 그렸다. 노을이를 생각하는 나의 마음에는 반짝임, 어떤 애틋함, 묽은 미안함과 단단한 책임감이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