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랑 2

여행의 이유

by 앤드장

"이거 봐봐!" 몸에 새긴 일회용 타투를 자랑하듯 보여주는 형. 여행기분을 내기 위해 숙소에서 붙인 모양이다. —집합 때 제일 늦게 나온 이유가 있었다.—

이런 때나 해봐야지 언제 해볼까 싶어 한참을 심사숙고해서 고른 타투를 팔뚝과 손목에 새겨 넣는다.

'그럴싸한데! 기분 나네'

한참을 해변도로를 따라 여러 시내를 통과해 도착한 양떼목장에 붕어먹이와 양에게 먹일 풀을 사들고 입장했다. 물론 한 손엔 망고음료를 손에 쥐고서….

좁은 공간에 아기자기하게 물고기들과 양 떼들이 한적하고 평화롭게 노닐고 있는 그림 같은 모습이 연출된다.

웅덩이와 울타리에 갇힌 저것들은 갇힌 줄도 모르고 참 평화롭다. 우물 안에 있어도 안분지족(安分知足)하면 평안한 법인데…, 우물 안이라고 인식하는 게 문제다. 병에 걸렸다 생각하니 불만이 쌓이는 것인가? 불만은 나쁜 것만은 아닌 게, 나아지기 위한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노력이 없다면 불만으로 끝날 것이고 나아질 수 없는 불만은 불필요한 불만이다.

여행지에서의 근사한 첫 식사를 위해 해변가의 야외 식당으로 이동 중에 빼곡하게 박혀있는 거대한 풍력바람개비가 눈에 띈다.

야자수가 보이는 바다 앞 야외 테라스의 테이블에 한상 가득한 베트남 음식들이 놓여진다.

모닝글로리, 파인애플볶음밥, 오징어튀김 등등…. 그리고 시원하지 않은 맥주가 나오고 컵에 얼음을 넣어준다. 차갑게 보관된 맥주를 마시는 우리로서는 좀 의아한 부분이었다. 문화가 그렇다 하니….

다음은 오늘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야심차게 준비한 선셋사막투어.

차로 이동 중에 곳곳에 보이는 풍력바람개비를 보고 예감했어야 했다. 바람으로 에너지를 모을 만큼 강력한 바람이 흔하다는 것을, 선셋사막투어에서 벌어질 모래바람을….

차에서 내리자 바람에 날려갈 것 같다. 지프운전사는 눈을 뺀 나머지를 모두 가리고 있다. 사막지대 사람들처럼…. 모래먼지 때문이다. 과거 모래채취하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래를 먹고 가래가 생긴 경험의 기억으로 나의 손은 자동으로 주머니의 손수건을 찾아 두건을 바로 만들어 씌웠다. 그리고 가족을 바라보니 다들 당황하여 바람에 날아갈까 모자만 부여잡고 있다.

그래도 예약한 지프를 타고 모래언덕을 먼지를 내며 힘차게 달린다.

'바람이 엄청난데, 눈을 뜰 수가 없군….' 그런 생각 중인데, 아들이 "죽을 거 같아. 최악이야"라고 떠든다. 모래미끄럼체험도 하지 않고 차에서 내리질 않는다. 게다가 기대마지 않는 선셋장면을 볼 계획이었으나 날씨까지 흐리고 엄두가 않났기에 모두 그럴 거라 생각하고 아우네는 고민 없이 포기했다.

그러나, 노을을 무척 좋아하는 나를 위한 선택지이기도 했으련만, 야심 차게 계획한 이벤트가 유야무야 물거품이 돼버리고 되려 더 안 좋아진 상황이 됐다.

생각해 보니 아우네가 이곳에 왜 왔냐며 투덜 데니 형네는 미안하기도 하고 애써 준비한 코스를 몰라주니 서운하기도 했을 것이다. 아마도 형네만 투어를 했다면 해 질 녘까지 기다리며 모래바람을 이겨냈을 것이다.

이때부터 서로 다른 취향차이로 말하지 못하는 불만들이 쌓이고 서로 눈치를 보게 되는 계기가 된 게 아닐까 싶다. '이건 좋아해야 할 텐데...' 이런 마음이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계속 신경을 쓰게 된 듯하다.


오로지 아우네를 배려한 여행이었거늘, 그 아우네가 즐거워 보이지가 않는다.

'속상하다….'

그 마음이 느껴져 억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어색하다 테가 난다. '어쩌지….'

그러지 말고 형네가 즐겼으면 좋겠다. "원래 무표정한 병이야. 즐거움을 잘 못 느껴"라고 병에 대해 설명하면 좀 나을까? 사실이긴 하나 괜스레 핑계 같다.

그런 말로 안도감을 줘야 된다고 생각하는 상황이, 여행이 맘에 들지 않는다.

노을보기를 포기하고 식사하기 위해 탑승해 달리는 차의 뒷창문으로 꿩대신 닭인양, 이거라도 보라는 듯 노을빛이 차 안으로 비쳐 들어온다.

그러나, 아무도 애써 뒤를 쳐다보지 않고 앞만 주시하며 조용한 차 안의 분위기는 축 가라앉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기억에 남은 가장 강열한 코스 중 하나다.




3일차.


습관 때문인지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야자수가 보이는 해변가를 걸어보고자 잠자는 아들을 남겨두고 와이프와 슬며시 밖으로 나왔다.

이른 아침이지만, 해변가에는 운동하는 현지인들이 많았다. 심지어 바다수영까지 하고 있었다.

'날씨가 따듯하긴 하구나!' 우리도 신발을 두 손에 들고 모래사장 맨발 걷기를 했다. 관광지지만,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며 둘만의 여유를 즐겨본다.

조식 후 포나가르사원을 가기 위해 한국에서 미리 깔아 둔 택시호출앱을 열어 택시를 부른다. 몇 분 만에 도착하는 택시.

'말도 안 통하는 외국에서 이렇게 편리하게 이동수단을 부르고 갈 수 있다니!'

신세계처럼 여행의 눈을 뜨게 해 준다. 자유여행을 가면 항상 고민될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이다.

'세상 좋다.'

포나가르사원은 붉은 벽돌을 접착제 없이 쌓아 올린 힌두교 사원유적지이다.

사원이란 말에 운동화에 긴바지를 입고 왔는데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에 꾸며진 사진스팟이 많은 곳이었다.

안 그래도 굼뜬 아우네인데, 아들이 늦잠을 자며 아침을 거르는 통에 피자조각을 먹느라 늦어져 다음 일정에 쫓기게 돼버렸다. 화장실도 참으며 급하게 사진을 찍고 이번에도 어렵지 않게 택시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담시장을 향했다. 급하게 이동한탓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을 급하게 찾았다. 그런데 돈을 내고 이용해야 하는 게 아닌가? 말도 안 된다는 듯 아들이 깜짝 놀란다. "아들아, 우리나라도 못살던 시절 지하상가에서 돈을 받았단다."

담시장에서는 신발과 가방을 득템하고 다음 목적지인 현지의 유명한 베트남 쌀국수집으로 향한다. 대기하는 사람이 넘쳐났지만, 운 좋게 2호점으로 이동해 바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역시 현지에 와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먹어본 베트남음식 중 최고였다. 자유여행이라 가능했던 맛집투어였다.

피로를 풀어주는 마사지를 받고 다음 숙소인 아미아나리조트로 향했다.


to be continued...



※ 여행이야기지만, 나의 상황(파킨슨환자)에 느끼는 일반적이지 않은 개인적인 글임을 고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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