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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HR Apr 09. 2021

쩐의 전쟁

보상: 행위를 촉진하기 위하여 사람에게 주는 물질이나 칭찬

 최근 넥슨을 기점으로 게임업계를 위시하여 IT업계, 더 나아가 산업 전반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일괄 '000만원' 연봉 인상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심지어 LG전자, SKT 등과 같은 대기업도 연봉 인상 랠리에 참여하였다는 소식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 성과급 지급을 앞두고 발생한 내홍과 더불어 기업 내 보상 이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지대하다. 유능한 개발자 확보를 위해 내린 용단이 보상 공정성 차원에서 전 직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면서, 그야말로 '쩐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1/03/265844/


 '게임업계 일괄 000만원 인상' 발표는 그간 IT업계 종사자들의 근로 실태에 비해 다소 열악했던 처우를 현실화하는 초석이라 반갑기 그지없다(참고로 필자는 과거 약 4년간 IT업계 HR 담당자로 종사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너도나도 사회적 조류에 편승한 임금정책을 남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근로자 개인으로서도 올해 내 몸값이 수직으로 상승하는 절호의 기회임이 틀림없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혹은 향후 예상되는) 역효과(side-effect)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개인적으로 마냥 반길만한 사안은 아니다). 또한, 외재적 동기 요인인 '돈'이 기업의 채용 브랜딩으로 굳어지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출처=픽사베이)

 

 연봉 인상 랠리에 동참한 기업들이 인재 확보 및 유지(acquisition&retention) 전쟁에서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은 이해가 된다. 다만, 회사 고유의 보상 철학과 기조를 무시하고 보상 지급 여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 사회적 흐름에 편승한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 특히, 기본급은 고정 급여 항목(fixed pay)으로 하방 경직성이 강하며(물론 노사가 단체협약 혹은 취업규칙 상 상호 합의한다면 삭감 방식도 가능하다), 개인/집단 인센티브, 법정/비법정 수당 및 퇴직금 등 대부분의 보상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기틀이다. 즉, 기본급을 인상한다는 것은 기타 보상 항목들에 대한 지출이 증가함을 의미한다. 이는 곧 회사 전체 인건비 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인건비 운영 부담은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차후 연도의 연봉 인상률이 동결되거나 매우 소폭 상승할 수 있고,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면 인력 감축에 나설 수밖에 없다.


 더불어 일괄 연봉 인상 결정으로 작년 개별 성과 기여도나 역량 성장 등을 온전하게 인정(recognition)해주지 못하는 불상사를 초래할 수 있다. 열심히 일하고 목표 그 이상의 성과를 달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똑같은 금액의 연봉이 인상된다면 고성과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특히, 평가 인상(merit increase)을 통해 매해 연봉 인상률을 결정하는 일부 회사가 해당 기조를 취하지 않고 '전 직원 000만원 인상'을 단행했다는 사실에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보상 철학과 전략을 수립하고 실제 운영을 관장하고 있는 인사팀에서 보상 전략의 기본을 충분히 생각하고 선택한 처사인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든다.


 언젠가는 '돈' 때문에 유능한 인재들을 확보 및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지점에 봉착할 것이다. 따라서 채용 브랜딩을 함에 있어 외재적 동기 요인이 우선시되기보다는 요즘 세대에 소구 할 수 있는 채용 채널을 다양화하고, 내재적 동기 요인을 혼용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 대목에서 사회적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큰 결단력을 보여준 카카오게임즈의 사례는 매우 인상적이다.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10317/105918095/1


 지금부터라도 기업들이 고유의 보상 철학과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주지시키고, 수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내재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회사 내 성과를 규명하고 성과 배분을 '핵심 인력', '전 직원 공유' 중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노선을 결정할 시점이다. 유능한 인재를 잡기 위함이라면 비누적(noncumulative) 방식의 사이닝 보너스, STI(short-term incentive) 혹은 LTI(long-term incentive)와 같은 일시적 보상 지급을 고려할 수 있다. 더불어 불공정 이슈에 당당히 목소리를 내고 점차 조직 내 주류가 될 MZ 세대를 위해 내재적 동기 요인(예: 좋은 동료, 건강한 조직 문화, 역량 성장 등)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픽사베이)

 

 작금의 상황에서 "직원들이 너무 외재적 동기 요인과 보상에 매몰된 것은 아닌지? '돈'에 의한 거래적 관계나 몰입을 회사 차원에서 조장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돈을 보고 온 사람들은 결국 돈 때문에 떠날 수밖에 없다."는 말도 있듯이 단순 금전적 보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보다는 일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일종의 job crafting과 같은 것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직원과 회사가 진정으로 신뢰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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