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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D 문화 브로셔 Sep 21. 2022

애비규환 리뷰

이성보다 앞서는 의지

보여주고 싶은 건 가족 이야기였는데 역시 자기 눈에는 보고 싶은 것만 보이나보다     

영화는 그야말로 가족 이야기다. 나오는 것도 가족 뿐이고, 이야기 주제도 가족인 것이 너무나도 명백하게 드러난다. 주인공은 여자이고. 주인공이 여자이니 여성의 시선으로 그린 영화로 만들고 싶었던 것도 뻔하게 드러나는 영화다.     

하지만 그딴 것들 다 집어치우고, 내 눈에 띈 것은 사실 여주인공인 토일과 전아빠와의 닮은 점이었다. 생각하기 전에 행동부터 하는 그 성격.

그것을 성격이라고 이야기하기보다 이성에 대립하는 의지로 해석하고 싶었다.

영화를 볼 때 쇼펜하우어 책을 읽고 있어서 그랬나보다.

그것이 가장 대표적으로 나타난 장면은 사실 남친인 호훈을 찾는 장면이었다. 무작정 전단지 만들고 붙이고 하면서 그럼으로 결국 찾아내는 모습. 그리고 음악이 너무 좋아서 전축 샀다고 하는 모습.

쇼펜하우어라면 이성과 의지의 대립에서 의지가 이기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을거다.

호훈이를 찾는 경기에서 의지의 대변자인 전아빠가 승리하고 찾아내는 모습이 쇼펜하우어의 손을 들어주는 느낌이었다.     

현실에는 없을 것 같던 시부모집 부부는 결국 사자성어 하나 때문에 싸우게 된다.

후아빠는 너무나도 가정적인 아빠다. 전아빠의 대립점으로 구성되느라 그 또한 너무나도 페르소나만 있어서 사람이 없다.

여러군상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페르소나를 가지고 동일한 현상에 다양한 반응으로 보여주는 것은 나름 재미가 있었다.

인간의 형상을 한 정해진 성격들이 주어진 소스에 반응하여 결과물을 산출하는 함수 작용 같은 모습이다.     

공감해주고, 위해주고 그러는 시부모의 모습 만으로도 이 영화는 판타지 영화라고 부를 만하다.     

이러한 영화에 시덥잖게 가족 이야기를 나불대는 평론가들의 글은 토사물과 같은 것이니 제발들 읽지 말기 바란다. 그런 글을 읽는 것은 뱉어낸 토사물을 다시 핥아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 시덥잖은 가족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고 젊은 감각이라느니 여성주의적이니 어쩌니 하는 것으로 포장하려 한다면 토해 놓은 토사물을 정성껏 선물포장지로 포장하는 것에 불과하니 입과 귀를 닫을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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