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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golife Mar 27. 2020

이 시국에 미국에 집을 지었습니다.

천만 다행입니다. 

집을 짓는 일은 장난이 아니다...


평수와 방 수를 고르면 집 외관도 3가지 중에 골라야 한다. 벽돌 색깔이 조금 다르고, 벽돌이 더 많은 집이 있고, 또 문 모양이 조금 다른 옵션. 그러고 나면 바닥을 뭘로 깔 건지, 벽은 무슨 색으로 칠할지, 부엌 케비냇은 뭘로 고를지 등등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무한대로 늘어남과 동시에 선택해야만 하는 숙제들도 늘어난다. 집 가격에서 옵션들로 업그레이드를 하다보면 몇천만원은 쉽게 깨진다. 내 구미에 맞게끔 집을 짓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아무리 소재 하나 하나를 만져보고 직접 눈으로 본다고 해도 모두 다 합쳐졌을 때의 모습은 내 머릿 속 상상이다. 집을 알아보러다니면서 새집을 사기로 마음 먹고, 내가 다 선택해서 집을 지을 것인가 아니면 빌더가 고른 옵션으로 이미 짓고 있는 집을 살 것인가를 선택해야 했다. 보통 이 곳 빌더들은 손님이 와서 땅 위치를 고르고 모든 옵션을 손님이 골라서 짓는 집을 짓지만, 일부는 빌더가 모든 옵션을 정해 집을 짓는다. 그리고 이 집을 모델하우스처럼 사용하거나 급하게 집을 사야 하는 사람들에게 판매한다. 집을 지으면 6-9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나는 집을 짓게 되면 6-9개월이라는 기간 내내 집을 짓는 데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쓸 것 같아 짓는 중인 집을 구하기로 마음 먹었다. 사실 이런 집은 가격을 네고하기에도 좋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가장 마음에 드는 지역 1군데와 그 외에 마음에 드는 지역 2군데를 추가하여 그 3 지역의 빌더를 찾아갔다. 텍사스는 지금 집을 엄청나게 많이 짓고 있기 때문에 그 빌더를 모두 찾아가는 데만 몇달간의 주말을 다 소비했다. 현재 살고 있던 집의 렌트가 3달 정도 남았을 무렵부터는 더욱 더 적극적으로 집을 알아봤다. 3개월 렌트비는 추가로 나가더라도 감당할 수 있었기에 마음에 드는 집이 있으면 당장 사야겠다 생각했다. 계약서를 오늘 당장 쓰더라도 모기지를 구하고 클로징하기 까지 1달이 걸리니까 어찌보면 2달의 렌트비만 감당하면 되는 거였다. 


인터넷으로 매일 집을 알아보던 중에 다른 지역에서 봤던 빌더가 가장 마음에 드는 지역에 집을 짓고 있는 걸 발견 했다. 알고보니 그 빌더는 미국 전지역에서 큰 건축회사였다. 나는 이미 다른 지역에서 그 빌더의 집을 봤기에 집 형태는 대강 어떤지 알고 있었다. 게다가 마음에 드는 지역에 학군도 괜찮았고 예산도 우리가 세운 범위 내에서 가능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어느 정도 지어진 집이 그 타운 안에 몇개 있었다. 원래는 지어진 집은 대부분 금방 나가지만 내가 집을 보던 12월, 1월은 미국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슬로우한 시즌이라 그나마 몇개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있었다. 그 중에 내가 생각한 예산에 딱 맞는 집도 있어, 당장 연락해서 주말에 갈 수 있는지 물어보고 혹시 실 사진을 찍어서 보내줄 수 있는지 물어보니 보내줄 수 있다고 해서 미리 집을 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부엌 케비넷부터 바닥 색깔, 부엌 케비냇 아래 타일, 화장실 타일 색, 케비넷 색 너무 마음에 들었다. 원래는 1층짜리 집을 사고 싶었지만 1층에 거실과 부엌만 있고, 2층에 방이 있는 것도, 그리고 거실쪽은 위가 뻥 뚫린 오픈 플로어인 것도 마음에 들어 빨리 주말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이렇게 내가 원하던 옵션들 다 넣은 집이라면 아마 업그레이드하는 데만 몇 만불 썼을 텐데...막상 갔는데 내가 본 가격은 그냥 기본 집값이고 업그레이드 추가가 몇 만불이다. 라고 하면 어쩌지..? 


결국 난 그 주말에 그 지역의 집을 한 군데 더보고 그 날 바로 내가 생각한 그 집을 계약했다. 우선 3천불을 걸어 이니셜 계약서를 작성하고, 약 2주 동안은 계약을 파기 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2주 내로 취소하면 3천불은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 그 2주동안 인스펙터를 고용해서 집이 잘 지어졌는지 수리해야할 것은 없는지 알아보는데 대부분 새집은 인스펙션을 안한다고는 하지만 구지 억단위의 집을 사면서 몇십만원을 아껴 리스크를 안고가는 것은 아니라 생각해서 인스펙터를 고용했다. 큰 문제는 없었기에 안심할 수도 있었다. 전등 등 몇가지 옵션을 추가할까 하다가 전등 업체와 인테리어 업체를 방문해보니 따로 하는 게 비용을 아낄 수 있어서 이사를 들어가서 하나씩 업데이트 하기로 마음 먹고 이사를 강행했다. 한달은 정말 빠르게 흘러갔다. 모기지를 알아보고, 집 보험, 타이틀 컴퍼니. 그리고 그 회사들과 모두 협상을 제안하고...나쁘지 않게, 그리고 무사히 그 집은 남편과 나의 첫 집이 되었다. 


오늘은 새집으로 이사오고나서 8주차다. 이사오고나서는 가구를 사서 아무리 채워도 집이 텅 빈 느낌이 낫지만 지금은 집이 많이 채워졌다. 누구에게 보여줘도 이제 막 이사온 새집이라는 느낌은 안 드는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마지막으로 그림을 그려서 벽에 걸어놓고나니 더 내 집 같이 느껴진다. 


솔직히 집을 사고나서도 한동안은 좀 불안했다. 경기는 안 좋아지니 집값은 내려갈 것 같고, 우리 커뮤니티 안에는 계속 새집을 짓고 있는데 저 집이 언제 팔릴지도 계속 지켜봤다. 코로나가 터지고나서는 좀 더 조급했다. 커뮤니티 안에 있는 세일즈 오피스는 상시 오픈이었다가 이제는 예약제로 바뀌었다. 하지만 점차 집들이 Sold되는 걸 보고, 그리고 끊임없이 공사를 하는 걸보니 다행이나 싶다. 


집값은 조금 내려갈 수 있지만, 무엇보다 이 집에서 나와 남편이 건강하게 있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아파트가 아닌 개인 주택형태이다보니 집 밖을 나가자마자 누굴 만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고, 옆집과 떨어져 있으니 집 앞 산책 정도는 문제가 없다. 동네를 한바퀴 산책할 때에도 여유로운 거리를 두고 산책을 할 수 있는 정도이다보니 더욱 더 이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전에는 아파트 형태의 콘도에 살다보니 현관문을 여는 동시에 사람을 마주칠 수 있는 환경이었고, 엘레베이터를 이용해야만했다. 집 앞에 카페, 식당 등이 있는 건 편했지만 이런 시국에는 집 앞에 나갈 수 조차 없는 요건이 된다. 전에 살던 집보다 큰 집이다보니 집 안에서 활동하는 범위가 넓어지는 것도 좋다. 


집값이 내려가면 어쩔 수 없지. (좀 더 살다가 팔면 되지) 

지금같은 때에는 '집이 편해야 한다'는 말이 진심으로 와 닿는다. 

그리고 이제...정말 미국에서 집도 사보는 구나? 다음은 뭘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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