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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golife Jun 24. 2020

딩크, 후회하지 않겠어?

가장 친한 친구의 조언 아닌 조언

아기를 가질지 말지를 고민하면서, 나는 한국에 있는 나의 친한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아이가 있는 친구도 있고, 미혼인 친구도 있다. 그 조언을 다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 생각을 듣고 싶어서 조언을 구하게 되었다. 사실 본인의 상황 위주로 이야기하는 친구들의 말은 어느 정도 거르게 된다. 자기 합리화라고 해야 할까. 그런 친구들의 말에는 내가 납득할 만한 이야기가 없었다. 


아이가 있어야 나중에 외롭지 않아. 
애들 다 키워놓고 나중에 부부끼리 놀면 되지. 


젊을 때, 신혼일 때 남편과 여행을 다니고 데이트를 즐기는 것은 나이 들어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즐거움이다. 그리고 애가 없어도 은퇴를 빨리하고 같이 여행을 다니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저런 말들은 너무 와 닿지 않았다. 게다가 아이가 있어야 나중에 외롭지 않다니... 그 말인즉슨 아이가 멀리 떠나가면 더 외로울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나와 남편은 부모님이 계신 한국을 떠나와서 살기 때문에, 자식을 멀리 보낸 부모님의 외로움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안다. 물론 그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식을 통해 내 외로움을 채우고 싶지는 않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계속 듣는 게 어찌 보면 피곤하기도 하고, 어찌 보면 미안하기도 했다. 아기 낳고 주부로 살고 있는 친구에게 딩크로 살지, 아기를 가질지 고민된다고 이야기하는 게 그들의 마음 한 구석 아픔을 끄집어내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리는 모두 현재에 적응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자기 합리화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불합리하지는 않아?라는 이야기를 던질 때... 그들의 현재의 삶에 어느 정도 요동을 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서는.. 조언을 전혀 해줄 수가 없어.. 하지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가장 친한 친구의 입에서 이 말이 나왔을 때, 나의 마음이 조금은 움직여졌다. 사실 이 친구는 아기를 낳으면서 산후우울증을 심하게 겪었다. 지금은 부모님들이 육아를 도와주고 계시고, 우울증을 극복하면서 다시 직장에 나가고 있는 친구다. 아기 낳은 지 3년이 더 지났나?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울증에서 해방된 것은 아니다. 이 친구는 아기를 갖는 것이 개개인의 가치관과 생활에 너무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이야기를 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던 와중에 혹시 아기를 갖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라는 말을 해주었는데, 이 말이 나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기를 갖고 그렇게 힘들었던 친구인데, 아기를 갖지 않으면 후회했을 거라는 말로 들렸다. 


아기가 없어서 과연 나는 후회할까?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친구가 이 말을 하니, 왠지 아기를 갖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이를 가질지 말지를 고민했던 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서부터 시작됐다. 사랑을 듬뿍 주고, 아이의 심리에 안정감을 주는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우리 세대에는 어쩔 수 없이 은근히 받아왔던 아들, 딸 차별. 그런 걸 하지 않는 엄마. 그런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임신부터 아이가 세 살이 되기까지 나의 4년을 포기하고 우울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 우울해하지 않을 자신은 없다. 아이를 데리고 비행기를 탈 때, 엄청난 걱정을 하지 않을 자신도 없다. (비행기에서 14시간 내내 우는 아이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아이가 있으면 우리 부부의 꿈을 포기할 것인가? 이건 "아니요."

아이가 있으면 여행을 좀 덜 가게 될까? 아니, 사실 더 많이 가게 되지 않을까.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으니까... 

참 이상하게도 아이가 있기 때문에 우리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것 같진 않다. 오히려 아이를 위해 서로 희생하고 서로 더 열심히 살려고 하지 않을까? 더 잘 살고 싶어지지 않을까? 


우리가 갖고 싶다고 바로 생기는 건 절대 아니라는 걸 (듣고, 봐서) 안다. 

우리 아이 갖을까? 너무 힘들지 않게... 6개월 동안 노력해보고 안되면 바로 병원에 도움을 구할까? 

한번 해볼까? 남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리고 남편의 고민한 흔적이 담긴 편지를 받았다. 


아빠는 저절로 되는 게 아니래. 아빠가 되려면 마음의 결심이 필요하대. 내가 그거 해볼게.


아이가 없이 둘이 살자던 남편도 큰 결심을 하기까지 고민도 많이 하고, 공부도 많이 했나 보다. 

그래, 같이 공부해보자.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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