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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현 Oct 21. 2022

사막의 색깔을 바꾸는 마법

영화 바그다드 카페 리뷰


[영화 바그다드 카페 리뷰] 사막의 색깔을 바꾸는 마법





1. Information

바그다드 카페(독일/미국, 108분, 퍼시 애들론)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초라한 ‘바그다드 카페’에 남편에게 버림받은 육중한 몸매의 ‘야스민’이 찾아오고, 그녀의 작은 마법으로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던 '바그다드 카페'에 따스하고 행복한 시간이 깃들게 되는 이야기 <네이버 영화>



2. Recommendation

나를 변화시킨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싶을 때



3. Appreciation review

어쨌든 삶은 계속될텐데, 그런 삶 가운데 선한 영향력이 한 방울 떨어졌을 때 발생되는 효과에 대해 생각해본다.

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어디든,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을 흐린다는 것 때문에 미꾸라지를 색출하는 것에는 다들 흥미가 있고 그것은 쉽지만, 왜인지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에게는 미처 관심을 못주는 경우가 있다. 분명 그는 파동을 일으키고 있지만 더러는 그것을 경계하기도 한다.


신혼여행 중 부부싸움을 하고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 내려버린 야스민(마리안느 세이지 브레트)은 기울어진 화면만큼 비틀어진 기분으로 카페이자 모텔이자 주유소인 바그다드 카페에 들르게 된다.


그곳에는 역시 남편과 싸우고 혼자 눈물 흘리고 있는 사장님 브렌다(CCH 파운더)가 있다. 그리고 그 카페에는 피아노만 치는 브렌다의 아들과 그 아들이 낳은 아기, 놀기만 좋아하는 딸이 있고, 조화로움을 싫어하는 타투이스트,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리는 자칭 예술가, 묵묵히 커피 비슷한 갈색 물을 만드는 점원과 지나가는 트럭 운전사 등등이 있다.

손님보다 못한 가족과, 가족은 아니지만 징글징글하게 마주치는 이웃과 손님들을 응대하는 브렌다는 이곳이 24시간 못마땅하다.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고 심지어 노고를 알아주지도 않는 버거움 속에 성질만 고약해져 버렸다.


가뜩이나 신경 쓸 게 많아서인지 이해 안 가는 것들은 딱 질색인 브렌다에게 독일 여성 야스민은 정말 이상한 사람이다. 숙박을 하겠다고 해서 억지로 모텔방을 내주었지만 방청소를 하는 척 면밀히 관찰한 결과 아무래도 등장도, 행색도, 표정도 이상하다. 야스민이 차에서 내릴 때 여행용 가방이 남편과 바뀐 바람에 남자 옷 밖에 없음을 브렌다는 알리가 없어 보완관에게 신고도 하고, 그녀에게 화도 내보지만 야스민 특유의 순수하고 단단한 멘탈은 서서히 카페에 자신의 존재감만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그녀가 부리는 잔재주(마술)와 함께 카페 곳곳 사람들에게 스며드는 과정이 영화의 전개와 함께 한다. 평소에는 카페의 벽쯤으로 여겨지던 브렌다의 아들 살의 피아노 연주와, 자칭 예술가이지만 정체가 모호했던 콕스의 뮤즈가 되는 과정이 매력적이다. 야스민은, 자기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마주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는 사람 같다. 누가 인정하지 않아도, 알아봐 주지 않아도 그녀는 그 자체로 그곳에 존재할 뿐인데, 그런 그녀의 사랑스러운 기운이 카페와 그 주변의 색을 물들인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가장 변할 것 같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내면의 변화가 간절했던 브렌다가 야스민의 방문을 열고, 자신의 마음의 문을 열며 하늘에는 무지개가 뜨고 영화는 화목하고 조화로운 마지막을 향해 간다.


이 영화의 OST에 매료되어 작품의 마니아가 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Calling you라는 곡은 ‘영화 주제곡’에 걸맞게 영화의 내용과 전반의 분위기를 충실하게 전달해주어 영화를 고전 이상의 가치로 끌어올렸다.

덧붙여, 이 영화에서 보여준 야스민의 좋은 에너지, 그로 인한 변화와 그녀를 기꺼이 환대한 사람들. 그리고 그녀가 우정으로 그곳 지역사회에 스며드는 과정이 좋았다. 30년 전 배우들의 연극 같은 연기는 오히려 그곳이 실제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현실감을 주었고, 내가 Calling you를 들으며 바그다드 카페 앞 노을이 지는 시간에 그곳에 있다면 그 색깔에 물들어 사라져도 모를 거라 느꼈다.





4. Postscript


서로를 알아보는 마법으로
사막의 색깔을 바꾸고
사랑의 깊이를 확인할 거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해 준 마법으로
눈물의 색깔을 바꾸고
행복의 모양을 확인할 거야

한숨 쉬기 전에 여기로 와
한참을 기다릴 수 있지만
더 슬퍼지기 전에 만나자



5. Blending

선한 영향력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말할 때 저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일본, 126분, 미야자키 하야오)을 떠올립니다.


수많은 팬덤을 확보한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이자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하고, bbc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편 중 4등을 수상한 명작입니다.


평범했던 소녀 치히로가 부모의 탐욕으로 인해 신의 온천장이라는 의문스러운 환경에 내던져지고, 센 이라는 가명을 부여받아 마녀 유바바의 지배 아래 신들 사이에서 생존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저는 센이 낯선 장소에서 보여주는 단단하고 순수한 본성, 그리고 그로 인해 좋은 기운을 느낀 하쿠, 린 언니, 가오나시, 가마 할아버지, 보우 등 많은 이들과의 우정이 영화를 더 의미 있게 해 주었다고 느낍니다.


특히 오물신이 방문한 장면과, 가오나시를 만나는 장면에서의 센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결국 신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두 영화 모두 선한 기운을 가진 인물과, 그로부터 감화를 받게 되는 주변인들, 그리고 서로를 진심으로 대하고 응원하는 그들의 우정과 연대가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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