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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로하리 Jun 10. 2019

제2일 ④ : 가족 캠퍼밴 여행의 첫날

차가 좋다며 기분 좋게 짐을 정리하고 나서 홀리데이파크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바닷가로 갔다. 

서울에서는 추워서 집에만 웅크리고 있던 녀석들이 옷을 간편하게 입은 채 바닷가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바닷바람은 세게 불고, 해의 온기가 많이 가신 시각이어서 그리 따뜻하지는 않았는데 두 아이는 그런 것은 상관없는지 물에 첨벙 첨벙 뛰어 다니며 한바탕 신나게 놀았다. 

덕분에 도착한 첫날 옷을 왕창 버렸다. 

어디를 가든 바다가 가까운 뉴질랜드에서 이 녀석들은 신나게 옷을 버릴 태세다. 

아무래도 예상보다 더 자주 빨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Orewa Beach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
바다 가까이 가지 않아도 재미있다.
작은아이의 신나는 표정에 우리도 즐거웠다.
큰아이의 신나는 몸짓에 우리도 즐거웠다.

아이들 옷을 갈아입힌 후 사무실에서 홀리데이파크 안내도(Map)을 받으면서 직원에게 들은 슈퍼마켓으로 장을 보러 갔다. 

홀리데이파크 안내도 뒷면의 오레와 지도를 보며 슈퍼마켓을 찾아가니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슈퍼마켓 체인이라는 카운트다운(Countdown)이 있었다. 

카운트다운에 들러 장을 보고, 저녁을 해먹고, 설거지를 하고, 씻고 하니 벌써 저녁 10시가 넘었다. 

우리 부부가 8년 전에 뉴질랜드에 왔을 때는 하지 않던 일들을 많이 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 아니었다면 장을 보지도 않았을 것이고, 저녁은 사 먹었을 것이며, 그랬다면 설거지는 안 해도 되는 것이었다. 

공용 샤워장에서 아이들을 씻기고 양치질을 시키고 다시 차로 데려오는 일도 안 해도 되는 일들이다. 

둘만 왔을 때보다는 훨씬 챙길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 여행을 택한 것인데, 그것은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감행한 우리가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둘만 왔을 때보다 번거로운 일들은 많았지만, 어린 아들 둘과 함께 네 식구가 함께 여행을 한다는 사실이 좋았다. 

이 따뜻하고 햇살이 넘치는 땅에 우리 아들 둘이 푸른 잔디를 뛰어다니고, 엄마 아빠와 잠시도 떨어지지 않은 채 ‘여행’을 한다는 것, 어린 시절에 강한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 혹여 기억하지 못한다면 따스하고 강렬한 정서라도 남을 것이라는 생각에 행복했다.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홀리데이파크 안의 분위기는 들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오늘이 2011년의 마지막 날이어서 2011년을 보내고 2012년을 맞이하는 키위들이 축제를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잔디가 깔린 넓은 곳에 여유롭게 캠핑을 하며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 중에서 남자들이 여장을 한 채 꽃다발을 만들어 목에 걸고 있기도 했고, 끼리끼리 모여 맥주나 포도주를 곁들여 함께 파티를 벌이고 있기도 했다. 


차 안에서, 와인을 곁들인 간식 시간! 저 테이블 자리가 침대로 바뀐다.

12시가 되어 2012년이 되자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폭죽도 터뜨렸다. 

큰아이와 나는 2층에서 자려고 했다. 

사다리를 꺼내어 2층에 올라가서 이불을 펴고 안전 그물망까지 쳤더니 작은아이도 따라 올라오겠단다. 

아직 어린 작은아이는 올라왔다가 다시 엄마에게 가겠다며 내려갔다. 

그래서 아내와 작은아이는 아래층에서, 큰아이와 나는 위층에서 창밖으로 불꽃놀이를 구경했다. 

이런 광경들을 보면서 우리가 뉴질랜드에 오기는 왔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지인들에게 새해 인사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지만 아직 한국은 저녁 8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니 새해 인사는 너무 일렀다. 

그렇게 뉴질랜드에서 2012년 새해를 맞았다.


나와 큰아이가 있는 2층으로 올라오려는 작은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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