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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로하리 May 24. 2019

제1일 ② : TG629, 홍콩행 비행기입니다.

10시 30분경에 드디어 TG 629편에 올라 짐을 정리했다. 

3+1의 자리에서 1은 아빠 자리다. 아들 둘 다 엄마를 원하니까. 


비행기에 타서 짐을 정리하고 아이들을 앉히는 등 준비를 하는 내내, 아들들은 이제 비행기가 언제 출발하느냐고, 언제 날아가느냐고 질문 공세를 무한 반복으로 쏟아낸다. 

아이들이 원래 보통 궁금한 게 있거나, 자신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계속 해서 자신의 말을 녹음테이프처럼 반복하는 것인지 우리 아이들만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무한 반복’ 수준에 이르면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신경이 곤두서는 서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10시 50분, 드디어 무한 반복에서 우리 부부를 구해줄 ‘비행기 이동’이 시작되었다. 

이륙을 위해서 서서히 활주로로 이동하는 것이다. 

비행기를 처음 타 본, 아무것도 모르는 만 38개월이 지난 작은아이는 안전띠를 계속 풀고 싶어 했다. 

풀면 안 된다고, 비행기가 이륙하고 안전띠 등이 꺼진 후에 풀자고 이야기하고, 11시 15분 비행기가 뜬 후 안정을 찾아 안전띠 등이 꺼진 후 안전띠를 풀어줬다. 

그러더니 자기 앞 자리의 아가씨들이 오렌지 주스를 마시자 자기도 마시고 싶다고 하며 보채기 시작했다. 

단순히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싶다기보다 처음 비행기를 타서 이륙할 때의 기분 때문에 보채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음, 귀 막힘, 몸으로 오는 부상(浮上)의 느낌과 움직임 등이 작은아이에게 불편함을 주었을 것이다. 

큰아이는 좀 컸다고 작은아이보다 훨씬 수월했다. 


우리 부부는 곧 스튜어디스 누나들이 돌아다니면서 주스를 줄 것이라고 달랬다. 

12시쯤 되자 스튜어디스들이 돌아다니면서 음료수를 주기 시작했다. 

불편함을 느끼는 어린 둘째를 한 시간 동안 달랬던 것이다. 

그래도 8살, 38개월의 어린 아이들이 울지 않고, 심하게 떼쓰지 않고 이만큼 해 주는 것만 해도 감사했다. 아이들은 사과 주스와 오렌지 주스를 시켰고 나는 평소 좋아하는 레드 와인을 시켰다. 

승무원이 잔에 따를 때 얼핏 보니 프랑스산 메를로(Merlot) 품종이다. 


곧 이어 손을 닦기 위한 뜨거운 물수건을 주고 점심을 주었다. 

우리 부부는 기내식을 기대하며 즐기는 편인데 아이들이 잘 먹을지 좀 걱정스럽기도 했다. 

우리 부부와 작은아이는 새우와 해물(Seafood & Prawn)을 시키고 큰아이는 돼지고기를 시켰다. 

우리 부부야 각자 먹으려 하는 것이고 아이들은 골고루 먹이기 위해서 시킨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역시나 타이 항공의 기내식이 입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비행기를 타고 다녀 보면, 어느 항공사인지 그리고 같은 항공사라도 어디에서 출발하는지에 따라 기내식이 다 다른데 타이풍의 음식이 아이들에게 맞을 리 없었다. 


큰아이는 아무것도 안 먹고 이내 잠이 들었다. 

작은아이는 복도도 왔다 갔다 하고, 내 수첩에 바쿠간이라고 우기는(?) 그림도 그리고, 내 무릎에 앉기도 하고, 바쿠간 놀이도 하면서 놀았다. 

비행기 타서 좋으냐고 물었더니, 좋단다. 

그래서 왜 좋으냐고 물었더니 주스도 주고, 빵도 주고, 사탕도 주고 해서 좋단다. 

역시 38개월짜리 아기다운 대답이었다. 

나와 바쿠간을 가지고 놀다가 얼마 안 있다가는 졸려서 자겠다고 하며 아내에게로 가서 잠이 들었다.                                              

비행기 안에서 잠든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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