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낮은 곳이 아니라 중심을 향해 흐른다. 자신이 아는 가장 큰 세계, 행성의 중심을 욕망한다. 일말의 망설임 없이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막막한 평지에서도 기어이 경사를 찾아낸다.
중심을 향해 추락하는 인간의 욕망은 물을 닮았다. 체중의 반 이상이 물이라 하니 물의 속성을 그대로 이어받았으리라. 하지만 물이 아닌 나머지, 그만큼의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을까. 우주를 움직이는 차가운 힘, 그 힘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반중력의 욕망, 나는 그것을 영혼이라 부른다. 중력의 방향에 순응할수록 인간은 희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