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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추 Nov 11. 2020

젓갈 없어도 맛있는 걸 - 비건 순무 김치

딸의 레시피 1

엄마, 나 풍물시장에서 순무 사다가 김치 담았어.


물론 맛있지.

다음 주에 우리 여행 갈 때 가져갈게.

그런데 젓갈을 안 넣어서 엄마가 좋아할지 모르겠다.


이제 젓갈도 안 먹나고?

바다고기도 조금씩 줄이려고 하고 있어.


걱정 마, 그런 거 안 먹어도 건강하게 잘 있으니까.

오히려 건강식으로 잘 챙겨 먹는 다니까.

과일, 채소, 두부, 콩, 두유 같은 거 많이 먹어.


젓갈 안 넣고 김치 담는 거 인터넷 찾아보니까 많이 나오더라.

외국에 사는 사람들이 젓갈 구하기가 힘드니까 다양한 방법을 많이 쓰더라고.

그 사람들은 과일을 많이 갈아 넣더라. 

음식은 역시 취향이니까, 정답이 따로 없는 것 같아.


나는 양념 만들 때 홍시랑 파인애플을 갈아 넣었어.

파일애플은 어머님이 보내주셨어

홍시는 학교에서 주신 것 있어서 넣었지.


그럼 양파랑 마늘도 당연히 넣었지.

그러니까 보통 양념하는 거에 홍시랑 파인애플만 넣었다고 보면 돼.

쪽파나 부추 이런 건 집에 없어서 안 넣었어. 

아직 손을 많이 움직이면 아파서, 그것까지 손질해서 넣을 자신은 없더라고.


그러게. 나도 참 손 아프다면서 김치 담글 생각을 하다니. 

엄마 닮아서 가만히 있질 못하나 봐.

그 손으로 그냥 김치 담갔어.

그래도 뭐 아주 쉬엄쉬엄했고 당연히 안서방도 같이 했지.


문제는 고춧가루를 넣다가 너무 많이 넣어서 맵다는 거야.

손가락으로 살짝 찍어서 맛만 보는 데도 매운 기가 확 돌아.  

과일만 갈아서 넣고 해보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찹쌀죽도 넣었어.

찹쌀죽이라고 하기엔 그렇다. 

그냥 흰 죽 넣었어.


마침 현미가 다 떨어져서 흰쌀밥 먹고 있었거든. 

그냥 남은 찬밥에 물 넣고 갈아서 만들었지. 

그래도 괜찮던걸.


안서방도 맛있다고 난리야. 

내가 다음 주에 꼭 가져갈게.


엄마도 김치 담갔어? 나랑 통했네.


그럼 엄마가 담은 김치랑 내가 담은 거랑 교환하면 좋겠다.

내가 김치도 다 담고, 나 많이 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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