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레시피 2
뭐하긴 김치 담지.
너 이번에 김장할 때 온다고 해서
그때 같이 할라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 올 거 아니여.
그래서 그냥 후딱 해버 릴라고.
힘들긴. 30폭 밖에 안 담글라고.
엄청 쪼께 담그는 거지.
옛날엔 400폭까지 담갔는디야.
배추가 싸더라 한 폭에 1000원이야.
한 망에 3천 원 1망에 세폭들었더라.
만 원어치 사 왔어.
아까 소금에 절여놨고 이따 씻궈야지.
그냐? 우리 집 김치가 다들 맛있댜?
뭐 비결이랄 게 있데.
넘들 하는 거 나도 똑같이 하는디.
양념?
제일 먼저 찹쌀죽을 끓여놔야지.
큰 다라이에 담아서 식혀 놓고 다른 거 해야지.
무, 양파, 청각, 마늘 생강을 갈아야는 디.
그거 갈라고 방앗간 갔다 왔어.
오늘따라 방앗간 문 닫은 디가 왜 이렇게 많은지
저 끄트리 있는 곳까지 갔다 그거 끄셔 가지고 오느라고 욕봤다.
집에서 갈려면 몇 번이고 갈아야니깐 방앗간 가는 게 낫지.
가는디 2천 원 밖에 안혀.
방앗간 가니까 어떤 사람은 파까지 그냥 갈아버리더라.
어 맞어.
청각은 그때 완도에서 태풍에 떠내려온 거 주었던 그거여.
잘 말려서 냉동실에 넣었다가 이제야 쓴다이.
청각 비싼디 그때 돈벌었쟈.
찹쌀죽 식으면 거기에 방앗간 가서 갈아온 거 넣고 젓갈 넣어야지.
이번엔 새우젓이랑 까나리액젓 넣었어.
액젓은 니가 보내줬고,
새우젓은 내가 지난번에 시장서 새우 사다가 젓갈 담가놨어.
많이 담가놔서 일 년 내동* 먹겠더라.
거기에 고치까리** 넣고 가루가 다 풀어지면
마지막에 갓, 쪽파, 대파, 미나리 썰은 거 넣어야지.
싱거우면 소금도 넣고 안 싱거우면 그냥 안 넣고.
아 맞다! 난 설탕을 넣어.
과일 넣는 사람도 많던데 나중에 익으면 맛이 없어지더라
그래서 그냥 설탕 넣어.
그래야 맛있어.
그래 가지고 마지막에 배추에 버무리면 되지
뭐 별거 있간.
*내동: 내내
*고치까리: 고춧가루
※엄마와 통화한 내용을 각색해서 썼습니다. 엄마의 말투를 최대한 살려서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