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추 Jun 06. 2021

더우니까 간단하게 - 통오이 김밥

딸의 레시피 2

엄마, 우리 내일 나들이 갈 때 김밥 싸자.

내가 쌀게.


나 요즘 김밥 잘 싸 먹어.

토요일마다 걸으러 나가잖아.

아침에 김밥 싸서 나가면 딱 좋더라고.


근데 이상하게 내가 김밥 말면 다 터지더라.

뭐가 문제일까.


아, 그렇네.

김밥말이가 없어서 그렇구나.

어쩐지 김밥집에서 김밥 싸는 거 정말 유심히 봤는데

속도 말고는 내가 마는 거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더라고.

김밥말이가 없는 거였어.


집에 김말이는 있지?

좋아, 그럼 더 자신 있게 쌀 수 있어.


재료 안 사도 돼.

아까 냉장고 보니까 오이 있던데?

나 오이만 넣을 거야. 


응. 진짜 밥하고 오이만.

그렇게만 넣어도 정말 맛있어. 

오이 김밥의 핵심은 소스야.


엄마, 김밥에 소스 찍어 먹으면 더 맛있어.

지난번엔 채소들에다가 김밥을 싸서

두유 마요네즈에 찍어먹었어.

그렇게도 안 먹어봤지? 

나중에 그것도 해줄게.


오이 김밥 소스는 쌈장 소스에 먹어야 맛있는데,

쌈장이랑 마요네즈랑 1:1로 섞는 거야. 


맞아, 사실 쌈장 맛으로 먹는 거지. 히히.

그래도 맛있다니까.


진짜 간단하지?

여름에 뭐 하기 귀찮을 때 딱 이렇게만 해 먹어도 맛있어.


그래도 뭐가 허전하다고?

하긴, 엄마가 하는 김밥은 늘 풍성하니까.

그 정성을 따라갈 순 없지.


나 소풍 갈 때마다 도시락 뚜껑 열면 늘 감탄했다니까.

아침에도 분명 같은 김밥을 먹었는데

도시락에 싼 김밥은 더 예쁘고 맛있는 것만 담겨 있는 것 같았어.


가장 기억에 남는 김밥은 

김밥 위에 달걀흰자랑 노른자 으깬 거를 올려줬던 것.

하얗고 노랗고 안 그래도 예쁜 김밥이 더 빛났지. 

엄마는 우리 소풍 갈 때마다 새로운 걸 해줬던 것 같아.


그거에 비하면 내 통오이 김밥은 너무 단출하네.

내가 엄마의 사랑을 따라갈 수는 없지.


매거진의 이전글 설탕을 넣어야 맛있더라 - 김장김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