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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킴이 Nov 14. 2017

제주도, 나를 치유하는 곳 - 2

책 향기와 바다 내음이 가득한 카페투어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꼭 해보고 싶은 것은

맛집 투어도, 관광지 투어도 아닌 바로 '카페투어'였다.


서울에서도 한 건물 건너 한 건물에 카페가 있는데

왜 제주도까지 가서 카페를 찾아가냐고 묻는다면,

복잡한 서울 카페에서는 만날 수 없는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여유로움' 때문이라 대답하겠다.


그래서 나는 얼마 전 혼자 떠난 제주도 여행에서 유명한 밥집보다 

혼자서 푹~ 쉴 수 있는 카페를 많이 찾아다녔다.


단, GD가 운영하는 카페나, 드라마 촬영지로 많이 알려진 카페는 가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찾은 카페도, SNS용 인증샷을 남길 수 있다는 매력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바다보다 사람이 더 많이 보이는 카페는 내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내가 다녀왔던 제주도 카페 중,

독서를 하고 싶은 사람이나, 멍~하니 바다만 바라보고 싶은 사람이나,

바닷가 근처에 누워 커피도 마시고, 하늘도 보고 바다도 볼 수 있는 카페를 찾는 분들에게

가장 적절한 카페 세 곳을 소개해 볼까 한다.



올레길 15-B코스에서 발견한 인문학 책방 '바다의 술책'


제주도 여행에서 가장 먼저 만난 카페는 바로

올레길 15-B코스 출발점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바다의 술책'이다.


사실 나는 바다의 술책을 찾으러 올레길을 걸은 것은 아니었는데,

책과, 커피와, 맥주 향기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곳이라 해서

올레길 걷는 걸음을 멈추고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바다의 술책'은 인문학 서적과 직접 만든 엽서 등을 판매하는 카페로,

카페 안에 있는 책이 읽고 싶다면, 구매한 뒤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베낭에 지고 왔기에,

책은 구매하지 않고 아메리카노만 한 잔과 친구에게 쓸 엽서 두 장만 구매했다.


'바다의 술책' 내부에는 단체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대여섯 개 정도 있었고,

혼자 온 손님들이나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싶은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바 형탱의 테이블이 창문 바로 앞에 있었다.



바 책상 앞에 있는 유리는, 전면이 통유리로 돼 있었는데

유리 위에 쓰여진 캘리그라피들이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에 새겨져 있는 무늬 같이 느껴져 신기했다.


여러 가지 문구 중 내 마음을 사로잡은 문구 하나. "지금 바람을 이겨내면 당신도 꽃피겠지요"

그래, 지금 내 마음을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는 이 바람을 이겨내면

나라는 사람의 향기가 가득 담긴 꽃이 피어나리라.

그런 생각을 하며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마음껏 감상하고 돌아왔다.



조용한 시골마을의 인정많은 카페 '유람위드 북스'


제주도에서 내가 찾았던 카페 중, 유일하게 바다가 안 보였던 '유람위드북스'

이 카페는 바닷가가 아닌 한적한 시골마을 어귀에 위치해 있다.

렌트카가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면 찾아가기가 약간 불편한 감이 있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한 번쯤 찾아가 볼만한 카페랄까.


'유람위드북스'의 가장 큰 매력은 책장에 그득 그득 꽂힌 책을 마음대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책장에는 만화책에서부터 최신 에세이, 베스트셀러까지 다양한 도서가 있어,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골라 안락한 의자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



'유람위드북스'에는 1층과 2층에 각각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돼 있다.

가장 좋았던 점은 1인 손님이 편안히 앉아 쉴 수 있는 흔들의자? 같은 것이 있었다는 점인데,

커피를 마시면서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지적 허영을 마음껏 부리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오면 스스르 기대 잠들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공간이다.


나는 이 날 하루를 북카페에서 보낼 작정으로

두 잔의 음료와 베이커리를 구매해서 다락방 구석에 있는 1인용 소파로 올라갔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유람위드북스'는 앞으로 제주도 여행 중 반드시 들러야 할 곳 리스트에 올렸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 있고, 커피가 있고, 엽서가 있는 곳이며,

서울 번화가 카페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사람냄새'까지 공존하기 때문이다.


'유람위드북스'에 있으면서 나는 

책을 보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하고, 친구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면서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창밖이 어둑어둑해졌는데,

카페 분위기가 너무 좋아 조금만 더 있다가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 직원분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 분이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이 근처 사시냐고, 이 근처 살지 않으시면 자가용은 가져 오셨냐고. 말이다.

내가 숙소는 이 곳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있고, 자가용은 없다고 대답했더니

여기는 시골이라 해가 빨리 지는 편이고, 버스가 빨리 끊길 수 있기 때문에

차 시간을 미리 확인해 보시는 게 좋겠다며 버스 시간표를 보여줬다.


아차. 그러고 보니 이곳은 시골 마을이었지.

다행히 내가 타는 버스는 아직 막차까지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낯선 제주도에서 길을 잃거나 위험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집으로 돌아가는 편이 안전할 것 같아

부랴부랴 짐을 챙겼다.


내가 짐을 챙겨 떠나려 하자, 카페 직원분께서는 잠시만 기다리시라고 하시더니

종이컵에 티백 하나와 따뜻한 물을 담아 주셨다.

"밖에 날씨가 추우니, 따뜻하고 조심하게 가시라"면서..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한 사람의 따뜻한 배려 덕분에,

나는 그날 세상 누구보다도 따뜻한 두 손과, 훈훈해진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파아란 하늘과 시원한 바다 내음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 '평대랑 그네랑'


제주도 평대리에 위치한 '평대랑 그네랑'은 여행 마지막 날에 들렀더 곳이다.


근처 맛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카페를 찾아 조금 걸어볼까 싶어 터벅 터벅 걷던 중

바닷가 바로 앞에 그물침대가 있는 '평대랑 그네랑'을 발견하고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갔다.



'평대랑 그네랑'은 내부 공간보다 바깥 공간이 더욱 넓은 휴식형 카페였다.

아마 나처럼 카페 내부의 따뜻한 공기 보다는,

바닷 바람의 시원함과 하늘의 푸르름을 감상하고 싶은 여행자들을 위해

이런 공간이 만들어 놓으신 게 아닌가 싶었다.


나는 주문한 카페라떼를 들고, 카페 직원분이 추천해주신 하트 스트로우를 집어들고

'평대랑 그네랑'의 매력 포인트 바깥 테라스로 나와 자리를 잡았다.



야외 테라스에는 그네도 있고, 흔들의자도 있었지만

나는 편하게 누워서 하늘과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그물침대에 자리를 잡았다.


그물침대는 우리가 어린 시절 많이 탔던 방방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재질 자체가 탄성이 없는 해먹 같은 것이라 잘못 알고 막 뛰었다가는

그물침대에 구멍이 나기 십상이니 이 점을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


사실 나는 일행이 없는 나홀로 여행족이기 때문에 그물침대를 못 쓰는 게 아닌지 내심 걱정했지만,

다행이 혼자서도 이 곳에 앉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물침대에서 마음껏 시간을 보냈다.


바다 바람이 강할 때는 카페 주인 분에게 부탁해 담요 한 장을 받아오면 된다.

저 그네에 누워서 담요를 덮고,

끼룩끼룩 거리는 갈매기와,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를 자장가로 삼으면

제주도 특급호텔 부럽지 않은 꿀잠을 자고 일어날 수 있으니 말이다.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하늘, 그리고 여유로운 시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

파란 하늘을 베개 삼아, 시원한 바닷 바람을 친구 삼아 쉴 수 있는 제주도 카페.

이곳은 제주도가 나에게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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