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나누는 사랑에 대하여
너의 콧잔등에는 입술이 하루에 오십 번씩 와 닿는다. 아마 애인의 입맞춤까지 합하면 하루에 백오십 번은 네가 입맞춤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발치에 있는 네게 입을 맞추며 인사를 건넨다. 넌 아무 말 없이 눈을 감고 코를 내밀어 그 입맞춤을 받는다. 그리고는 늘 그랬듯 아무 말 없이 하품을 한 번, 기지개를 한 번.
고양이를 키우는 일은 무조건적 사랑 교환의 연속이다. 매일 건네는 그 키스로 우리는 서로를 각인한다. 그 각인은 본능적이고 거대하며 때로는 경이롭다.
그것은 신뢰이기도 하다. 네가 일주일간 여행을 다녀온 나를 잊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내가 어느 날 오후 피치 못할 사정으로 볕을 쬐던 너를 무작정 껴안고 나가 계단에 앉아있어도 괜찮을 것이라는 믿음.
나는 하루에 집을 비우는 그 몇 시간 동안에도 무더워지는 초여름의 네가 잘 지내고 있을지, 밥은 잘 먹었는지, 네가 늘 낮잠을 자는 희고 두꺼운 이불이 덥지는 않을지, 외롭지는 않은지, 집에 벌레가 있지는 않은지 걱정한다.
너 역시 나와 다르지 않다. 화장실이나 슈퍼, 아주 가까운 그 어딘가를 다녀올 때도 너는 내가 들어오는 문 앞에 앉아 나를 반긴다. 때로는 너무 오래 집을 비웠을 때면 야옹, 그 인사 한 번으로 길었을 그리움을 대신한다.
네가 나와 산 지 아홉 달이 지났다. 글을 쓰는 내 뒤통수에 놀아달라고 야옹, 잠을 자는 내게 장난감을 물고 와 놀아달라고 야옹 울어줘서 고맙다.
아마도 우리는 그냥 이렇게 서로에게 입 맞추며 오 년, 십 년, 십오 년, 감히 영원을 함께할 것이다. 새벽에 내가 깨면 너도 깰 것이다. 너와 마주 보고 입맞춤을 새긴 채 다시 잠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