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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미 Oct 07. 2021

아직 나는 너무 순수했지 뭐야

무시하지마... 흥.. 


내 브랜드, 내 회사. 

나에게는 전부.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오늘 당장 없어지더라도 아무렇지 않은 티끌 같은 브랜드, 없어져도 불편하지 않은 회사. 난 그런 회사를 혼자 운영하고 있다. 


출산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내게, 아기를 키우면서 일을 할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나는 주 4일 오후에는 도우미 선생님에게 아기를 부탁드리고, 공장에 나와서 업무를 하는데, 짧은 시간 동안 밀린 업무를 처리해야 하다보니, 결국 공장-집-공장-집으로 내 동선은 귀결 되고 말았다. 아직 아기를 어린이 집에 보낼 수는 없어서, 이렇게 되는대로. 마침 나는 공장에서 도보 5분 내의 아파트에 살고 있기에, 동선이랄것도 없는.. 50미터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집-공장-집-공장, 그런 삶을 살고 있다.


이불 사업은, 성수기와 비수기가 극명하게 갈린다. 성수기는 코끝에 찬 공기가 불기 시작하는 시점. 통상적으로 추석이 지나고, 결혼을 많이 하는 10월에 시작된다. 비수기는 반대로, 코끝에 훈풍이 불어오기 시작할 때, 입고 있던 내의를 서랍장으로 넣어두기 시작하는 그런 때 바로 시작한다. 


어느정도 육아가 몸에 익기 시작했을때, 나는 출산 이후 첫 성수기를 맞이했다. 너무 바빠서 눈 코 뜰새 없이 포장과 배송 업무를 보고, 다시 집에 와서는 이유식을 만들고 아기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기 바빴지만 나는 성수기를 맞이하여, 브랜드를 위해 영상 광고라는 것을 찍게 되었고, 이를 바이럴 해줄 대행사를 찾고 있었다. 


마침 대행사 몇 곳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불현듯 이전 회사에서 인턴을 했던 친구가 지금 부산에서 퍼포먼스 마케팅 대행사를 다니고 있었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 부산 출장에서 내가 술도 사줬으니까.. 내가 이것저것 물어봐도 괜찮겠지, 라는 생각에 잽싸게 연락을 했다. 


통상적인 안부 인사를 끝마치고, 

본론으로 들어가, 내 상황을 설명했더니 후배는 (역시나) 예산을 물어봤다. 


"어... 지금 바이럴만은 광고 비용은 000? 너무 작지..?" 쭈뼛거리며 말하는 나. 

그리고 후배에게 돌아온 답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어...? 너무 작아서 그러니?"

"언니, 작긴 하네요? 이건 저희 부서에선 못하구요, 저는 분석 업무만 하느라요, 저희 회사 홈페이지 주소 알려줄테니까 거기에 문의 넣어보세요." 


.....?

아니 타 부서 사람을 소개해 준다는 것도 아니고, 믿을 만한 AE를 연결해준다는 것도 아니고, 전화번호를 알려주는것도 아니고, 홈페이지에 알아서 문의를 넣으라구..? 

차마 나는 이 말은 못하고, 그냥 알겠다, 하고 황급히 대화를 끝냈다. 


내가 생각했던 사람과의 오가는 정, 

서로 돕고 싶은 마음 이런건 결국 돈으로 결정되는 것이라는 라는걸 다시 깨달았다. 

내 나이가 마흔에 다가왔는데, 나는 아직도 너무나 순수했을까.


머리가 댕- 했고, 

정신이 차려졌다. 


내실을 다지자. 

곧 상황은 좋아질거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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