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살림 준비

by 잼스

시작은 불안했다. 가져간 가죽 샌들이 낡아 부러졌다. 시장에선 어린 꼬마에게 보기 좋게 커피 바가지를 썼다. ATM에선 10만₫이 40장, 5만₫이 20장 나왔다. 현금 뭉텅이를 들고 은행 안으로 들어가 고액권으로 교환했다. 이처럼 황당한 일들에도 당황하지 않은 건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덕이다. 불운을 딛고 당분간 먹을 과일과 쌀, 반찬거리를 찬찬히 마련했고 언제든 집밥을 챙길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 마트는 세일 중이었고, 신발은 마수걸이로 싸게 샀다. 첫 숙소는 작년에 묵었던 원룸형 아파트먼트다. 위생과 서비스, 편의성이 검증된 곳이고, 특히 주방과 세탁기가 있어 편하다. 이렇게 신접살림을 차리는데 방세 빼고 오늘 하루 3백만을 썼다. 다행히 통화 단위는 동(vnd)이다. 부강한 국력에 감사한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7화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