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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시로바로앉는여자 Mar 01. 2024

안녕한가요라고 묻는다면

우주의 먼지일뿐이야 20240301

몸이 또 안좋아졌다. 

이렇게 자주 아픈적은 처음인것 같다. 겨울을 오롯이 통과하는 동안 한번의 코로나와 두번의 독감을 거쳤고 조금만 무리해도 목 점막이 계속 퉁퉁 붓는다. 40을 맞이하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 50을 목전에 두고 신체의 노화가 급으로 진행되고 있는 모양. 이라고 퉁쳤지만 그래도 억울하다.

컨디션이 좋아지면 그동안 밀렸던 일들을 또 촤르륵 펼져놓는다. 3월을 앞두고 하나하나 수습중이다. 

3월에는 어린이수업도 새로 시작하고 책방에 관한 이야기가 책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요가를 시작했는데 내 몸이 무슨 커다란 돌덩어리 같이 느껴졌다. 손을 곧게 펴서 귀와 만나게 하는 것도, 허리를 앞으로 숙여 가슴과 무릎을 닿게 하는 것도 엄청난 용을 써야 자세가 나올까말까하다니. 자세를 바르게 하고 호흡을 신경써서 하니 허투루 나오는 동작하나 없음을. 밀도있게 신경써야 간단한 숨쉬기 마저 가능한 그러한 몸뚱아리가 되었다. 


1호는 긴긴 방학동안 베이킹의 전과정을 배웠다. 스무살을 바라보며 시작한 베이킹이 꽤 재미있어서 향후 진로를 이 방향으로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는 모양이다. 5년만 있으면 스무살이다. 세월을 지나와보니 5년은 참 짧기도 하거니와 아이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성실성을 발휘할 것이라는 믿음 하나는 있기에 하고자 하는 부분까지 밀어줄 작정이다. 아빠의 일을 같이 하면 더욱 좋겠지만 사실은 더 전문적인 일을 하게 되길 바랄뿐이다. 

쩝! 다음주에 자격증 시험치는데 무슨 소린지 하나두 모르겠단다. 거기까지 내가 신경쓸 수 엄마라서 잔소리는 그만하기로 하였다. 나는 내코가 석자. 

베이킹 과정의 기본 롤케이크 

아빠를 요양병원에 모시고선 내 머릿속의 삼분의 일이 죄책감으로 차버린 것 같다. 그동안 엄마의 하소연을 들어온 터라 엄마와 한편을 먹고 아빠를 원망하고 미워하기만 했지만 막상 가까이서 아빠를 보고 있자니 복잡한 감정이 올라온다. 노화, 나이듦, 아빠라는 존재와 죽음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생각들로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경도인지장애 증상이 나에게 또 올라온 것이다.  나역시 자주 깜박거리고 카드를 분실하고 매일 쓰는 비번도 더듬거리며 그럴때마다 나에게도 아빠의 치매 증상이 오려나 겁이 났었다. 가까이서 보고 느끼는

치매는  더욱 처참하고 괴롭다. 그게 혹시 미래의 나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울 아빠다. 아빠의 치매행동을 보고 있자니 밉고 안타깝고 사랑하지 않는다고 매몰차게 돌아서고 싶은 마음 뿐이다가도 불편한 것이 있나 살피게 되고 먹는것도 입는 것도 모든 자유가 없어진 지금 나의 선택이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돌아보게 된다. 애증의 양가감정을 갖게 되는 아빠라는 존재. 그에게 한번도 따뜻한 말을 들어본 적이 없으며 나의 안위를 걱정하거나 확인한 없던 아빠가 지금 나에게 자신의 불편과 불행을 해결해달라고 하는게 밉다. 


마음이 힘들어서 몸이 말을 안들었던 것 같다. 신체화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나는 마음의 문제가 생기면 몸이 반응을 해왔다. 이렇게 끼인 세대는 원래 그런법이라며 그렇게 지나가면 또 그런대로 괜찮아진다고 먼저 겪었던 사람들이 두리뭉실하게 말하더라. 나는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는 하루에도 불행하고 불안한 마음이 자꾸 올라온다. 모든게 잘될거야 라고 하기엔 막연하고 와닿지 않는 멘트다. 모든 순간에 나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선택을 하고 후회한적이 거의 없던 내가, 내가 선택하지 않은 나의 아빠에 대하여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현실이다. 현실이지. 지금의 문제다. 

영등포문화재단 작당 프로그램 운영

이와중에 영등포문화재단에서 하는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목공작업을 이웃과 진행하고 나누고 또 기부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는데 신청자들 중 4명의 70대 어르신이 손을 쓰고 나무를 자르고 붙이며 작업을 하였다. 나의 아빠와 같은 연배인 그분들의 에너지에 놀라고 부러워하며 그랬던 것 같다.


겨울은 갔고 봄이 오고 있다.

나는 다시 힘을 내본다. 

삶의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 그토록 많은 책을 읽었고 열심히 살지 않았나. 나의 진가를 발휘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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