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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는 여행중 Dec 31. 2018

아이와의 여행, 첫 도전은 유럽!

지난 여행 파헤치기 : 유럽 편 01

아이와의 첫 여행은 첫째 율이 만 9개월이 채 되지 않았던 2015년 봄의 유럽행이었다. 첫 아이라 육아에 갖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을 때여서인지, 크게 하는 일이 없는데도 하루하루가 잘 흘러가던 시절이었다. 여름에 태어난 아이인데 좀 커서 밖에 데리고 다닐만하니 날이 점점 추워졌다. 겨울이 오자 아이가 감기에라도 걸리면 어쩌나 겁이나 외출은 거의 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다니길 좋아하는 나였지만 반강제로 집순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장 친한 친구 Y와 통화를 하다, 갑자기 떠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게 되었다. Y는 프랑스인 남편과 부산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서울에 살고 있었는데, 다음 해 봄에 프랑스에서 결혼식 피로연을 현지 지인들과 함께 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정도 잡고 장소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아마 5월 초가 될 것 같아. 너무 멀고 파티 규모도 큰 편이 아니라서 한국 지인들은 거의 초대도 안 할 생각이야. 너랑 남편은 오면 좋긴 하지만, 사실 율이도 있는데...거기까지 가기엔 고생스러울 거야. 꼭 안 와도 괜찮아."

하지만 듣고 있는 내 마음은 이미 출렁이고 있었고 친구의 따뜻한 배려가 전혀 귓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미 마음속으로는 에펠탑 아래에서 와인을 따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 나 괜찮아. 가고 싶어!! 갈게 프랑스!!"


그러고는 그날로 남편을 설득시키는 작업에 들어갔다. "여보, 당신은 아직 유럽은 가본 적이 없잖아? 이번이 완전 기회야. Y는 나랑 제일 친한 친구인 거 여보도 알지? Y 핑계를 대고 휴가를 며칠만 내자. 근로자의 날도 있고 어린이 날도 있어서 이래저래 붙이면 열흘 정도는 돌아볼 수 있겠더라고. 율이는 아직 어려서 비행기 값도 거의 안 들잖아. "
그리고 두둥~ 비장의 카드까지 내밀었다. 언젠가 남편과 유럽 여행을 가고 싶어 그간 조금씩 모아둔 돈이 있었던 것이다.

"나 돈도 좀 있다니까!!"


비장의 카드가 통한 것인지 하루 이틀 고민하던 남편은 생각보다 쉽게 여행에 응해 주었다. 그로부터 여행 전날까지 몇 달간, 아이의 여권을 신청하고 항공권과 숙박을 예약하고 여행 코스를 짜면서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모른다. 아이를 재워놓고 검색에 또 검색을 하면서 하루하루 설레는 시간을 보냈다.

BRIARE에서 진행된 결혼식 피로연. 결국 가고야 말았다.

우리의 루트는 암스테르담 경유로 런던 IN 해서 여행을 하다, 결혼식 피로연에 참석 후 파리에서 OUT 하는 코스였다. 사실 나는 런던, 파리, 암스테르담 모두 한 번씩 다녀온 적이 있었지만, 남편이 가보고 싶었던 곳들을 우선으로 하고 비용도 고려하다 보니 이렇게 정하게 되었다. 


율과 함께하는 첫 여행이 이리도 먼 곳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하지만 이번 여행이 우리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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