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에필로그
24년 10월 20일
오늘의 에필로그
운명은 아름답다. 삶의 어느 순간에 기적처럼 다가오는 것이 운명이기에, 그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을 기대하며 바라게 된다. 운명적인 순간이 나의 어느 한 시간에 머무르기를 바라며, 그 한 순간의 운명이 나의 삶 전체를 바꾸어 줄 것이라 믿으며, 그렇게 아름다운 운명의 순간을 기다리곤 한다.
미래에 대한 희망에 가득찬 사람일 수록,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일 수록, 운명이라는 매혹적인 순간에 더 없이 강한 믿음을 가지게 된다. 운명은 반드시 존재한다고 말이다. 나의 운명의 짝이 존재할 것이라고, 사업의 성공을 위한 운명적인 아이템이 있을 것이라고,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운명적인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타인의 노력에 질투심을 느끼는 사람도, 자신의 실패를 믿을 수 없는 사람도, 운명이라는 한없이 편한 핑계를 믿으며 마음의 눈을 편한 곳으로 돌린다. 저 사람은 애초에 성공할 운명이 였노라고,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라 그저 나와 운명적인 짝이 아니었던 것 뿐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운명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를 각자의 마음의 평온을 위해 사용하곤 한다. 그 수레바퀴가 허상이라고는 생각치 못한 채 말이다.
운명은 이미 정해져 굴러가는, 개인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그런 거대한 수레바퀴가 아니다. 그 실체를 의심하는 것 만으로도 연기처럼 사그라드는 허상일 뿐이다. 우리가 운명이라 부르는 수 많은 순간들은,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라 그저 인과로서, 혹은 우연으로서 존재하는 그 순간에 부여된 의미일 뿐이다. 그렇다. 운명 논한다는 것은 미래를 읽어내는 예지가 아니라, 그저 과거에 대한 회상이다.
운명적은 만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만남을 통해 생겨난 인연에 짙은 사랑을 새겨넣었을 뿐이다.
운명적인 계기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연히 찾아온 우연한 순간을 딛고 나아가기로 결심했을 뿐이다.
성공할 운명인 사람은 없다. 성공을 쟁취해낸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실패할 운명인 사람도 없다. 끝까지 도전하지 않았을 뿐이다.
운명은 정해져 있지 않다.
나의 시간이 흘러가는 발자취가, 위대한 한 걸음이 될 것인지 희미한 발자국으로 남을 것인지는
나의 의지가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