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7. 운월시사들의 첫 시작
어째선지 입구에 차(茶)간판이 있었어요.
물이 깨끗하고 맑아서 그냥 물 틀어서 바로 끓여 차를 우려도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얼마나 좋나요! 생수를 이고지고 움직일 필요가 없는 여행이란 말이지요.
도착하자마자 정자에 짐을 풀어 야외 찻자리를 가졌습니다.
그야 이미 오후 3~4시였고, 산 속이란 금세 추워지기 마련이니
이 찰나를 빠르게 즐겨야하는 법이니까요.
저희가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가
이것저것 가져온 것들을 죽 늘여놓고,
그때그때 어울리는+원하는 그릇이나 기물을 사용하기
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이 소꿉놀이가 천진하면서도 우스워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저희에겐 즐거운 추억거리인 셈이죠.
맛있는 다과는 빼놓을 수 없는 다회의 즐거움
조륵조륵
그래서 주로 무엇을 하냐면
차를 마시다가
향을 피우다가
노래나 틀어뒀다가
노잼(=재미 없음)을 관조합니다.
뭐 누가 재미 없어뵌다 하면
그냥 우린 유(有)잼이라고 해버리지요 뭐
그렇게 앉아서 두런두런 이건 이거랑 어울립니다
이건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따위의 얘기를
간식 삼아 까먹다보면 훌쩍 빛 그림자가 길어지는 시간이 됩니다.
짧아지는 낮과 타들어가듯 마르는 꽃잎
사람들은 어떤 기억을 갖고 그것을 원동으로 살아간다는데
아마 이 날도 그런 여행이지 않았나 합니다.
그때 정말 좋았지, 친구들이랑 함께 하는 첫 차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