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이방인의 전시여행법_ 런던편
도비 이즈 프리
지난 연말 충정로 도비는 도비의 고향, 런던에서 시간을 보냈다. "고향에 잠시 다녀올게"라고 지인들에게 이야기하고 서울을 떠났다. 충정로 도비는 자유를 찾아 런던으로 떠났지만 수많은 인파에 놀라 런던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진정한 런더너는 만나기 어려울 정도로 옆 나라의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스페인어, 불어, 이탈리어가 동시다발적으로 들려오면서 나의 영혼은 점점 가출해버렸다. 연말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순 있었지만, 여유롭게 전시를 보고자 했던 나의 계획은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사실 런던으로 떠나오기 전, 나는 살짝 방전 상태였다. 한 학기동안 일과 공부를 병행하고 바로 떠나온 여행이었다. 런던에서 하고 싶은 일은 딱 하나였다. 영화 클로저에 나오는 테이트모던 6층에서 세인트폴 대성당 뷰를 내 눈으로 바라보는 것. 마침 날이 좋았고 파란 하늘도 나와 주어 참 예뻤다. 내가 그리던 바로 그 장면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런던에서 보고 싶은 것이 계속 생겨나더라.
굳세어라, 런던 전시 산책자여
연말의 런던이 가장 아름답다고 들었을 때만 해도 그렇게 정신없을 줄은 몰랐다. 그 아름다움을 보기위해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것을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활기찬 런던의 연말 분위기 속에서도 전시일정은 빠트리지 않았다. 굳세어라, 전시 산책자여. 들어가라.
내셔널 갤러리 특별전
고갱 초상화 Gauguin Portraits
나는 사실 내셔널 갤러리 상설전시는 하나도 보지 못했다. 내가 내셔널 갤러리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3시가 넘었었고 그 옆에 있는 초상화갤러리까지 가야했기에 내 마음은 정말 초조했다. 고갱 초상화 특별전시만 보기로 마음을 먹었기에 망설임없이 세인즈버리 웨스트 윙으로 달려갔다.
고갱 초상화에 관한 최초의 전시회라는 '특별함'에 꽂혀 당당하게 전시장으로 입장했다. 그러나 이미 2만보 넘게 걸은 상태에서 전시를 본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선택이었다. 거기다가 고갱의 초상화는 어렵기로 유명하다. 자신이 가진 세계관과 신화관을 초상화에 반영했기에 초상화 속 인물이 누구인지 그 인물과 어떤 관계인지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를 모두 알아야 비로소 이해가 된다. 영어로 적힌 리플렛북을 들고서 멍하니 그림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테이트모던 특별전
올라퍼 엘리아슨 Olafur Eliasson In real Life
테이트 모던은 꼭 가고 싶었던 미술관이었다. 역시나 건물 자체, 공간 자체에 압도적인 힘을 지니고 있었다. 올라퍼 엘라이슨은 테이트 모던과 오랜 관계를 맺고 있다. 2003년 터빈 홀에 설치한 <날씨 프로젝트 The Weatehr Project>는 2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끌어 들였다. 또한, 최근 2018년에는 <아이스 와치 Ice Watch>를 테이트 모던 앞 마당에 설치하여 이슈가 되었었다.
올라퍼는 기후문제, 자연현상 등을 과학적, 철학적, 경제적으로 접근하는 예술가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회고전으로 규모가 조금 큰 설치물을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조금 아쉬웠으나 <Din Blinde Passenger, 2010>를 경험해 본 것으로도 충분했다. 보이지 않았던 것이 눈에 보이는 순간 느끼는 공포는 실로 놀라웠다.
런던 자연사박물관 특별전
루크 제람 Luke Jerram의 달의 미술관
런던 자연사박물관은 전 세계 3대 자연사박물관으로 손꼽힌다. 파리, 뉴욕, 런던. 그 명성답게 공간이 주는 힘이 대단했다. 한국의 자연사박물관과는 비교를 할 수 없는 규모였다. 진정한 '자연사'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 '달'이 떴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찾아갔다. 그 달이 아니였다면 굳이 자연사박물관을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루크 제람의 '달의 미술관(Museum of the Moon>이 설치되어 있었다. 루크 제람이 인류의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하며 진행한 프로젝트로 실제 달의 모습을 50만배 축소해 재현한 작품이다. 지름 7m 크기의 초대형 설치작품이다. 신비로운 달의 표면을 그렇게 가까이 볼 수 있다니 신기했다.
버지니아 울프 초상화는 어디에 있나요
내셔널 갤러리에서 포트레잇 갤러리는 굉장히 가깝다. 고갱전을 보고 초상화 갤러리로 가서 '버지니아 울프' 초상화만 보고 가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처참히 무너졌다. 1층부터 3층까지 오르락내리락 하며 열심히 찾았지만 없었다. 안내 데스크에 물어보거나 얼른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생각을 못하고 무식하게 돌아다니며 그림을 찾아 다녔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참 어리석고 바보같았던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나는 끝내 바네사 벨이 그린 버지니아 울프 초상화를 보고 오지 못했다. 왜 안보였을까. 힘든 와중에도 그 그림을 찾겠다고 용쓰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바네사 벨의 <버지니아 울프 초상화>, 1912
바네사 벨의 버지니아 울프 초상화는 ROOM 30에 있다. <30번 방>은 영국의 19세기 초(1901-14), 1차 세계 대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런던 국립 초상화 미술관에는 버지니아 울프의 초상화와 사진이 여러 점 남아있지만 이 작품만 전시 중이다.
*참고 그림 설명 링크
런던 국립 초상화 미술관의 애프터눈 티
런던 내셔널 초상화 갤러리는 트리팔가 광장에 위치해있다. 이 미술관 레스토랑&바는 트리팔가 광장과 빅벤, 런던 아이 등이 한 눈에 보이는 뷰 맛집으로 유명하다. 영화 클로저(2004)에도 나온 명소이다. 애프터 눈 티의 가격은 1인당 33.19유로이다. 예약제로 운영되기에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가야한다.
* 참고 예약 홈페이지 링크
데이비드 호크니 특별전
<Drawing from Life> (-06.28)
런던 국립 초상화 미술관에서 데이비드 호크니 특별전을 전시 중이다. 초상화 미술관의 특성을 살려 그가 그린 '초상화'에 집중한 전시이다. 1950년부터 현재까지의 작품을 선보이며 그의 뮤즈, 어머니, 친구들의 초상화 뿐만 아니라 자화상도 포함되었다. / 성인 (평일) £18 (주말)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