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침묵은 동의가 아니에요
적당한 미소로 침묵했던 나의 배려였음을...
사람은 자신이 가진 그릇의 크기만큼만 상대방의 모습을 담는다. 언젠가 한 분야의 전문가와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이야기가 옆길로 새어 주식으로 이어졌다.
대화를 이어갈수록 중간중간 알 수 없는 불편한 마음이 올라왔다.
앞으로 연락하며 지낼 만큼 에너지가 맞는 분은 아니라 생각했다. 나의 주식 투자 방식에 대해 묻기에 큰 기업에만
장기 투자한다고 간단히 이야기했다. 그러자 주식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며 나를 핀잔주는 것이 아닌가?!
그의 이야기는 이랬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바쁜 와중에도 매일 차트를 확인하며 매수 매도를 하며 수익을
내고 있는 줄 아느냐"는 것이었다. 그냥 대기업에 투자하고 몇 년 묵혀두는 것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며, 마치 나를 한글도 모르면서 책을 읽는 척하는 어른 취급을 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나의 주식 종목을 리스트업 하여 상대를 이해시킬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이미 대화 속에서 자부심을 단단히 느끼고 있는 상대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 네…” 적당한 추임새를 넣어가며 민망한 표정으로 최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뿐이었다.
맞다. 사실 난 잘 모른다. 나는 전문 투자자도 아니며
금융업에 종사한 적도 없다. 그러나 그 사람이 지금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그 방법이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을 갖추고 있었다.
앞사람에게 사고 뒷사람에게 파는 주식 트레이딩과
기업의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한 기업이 비상장주 시장에서 코스닥으로 상장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상장 후 무상증자 400%를 받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들 단번에 알아들을 만큼 주식에 대한 지식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의 작은 견해로 맘껏 자부심을
드러내며 즐길 시간을 주었을 뿐이다.
내게 가르치듯 다그치듯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 사람의 눈빛과 목소리는 매우 당당했다. 그는 여전히 모를 것이다.
거만하기 짝이 없는 자부심을 맘껏 즐길 수 있도록 적당한 미소로 침묵했던 나의 배려를…
이제와 말하지만, 나의 침묵은 당신의 말이 ‘옳다’ ‘동의한다’는 뜻이 아니다. 당신이라는 삶의 그릇의 크기를 알게 되었다는 침묵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