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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문 Dec 23. 2021

오직 모성이 지배하는 시간

찬란했던 과거야, 잘 지내니

지금 나는 아이를 위해 얼마나 희생할  있느냐 하는시간의 기준으로 살고 있다. 지금은 돌을 지난 15개월 아기. 지금은 유아로 분류(?)되는 나의 아기. 많이 사람 됐다.


아기가 신생아이던 시기에는 육아에 오랜 기간 묶여 있거나 자연주의 출산을 하며 진통을 쌩으로 겪어내거나, 모유수유를 잘하는 것이 이 세계(?)에서 나름 추앙받는 일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쌩초보 맘은 이 모든 것을 갖춘 추앙받는(?) 엄마였다. 다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허리 수술을 했기에 위험하다고 해서 무통주사는 맞지 않았고 12시간 쌩진통 끝에 출산을 했다. 하루 입원 후 퇴원해서는 계속 모유수유도 병행해 한 달 이내에 10개월 완모맘이 되었다. 개와 늑대의 시간 10개월들.


산후조리원이라도 갔으면, 육아카페와 책들을 좀 더 섭렵했다면 알았을 것들을 나는 오직 단편적으로 출산준비와 태교에만 집중하며, 이후에는 어떻게 알아지고 되겠지 하며 필수템(젖병소독기, 심지어 젖병들, 아기체육관, 아기띠, 스와들업 등) 들도 사놓지 않았다.


낳고 나서 알아보면 되지, 모유 수유할 테니 젖병은 필요 없지 하며 사놓지 않은 초보 엄마 아빠는 아기가 퇴원할 때 1층에서 젖병 두 개를 사서 돌리다 며칠 후 쿠팡(만세)으로 샀더랬다. 이상하다, 읽었던 책에는 아기가 배가 고파도 보리차만 먹여달라고 모유수유 바로 했다고 했는데, 우리나라 병원에서는 바로 분유를 먹여서 아기 주린 배를 채워서, 혼합수유(분유 반, 모유수유 반)로 출발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었다.


처음 일어선 날


모유 수유를 거부하거나, 엄마가 된 것이 힘들다고 말하거나, 아이보다 내 일이 더 좋다고 말하는 것은 금기사항이 아니었을까. 고지식하고 육아에 일천한 초보는 그렇게 생각했다. 일을 하고 싶었지만, 일도 출산 한 달 전에 그만두어 돌아갈 일터가 없다는 건 늘 쓸쓸한 일이지만.
 
나름 찬란했던 과거는 엄마가 된 수유복 교복을 입은 여자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누가 만들었을, 아니면 스스로만 가지고 있는 모성신화라는 획일적 잣대는 스스로 엄마라고 아기에게 칭하는 것도 쑥스럽기만 한 머리 질끈 묶은 여자를 옥죄었다.


언제나 성공하며 살아왔던 건 아니지만, 드라이브를 즐기고, 휴게소 한 번도 들리지 않고 즐기며 평창까지 쏘던 과거들이 나는 너무 간절했다. 그리고 그 뜨거운 커피들이 너무 그리웠다.


무엇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육아의 세계는 엄청난 좌절이자 우울감이 있다. 되돌아보면 나는 산후우울증을 겪었던 게 아닐까. 좀 더 수월해졌지만 난이도가 높아진 지금도 힘든 건 마찬가지이지만 말이다. 우울감보다 안정감이 더 커졌지만.


지금은 꽤 살만하다. 저녁 8시에 아기를 재우고 맥주를 마시며 영화도 보고, 낮에 어린이집에 잠깐 갈 시간에 카페도 가고 책도 읽는다. 그리고 가장 행복한 건, 이제 말도 잘 통하고 또래보다 말이 빠른(?) 아기와 두런두런 세상 이야기도 나누면 참 좋다.


행복의 결정체가 있다면 나의 아이겠지. 너야 호현아 나의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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