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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바다 Dec 13. 2018

틀을 깨고 나면 보이는 세상

독서치유심리학자 김영아의 힐링 책방(2)


여러분은 자유롭게 살고 계신가요? 아마도 그렇다고 쉽게 답하실 분들은 많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촘촘히 짜여있는 크고 작은 계획에 따라 살아갑니다. 계획대로 살다 보면 옳고 그른 인생의 정답들도 찾게 되지요. 그런데 그런 답에 맞춰 살다 보면 알 수 없는 답답함을 느끼곤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5년 전에 처음 만난 CEO 한 분이 있습니다. 명문 대학을 나오고 유명 회사의 최고경영자까지 단숨에 올라간 엘리트였죠. 심성까지 온화한 분이었지만 왜인지 부하 직원들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아 고민이 많았습니다.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정성대로 조직을 운영하려고 하는데 왜 항상 결과는 안 좋을까요?"

그분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회사 경영뿐만 아니라 대화하는 법, 사소한 식습관까지 정답을 만들어 놓고 따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조르바를 소개했습니다.


"무슨 일을 하십니까?" 조르바에게 물었다. 
"닥치는 대로 하죠. 발로도 하고 손으로도 하고 머리로도 하고… 하지만 해본 일만 해가지고서야 어디 성이 차겠소."


[그리스인 조르바]는 평생 책을 끼고 모든 문제를 머리로 생각하는 한 지식인이 크레타로 가는 배에서 조르바라는 인물을 만나며 시작됩니다. 그는 생각하는 삶이 아니라 행동하는 삶을 사는 조르바와 지내는 동안 인생의 큰 변화를 겪게 되는데요. 그분은 책의 화자가 자신과 꼭 닮아 있다는 것을 금방 눈치챘습니다.


조르바가 말했다.                                                                                              "지혜가 듬뿍 담긴 옛날 책을 많이 읽어, 이런 표현이 실례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약간 구식이에요."(...) 조르바는 아이처럼 모든 사물과 생소하게 만난다. 그는 영원히 놀라고, 왜, 어째서 하고 캐묻는다. 만사가 그에게 기적으로 온다. 


모든 해답을 책에서 찾았던 화자는 조르바의 삶의 방식에 큰 충격을 받습니다. 세상에 직접 부딪히면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인데요. 그 CEO분도 마찬가지였죠. 리더십과 인간관계에 관한 책을 수백 권 읽었고, 그대로 직원들과 가까워지려고 애썼지만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아 낙담한 상태였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것

책을 읽으면서 그분은 자신의 속 이야기를 하나 둘 털어놓았습니다. 사실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고요. 
"저도 조르바처럼 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그분에게 저는 조르바의 대사 한 구절을 소개했습니다.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일하고 있네.> <잘해 보게.> <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 하는가?>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의 대사를 몇 번이고 다시 읽은 그분은 조르바 같은 삶의 방식을 쉽게 이해할 수 없지만, 부럽다고 하시더군요. 

사실 그분에게 삶은 맞고 틀린 정답이 정해져 있는 시험지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분께 현실적인 제안을 했습니다. 하루에 딱 30분씩 노는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이죠. 당황한 눈으로 한참이나 고민하던 그분은 한번 고민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삶의 틀을 깨어버리다!


책의 화자도 정해진 틀에서 살다 보니 본인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요. 조르바와 함께하면서 소중한 재산을 얻게 됩니다. 바로 '자유로운 삶'이란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된 것이죠.

 

조르바는 "바보가 돼야 돼. 바보가 되지 않고는 자유로워질 수가 없어."라고 말했다. 바보가 되기 위해서는 삶의 진창에서 뒹굴어야 할지 모른다. 어쩌면 모든 것을 잃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뒹굴고 잃어야 깨끗하게 비워져 자유로울 수 있다.


몇 달 뒤 그분은 한결 여유 있는 모습으로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이 구절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으며 자신을 돌아봤다고 하더군요.

"매일 오후 2시가 되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30분씩 빈둥거렸습니다. 큰일 날 줄 알았는데, 그런 게으름이 오히려 머리를 비우게 했습니다."
마음의 여유를 찾아 의무감으로 대했던 인간관계에도 여유가 조금씩 생겼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들의 목록을 살펴보느라 밤을 지새우는 대신 살아 있음을 만끽하고 생생하게 살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제부터는 모든 일에 정답을 정하지 않고, 유연하게 행동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습니다. 


틀을 깨고 나면 보이는 또 다른 세상


인생에 답답함을 느끼는 많은 분들이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은 후 해방감을 느낀다고 하는데요. 특히 최고의 장면으로 꼽는 구절이 있습니다.

 

"조르바! 이리 와 봐요! 내게 춤 좀 가르쳐주세요!"                                                             조르바가 펄쩍 뛰어 일어났다. 그의 얼굴이 황홀하게 빛나고 있었다.                                         "춤이라고요. 정말 춤이라고 했소? 좋아요! 이리 와요!"                                                      "조르바, 갑시다. 내 인생은 변했어요. 자 놉시다!" 


틀에 갇혀 살던 책의 화자가 조르바와 함께 춤을 추며 인생의 모든 기쁨, 슬픔 등을 털어내는 장면인데요. 참 행복해 보입니다. 여러분의 삶은 어떠신가요? 혹시 여러분도 스스로를 가두고 옥죄고 있진 않나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찾고자 한다면 조르바의 말에 한번 귀를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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