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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바다 Dec 18. 2018

상처 받은 그대에게

독서치유심리학자 김영아의 힐링 책방(3)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는 말 공감하시나요? 상담을 하다 보면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힘들어하다가 세상을 향한 마음까지 닫아버린 분들을 많이 만나곤 합니다. 오늘은 사람에게 상처 입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힐링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불만으로 가득한 남자, 오베

작년 연말 사업가 한분이 뾰로통한 얼굴로 저를 찾아왔습니다. 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왔다는 듯 아주 까칠하고 퉁명스러운 태도였습니다.
"저는 누구와도 대화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말한 뒤 입을 닫았습니다.

딸은 아버지가 만나는 사람마다 싸우고 소리치는 게 문제라고 했습니다. 전 그분에게 소설 [오베라는 남자]의 주인공 오베와 참 닮았다고 말했습니다.

오베에게 점원이 말했다. "랩톱을 쓰셔야겠죠?" 오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위협적으로 카운터에 몸을 기댔다."아니, 난 '컴퓨터'를 원한다고." "손님, 랩톱도 컴퓨터예요." 순간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오베는 삿대질을 시작했다. "내가 그 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지?"

오베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지 상관없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고집불통이지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할 리가 없죠.

이 구절을 읽던 사업가분은 크게 화를 냈습니다.

"뭐가 잘못됐다는 거죠? 처음부터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잖아요. 세상이 다 이렇게 만든 겁니다."

사업가 분은 왜 오베의 화를 세상의 문제 때문이라고 단정 지으며 말했을까요?



세상에 등을 돌린 이유

오베는 자기가 주택을 좋아하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마도 그것들이 이해할 수 있는 존재라서 그랬으리라. 주택은 공정했다. 공을 들인 만큼 값어치를 했다. 안타깝게도 사람보다 나았다.

처음부터 오베가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사기를 당하고, 그런 일들이 쌓이면서 변하게 된 거죠. 사업가 분도 사실 20년 지기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 회사를 잃고 다시 재기한 상황이었는데요. 다른 사람들은 물론 심지어 가족들과도 대화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회피한다고 그 상처가 극복될 수 있을까요? 아니요. 상처는 더 깊어만 갈 겁니다.

지금 혹시 여러분도 오베처럼 터무니없는 일이 일어나는 세상,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을 향해 등을 돌리고 서 있지는 않은가요?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다

안타깝게도 오베의 상처는 더 깊어져만 갑니다. 자신을 유일하게 이해해 줬던 아내 소냐가 세상을 떠나고 평생을 바쳐 열심히 일했던 일자리마저 잃자 삶의 의욕을 잃어버렸죠. 결국 아내를 뒤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결심하는데요.

인생이 이리될 줄은 몰랐다. 열심히 일해서 모기지도 갚고 세금도 내고 의무도 다했다. 결혼도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하자고, 서로 그렇게 동의하지 않았던가? 오베는 그랬다고 분명히 기억했다. 그런데 소냐가 먼저 죽는 쪽이 될 줄은 몰랐다.


사업가 분도 홀로 남겨진 오베의 아픔을 깊이 공감한 듯 눈물을 보였습니다. 저는 이 구절을 읽어보라고 권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요. 처음에는 새 물건들 전부와 사랑에 빠져요. 매일 아침마다  모든 게 자기 거라는 사실에 경탄하지요. (...) 그러다 세월이 지나면서 집은 빛바래고 여기저기 쪼개지죠. 그러면 집이 완벽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해서 사랑하기 시작해요."

오베의 아내 소냐가 죽기 전 오베에게 했던 말인데요. 소냐는 오베가 불완전한 대상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다시 세상에 나서길 바랐던 것이었습니다. 사업가분의 딸도 아마 그런 희망으로 저를 찾아왔을 겁니다. 


세상과 화해하는 법을 배우다

아내가 생전에 했던 조언들을 하나 둘 떠올리던 오베는 다시금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됩니다. 바로 자신이 귀찮게만 느끼던 이웃들 덕분이지요. 이웃의 출산을 돕고, 집수리를 해주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이웃의 해결사가 되어 있었던 거죠.

오베는 근처 네 군데의 거리 안에 있는 거의 모든 집을 찾아가 이것저것 수리했다. 그는 늘 사람들의 무능함에 대해 노골적으로 투덜거렸다. 하지만 소냐의 무덤가에 혼자 서 있을 때면 이따금 이렇게 중얼거렸다. "낮에 뭔가 할 일이 계속 있으니까 사는 게 가끔 꽤 괜찮긴 해."

여전히 툴툴대긴 하지만, 오베는 변해 있었습니다. 짜증스럽게만 느끼던 인간관계에서 삶의 의미를 찾게 된 거죠. 사람이 갑자기 변하지는 않습니다. 변화도 연습이 필요하지요. 점점 만남이 많아질수록 딸의 노력 때문인지 사업가분의 툴툴거림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저는 그분께 아주 가까운 이웃들과 먼저 인사를 해보라고 권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베의 이야기에 울고 웃으며 다시 한번 타인을 마주하고 세상을 헤쳐 나갈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혹시 여러분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고 실망해서 마음이 어렵다면 이 책을 펼쳐 보면 어떨까요?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다시 사람으로 치유하며 살아가는 게 삶이라는 것을 오베는 우리에게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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