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01 기록
(글을 다시 쓰고 싶었다. 옛날사람 인증하는 말이지만 소싯적 싸이월드 시절엔 내 다이어리를 보러 출석해 주는 사람들도 있었더랬다. 어쨌든, 기왕 다시 시작하는 거 첫 단추부터 완벽하게 꿰고 싶어 너무 많은 고민을 하는 것 같다. 이러다간 영영 못쓰지 싶어 그냥 일단 적고 본다. 시작이 반이니까)
나는 왜 이직을 한 걸까?
잘 다니고 있던 건 두 말할 것도 없고
‘정갈님이 나가면 이 회사는 어떡하냐’라는 말을 퇴사소식을 전한 분들마다 하실 정도로 인정받으며 또 그만큼 내 회사처럼 헌신하며 11년간 몸 담았던 애정하는 회사를 박차고 나온 건 뭐 때문일까?
도전하고 싶고 어쩌고 그런 표면적인 이유 말고 진짜 내가 이직을 해서 뭘 얻고 싶었던 걸까?
이직한 회사에서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보는’ 수습기간을 무사히 마치고 이제 좀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때가 오니 다시 한번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내가 전 회사에서 리더로서 받았던 평가 중에 평생 잊을 수 없는 코멘트들이 있는데
내 자랑이지만 몇 개만 말해보자면..
- 정갈님이 내 팀장님이라 감사하다.
- 정갈님이 이끌었던 데이터분석팀이 역대 가장 데이터분석팀다웠다.
조심스럽게 단언컨대 리더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극찬이 아닐까 싶다.
저 말을 직접 들었을 때 혹은 실장님께 전달받았을 때 그 순간의 벅찼던 감정은 아직도 잊히질 않는다.
실장님도 우리 팀의 팀워크가 부럽고 또 내가 부럽다 하셨던 것도 기억난다.
그래, 맞아.
결국 나는 또 저런 피드백을 듣고 싶은 것이다.
저런 말을 해 줄 또 다른 동료를 만나고 싶고,
저런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좋은 조직을 또 만들고 싶은 거다.
새로운 곳에서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도 난 또 좋은 팀을 만들 수 있고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게 맞다. 증명하고 싶다.
그런데 사뭇 요즘 느끼는 건..
그 조직이었기에, 그 문화였기에, 그 사람들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거다.
다른 조직, 다른 문화, 다른 사람들에게는 기존의 것과는 다른 리더십이 필요하다.
정답이 없고, 때와 상황에 따라 다르기에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은 어려운 것이었다.
그렇지.. 역시 쉬운 건 없다.
그렇지만 과거의 타성에 젖지 않고 빨리 깨달은 나 자신을 고무적이라고 생각해 본다.
어떤 것이 이 조직에 맞는 리더십인지 기꺼이 탐구하고 고민하여 변화할 의지와 열정이 있다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리고 또 믿는 것은 진심은 통할 것이라는 것.
내가 진정으로 우리 팀과 팀원들을 아끼고 나보다 더, 아니 그 누구보다 더 인정받고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는 것.
그들과 우리 팀의 성장/성과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이 될 자신이 있다는 것.
나의 이 진심은 통할 것이라 믿는다.
그리하여 훗날, 훌륭한 팀과 그 팀의 내 사람들을 남기며 다시 한번 박수칠 때 떠나는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나에게 행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