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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언니 Feb 02. 2021

9년 동안 8번 이직 (3rd.)

그때는 메뚜기, 지금은 능력자

'9년 동안 8번 이직' 마지막 스토리 시작~



관계없는 얘길 하나 하자면,

9년 동안 8번의 이직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면접을 봤는지 기억도 다 나지 않는다. ^^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

면접도 어느 순간부터 떨리지가 없더라~

크게 면접 준비를 하지 않아도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답을 하는 경지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사실 난 10년 차부터 지금까지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어, 

요즘 면접 트렌드를 잘 알지 못한다.

(요 근래 면접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본인의 진짜 모습을 잘 숨길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면접도 마찬가지다. 


경력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 사람의 진짜 역량인 지 제대로 검증을 해야 한다.

이력서에 적힌 화려한 경력들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

평판조회는 기본이고, 제휴사, 거래처 등 다방면에 걸친 후보자 검증이 필요하다.


잘못된 채용은 되돌리기 힘들다. 

그러므로, 애초에 제대로 된 채용을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일곱 번째 회사에서 그렇게 퇴사를 하고,

6개월 정도 쉬었다.


이직하고 그만두고, 이직하고 그만두고를 반복하면서 사실 좀 지치기도 했다.


그만둘 때마다 겪는 감정들...

공허함, 허탈함, 불안함 등...........그 감정들이 사실 제일 힘들다.


그래서 그동안 해 온 교육 업무가 아니라, 새로운 분야에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었다.


컴퓨터 그래픽스 운용 기능사!

합격률이 매우 낮은 꽤 어려운 시험이다.


학원 등록을 하고,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수업을 들었다.

우리 반에서 내 나이가 제일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열심히 했다. 어린 친구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고...

그리고 6개월이 지난 후, 첫 도전한 시험에서 필기/실기 모두 합격했다.


오랜만에 국가공인 자격증을 보니 기분이 이상하더라~


이 일을 계기로, 업무를 바꿔볼까 했지만,

30대 초반인 내가 신입처럼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이도, 연봉도, 직급도 모두 허들이었다.

(나이 많은, 경력도 없는 신입을 쓸 회사는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시 교육업으로 돌아갔다.

국내 유수 대학의 교수님이 오너인 연구원이었다.

면접에 합격하자마자 출근이 결정되었다.


6개월을 놀아서인 지, 출근이 신나고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입사하고 한 달을 복사하고, 코팅하고, 간식 세팅하고...

계속 이런 일들만 주어지니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이 일을 비하해서가 아니라, 경력 9년 차인데 머리 쓰는 일을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어, 실장급 직원 분께 얘길 했고,

그 뒤로 다행히 업무가 바뀌기 시작했다.


보고서도 쓰고, 기획서도 쓰고, 컨설팅도 하고..

운영도 하고...


6개월 쉬고 들어온 여덟 번째 회사는 매우 빡센(?) 회사였다.


아침 9시에 출근해, 새벽 2-3시에 퇴근하는 날이 많았다.

당시 서울 콜택시 브랜드가 나비콜이었는데, 나비콜 VIP가 되었으니 말이다.


입사했을 때, 그만둔 직원들 사유가 대부분 건강상 이유라고 들었다.

대체로 이직이나 결혼, 출산 등이 이유인데.....건강이라니...

조직원들의 나이는 대부분 20대에서 30대 중반 사이였다. 

(젊었다!!)


그런데, 몇 개월 일해 보니 왜 건강이 나빠져 그만두는지 알게 되었다.


야근은 기본이고, 새벽 근무도 비일비재했다.

출장도 많았고, 연수원에 들어가면 3-4일씩 나오지도 못하고, 밤낮없이 교육 운영을 해야 했다.


내가 일한 여덟 곳의 직장 중, 제일 업무 강도가 높았다.


워크숍이라도 가면, 전 직원 참석은 필수!! 회식도 전 직원 참석 필수!!

장기자랑도 하나씩 준비해야 했다.

(지금 이러면 TV 나오지 않나? 그땐 그랬다. 이게 통용 되었었다..........ㅠ.ㅠ)


물론, 배운 것도 많았다!!

제안서부터, 컨설팅 보고서 작성까지...

정말 체계적으로...의미를 담아, 기승전결에 맞게 작성하는 법을 배웠던 것 같다.


컨설팅 보고서 하나를 쓸 때도...해당 기업의 20년 치 기사를 뽑는다.

(성인 키보다 높게 나옴!)


그 기사들을 다 읽고 우리가 써야 할 교육 분야 기사만 따로 모아 연도별 히스토리를 정리한다.

이 정리 내용을 토대로, 

앞으로 이 기업에서  HRD의 역할은 무엇 인지, 어떤 교육을 통해 사람을 성장시켜 나가야 할지를 작성한다.


과정이 힘든 일이지만, 결과는 기업 CEO가 보면 감동할 정도가 되었던 것 같다.

우리 보고서 때문에, 해당 기업 담당자가 혼이 났다고 하니 말이다.

외부 회사도 이렇게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내부 너희들은 뭐하냐고....그러셨단다!!


물론, 단점도 있다.

해당 기업 실무자들이 우리 회사를 싫어하는 거다.

잘하니까 싫고, 위에서 칭찬하니까 싫고, 찍어 누르니 싫고...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이 많았다.


장기적으로 보면, 실무자와 잘 지내야 한다.

위에서 찍어 누르는 식의 관계는 오래가지 않을뿐더러,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이 계속 따른다.


갑이면 몰라도, 을의 위치에서 이런 사업 방식은 

실무자가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단기간에 지칠 수 있고 성과도 나지 않는다.


여덟 번째 회사...

이렇게 고생을 하고, 이렇게 일을 했는데........왜 그만두었을까?


이 회사의 높은 분께서...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상을 가진 분이셨다.

(그땐 그랬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보고서를 1차 완료한 늦은 밤...

이 분께서 친히 피드백을 주시겠노라며 회의실에 관련 직원들을 부르셨다.


여직원 3명!

한 명은 미혼, 두 명은 기혼(가임기 여성, 나 포함)이다.

2시간의 피드백 시간 동안 3 명의 여직원 앞에서 담배 1갑 이상을 피셨다.


2시간 동안 담배 연기를 마신 나는....

그분이 회의실에서 나가자마자 눈물이 났다. 서럽게 눈물이 났다.


내가 담배 연기 맡으려고 일하고 있나...

결혼도 했고, 앞으로 애도 가져야 하는데...2시간 담배 연기가 말이 되나

그분 딸이라면...아내라면...2시간 동안 앞에 앉혀 놓고 담배를 필 수 있을까...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밤 12시가 다 된 시간, 서럽게 울며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나 회사 그만둘래! 그만두게 해 줘!"

"무슨 일이야?"

"나 지금 담배 연기 2시간 마셨어. 나 그만둘래. 지금 목 아파서 기침 나와. 흑흑..."

"그래 그만둬. 그만둬 자기야!"


그렇게 밤 12시가 넘은 새벽에 나는 사표를 냈다.


다음 날 짐 챙기러 회사에 갔지만, 담배를 피신 분과 다른 윗분 한 분은 끝내 날 보지 않으셨다.


거의 매일 밤새며 일했는데...

내 업무능력까지 다 부정되는 느낌이 들어 허탈했다.


다른 직원들은 그렇게 그만두는 날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일이 전에도 일상처럼 일어났고, 세뇌되듯이 다들 아무 생각 없이 그런 일을 당하고 있었던 거다.

그 외에도 말이 안 되는 일들이 정말 많았던 곳이지만, 생략하겠다.

지금은 그때보다 나아졌을 테니까...


그리고, 예전 회사 일들을 도와주며 지내던 어느 날,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 채용공고를 보게 되었고, 원서를 냈다.

면접 일정을 통보 받고, 실무진 - 임원진 - 오너 면접까지 마치고 지금 회사에 입사를 했다.

(공채였기 때문에 꽤 높은 경쟁률이었고, 평소에 뵙게 힘든 높은 분 면접까지 볼 수 있었다.)


그때 나는 결혼은 했고, 아이는 없는 상태였다. 

즉, 임신을 할 확률이 높은 시기였다.


3번의 면접이 진행되는 동안, 임신, 출산, 결혼과 관련된 질문은 하나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회사에 입사가 되지 않더라도 정말 좋은 이미지로 이 회사를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입사까지 되었으니....매우 많이 기뻤다.!!


비록, 직급도 강등되고(과장에서 대리로), 연봉도 좀 깎였지만...(좀이 아니라 좀 많이...)

그래도 기뻤다~


기쁘고 고마운 마음으로 입사한 회사라 그런지, 현재 11년째 근무 중이다.


9년 동안 8번의 이직 스토리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다음 편부터는 지금 일하고 있는 이곳의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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