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트레킹 짐싸기
슬슬 가야할 날이 다가오니 이것 저것 사야할 것들이 많다. 그래도 안나푸르나 가는데 등산화도 발목 있는 걸로 새로 사야겠고 등산 가방도 허리벨트 있는 걸로 새로 사야겠다. 물론 방한 등산바지도 빠질 수 없지. 트레킹에 필요한 짐들을 우선 메모장에 적어본다.
- 상의 : 이너, 반팔 두개, 기모긴팔티, 소프트쉘, 폴라텍자켓, 바람막이 두개, 패딩점퍼, 라이트다운, 잠옷티
- 하의 : 이너, 춘추바지, 방한바지, 트레이닝바지
- 반한용품 : 모자, 썬글라스, 마스크, 넥워머, 털장갑, 겨울장갑, 핫팩
- 양말 : 울양말 두개, 반양말, 발가락양말, 수면양말
- 등산용품 : 아대, 등산화, 운동화, 우의, 아이젠
- 속옷 : 브라 3개, 팬티 5개 (등산용)
- 관광용 : 기모티셔츠, 청바지, 양말 두개, 속옷
- 의약품 : 해열제, BCAA, 근육이완제, 반창고, 파스
- 화장품 : 썬크림, 클렌징폼, 수분에센스, 영양크림, 립글로즈, 비비크림 쌤플, 시세이도 하드포뮬라
- 위생용품 : 물티슈, 무민물티슈, 두루마리, 수건
- 전자제품 : 폰 충전기, 보조배터리 1만 한개, 2만 한개, 가민피닉스시계, 가민충전기
- 간식 : 날진물통, 스텐레스컵, 포카리분말, 된장국분말, 보노보노, 참기름, 고추장, 김자반, 믹스커피
우선 가장 중요한 등산화, 등산바지, 등산배낭을 사야한다. 발이 편해야 트레킹을 무사히 할 수 있을 꺼란 생각에 트레킹화를 엄청나게 검색했다. 내가 필요한 건 발목있는 중등산화. 등산알못이라 최신제품은 필요없었기에 이월제품 중 할인율이 큰 제품 위주로 폭풍서치를 했다. 마음에 드는 예쁜 모델은 대부분 사이즈가 없었다. 한 3일간 검색을 한 것 같다. 마리오아울렛에서 팔고 있는 머렐 중등산화를 찾아냈다! 무난하게 브라운 색상으로 구입하고 싶었으나 휘황찬란한 보라색 등산화를 살 수 밖에 없었다. 암, 등산화는 화려해야지.
등산화 다음은 배낭. 30리터 미만은 짐을 얼마 넣지 못할 것 같고, 40리터는 일단 여자들이 메기에 너무 크다. 30~35리터의 배낭을 사면 될 것 같은데 그 안에도 너무나도 많은 배낭들이 있다. 32리터나 35리터를 사면 짐도 어느 정도 넣을 수 있고 배낭 양쪽에 주머니와 스틱을 걸 수 있는 고리도 달려 있어서 편리할 것 같았다. 비가 올 것을 대비하여 배낭커버도 필요했기에 배낭커버가 포함된 가방을 골랐고, 배낭을 멨을 때 어깨의 무리를 줄여주기 위한 허리벨트가 있는 것으로 골랐다. 그러다 보니 3~4개 정도로 후보군을 고를 수 있었다. 가격은 10만원 미만. 트레킹때 힘들지 않을 배낭을 생각하니 배낭무게가 가장 가벼운 것으로 골랐다. 무려 900g인 트렉스터 의 스텔라 배낭을 구입했다. 등산화와 배낭을 구입하고 나니 우선 트레킹을 갈 수 있는 최소 물품을 다 갖춘 셈이다.
바지는 입어봐야 할 것 같아 퇴근길 블랙야크 매장에 들렸다. 방수와 방풍이 잘 되는 바지를 추천받아 입어보다 보니 히말라야를 갈 거라는 말을 하게 되었고 갑자기 신난 매장직원 아저씨께서 적극 추천해주신 바지를 사게 되었다. 더불어 기능성 이너도 추천해주셔서 아래위 세트로 한 벌 구입했다. 땀이 바로바로 말라서 히말라야 트레킹에 적격이라고... 블랙야크 직원들은 필수로 히말라야를 다녀와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보니 블랙야크가 히말라야의 블랙야크를 의미하는 거였다. 그리고 후리스처럼 생겼지만 폴라텍이라고 부르는 통기성이 좋은 후리스같은 자켓을 추천해주셨는데 때마침 막 오늘부터 세일에 들어가서 안사면 손해라고 강추하셨다. 팔랑팔랑 귀를 펄럭이며 추천해주신 모든 제품을 구입해서 뿌듯한 발걸음으로 매장을 나왔다. 그리고 등산을 좋아하는 곤이에게서 추천받아 울양말 3켤레와 미스테리 월의 폰 캐리어도 구입했다.
등산을 잘 다니지 않았던터라 소소하게 사야할 것들이 많았다. 회사옆 다이소에 들락날락거리며 준비물을 샀다. 다이소에는 정말 없는 게 없었다. 된장국 분말, 초코바, 홍삼캔디, 믹스커피 등 각종 간식거리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우비, 넥워머, 물티슈, 호루라기, 압축팩 등을 구입했다.
자, 이제 짐을 싸야한다. 빠진 물건을 없는지 준비한 짐들을 죽 늘어놓아본다.
지퍼백이나 봉지에 나누어 담으면 나누어 담을 수록 냄새도 안배고 짐 갖고 다니기도 편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작은 사이즈의 압축팩을 여러개 사서 옷을 다 나누어 담았다. 투명해서 내용물이 다 보이지만 그래도 구분하기 편하도록 네임펜으로 봉투에 내용물을 적어두었다. 포터에게 짐을 맡길 때 10kg이 들어가는 엄청 큰 배낭에 짐을 넣어서 맡기기 때문에 부피를 줄여주는 압축팩이 아주 요긴하게 쓰였다. 뿐 만 아니라 캐리어에 넣을 때도 꾹꾹 눌어담기 아주 편리하다. 여행 필수품이다.
간식을 하루치씩 나누어 담아갔지만 매일매일 같은 양의 간식을 먹는 것이 아니어서 결국 남은 것끼리 다시 담아야했다. 그냥 봉지째로 가져갔으면 됐을 것을 괜한 수고를 했다.
짐을 다 챙겼으니 트레킹 일정을 정리해보았다.
1일차 : 힐레까지 지프로 이동 > 울레리
2일차 : 울레리 > 고레파니
3일차 : 푼힐 > 츄일레
4일차 : 츄일레 > 시누와
5일차 : 시누와 > 데우랄리
6일차 : 데우랄리 > ABC
7일차 : ABC > 시누와
8일차 : 시누와 > 마큐 > 지프로 포카라로 이동
네팔지명이 와닿지 않아 너무 헷갈렸다. 안나푸르나 트레킹 지도를 보며 각 지명을 확인하고 트레킹 필수품인 맵스미를 다운받아 각 지점을 저장했다. 우리는 삼각형 모양으로 트레킹을 하게 된다. 각 지점별 고도도 확인하여 내려가는지 올라가는지 체크를 해두었다.
루트를 확인하고 트레킹 후기들을 보는데 분명 내리막으로 알고 있는 구간에 수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사진이 보이고 뭔가 이상했다. 구간의 시작점과 종료점의 고도로 보면 내리막이 맞지만 중간에 산을 넘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점간의 고도를 직선으로 연결한 고도표 말고 지형을 반영한 고도표가 만들고 싶어졌다. 그 지형은 맵스미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구간별 맵스미 루트를 찍어 캡쳐하고 이어붙인 후 한땀한땀 고도표를 그렸다. 고도표의 경사도의 난이도까지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맵스미의 예상시간과 각종 후기들을 참고하여 스케줄을 짜보았다.
스케줄을 짜보니 생각보다 트레킹이 할 만할 것 같았다. 보통 아침 7~8시경에 트레킹을 시작하고 3~5시경에 롯지에 도착할 수 있는 스케줄이었다. 점심도 한시간~한시간반 정도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반영했다. 스케줄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머릿속으로 안나푸르나 10번도 더 올라갔다 온 것 같다.
넉넉히 700달러를 환전하고 여행자보험과 고산 위험이 있는 5일간 월드노마드 보험에 가입하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니 빨리 떠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