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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샬 May 08. 2020

인도에서도 소고기를 먹을 수 있다

'소'는 안 되지만 '물소'는 되는 이유

인도 원래 소고기 못 먹는 나라 아니야?


인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조차도 많이 알고 있는 것. 바로 인도에서는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고 할 수 있다. 인도인 전체가 소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인도인의 80%가 속하는 '힌두교'에서 '암소'를 숭배하고 있으며, 소를 식용하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기 때문에 인도인 전체가 소고기를 먹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힌두교의 '암소 숭배'


인도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


암소 숭배는 기원전 1500년경부터 시작된 아리야인들의 이주에서부터 시작된다. 아리야인들은 기원전 1500년경 중앙아시아 어느 지역에서 이란을 거쳐 인도 서북부의 인더스 강 상류 유역에 들어왔다. 이들은 주로 암소나 말을 유목하면서 살았는데 그 가운데 암소는 우유와 고기를 제공해주고 원시적 형태의 작물을 경작하거나 짐을 운반하는데 쓰였다. 암소는 그 수가 재산을 계산하는 척도였을 만큼 매우 중요했고, 그들은 암소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쟁을 치루기도 했다. 하지만 이 당시에는 제사나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여전히 암소를 대규모로 도살하고 암소 고기를 먹었다.


하지만 기원전 600년경부터 식량의 자급자족과 수공업이 발달하면서 동북부 인도에는 거대한 도시 문명이 탄생했다. 새로운 도시 문명은 농경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암소를 보호하고자 하는 세계관을 태동시켰고, 이는 전통 브라만교와의 충돌이 불가피했다. 이 무렵에 등장한 불교와 자이나교는 불살생을 주장했는데, 여기에서의 불살생 역시 농경에 중요한 암소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불살생 사상은 힌두교에 영향을 끼쳐 브라만으로 하여금 불살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만들었으며, 기원전 3세기 인도를 최초로 통일한 아쇼까 왕의 통치 정책에 힘입어 성우(聖牛) 사상, 즉 암소 숭배 사상이 전 인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기원전 200년~서기 200년 사이에 집대성된 힌두교의 가장 권위 있는 법전인 '마누 법전'에서는 불살생을 명확히 실천해야 하는 법칙으로 규정해 강조하고 있다. 한편, 마누 법전에서는 제사에서의 살생은 용납되는 것으로 규정했는데, 이는 카스트의 최상층인 브라만의 경제 기반을 확고히 유지하고 그를 통한 불평등 사회 질서의 통제를 꾀한 것이었다. 직업과 관련해 생물에 조금이라도 위해를 가하는 일이 부정한 것으로 규정된 것도 당시 법전에서부터였다. 결국 제사에서 살생은 성스러운 것으로서 허용되고 그 외의 살생은 부정한 것으로 관련된 직업의 카스트는 사회에서 최하위에 처하게 됐다.


암소를 보호하는 신, 크리슈나(कृष्ण)


암소 보호와 관련된 신화는 힌두교의 3대 신 중 하나인 '비슈누'의 화신 '크리슈나'를 통해 잘 나타난다. 신화 속의 크리슈나는 태어난 후 목자들에게 버려지고 그들에 의해 성장한 후 암소를 키우는 신으로서 자리 잡는데, 그를 통해 암소 보호의 정당성을 읽을 수 있다. 신화 속에서는 '인드라'라고 하는 신이 제사에 바치기 위해 세상의 모든 암소를 노획했는데, 이 암소를 크리슈나 신이 모두 풀어줘 버렸다. 이에 크게 노한 인드라가 소를 모두 잡아 죽이려고 세상에 홍수를 내렸는데, 크리슈나가 '고와르다나'라는 거대한 산을 쌓아 암소들을 그 위에 모두 대피시켜 그들을 보호했다고 한다. 인도 최고의 축제 중 하나인 '디왈리'는 크리슈나가 인드라로부터 암소를 보호한 이 신화의 사건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결국, 지금의 힌두교도들이 암소를 숭배하고 암소의 식용을 금기시하는 이유는 '마누 법전'과 '베다' 등에 명시된 '불살생'의 원칙과 힌두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신인 '크리슈나'가 바로 이 암소들을 보호하는 목동이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소라고 다 같은 소가 아니다


물소의 모습


그런데 인도에 있는 음식점을 방문했을 때 가끔 볼 수 있는 소고기가 있다. 이 고기는 Buff, 혹은 Buffalo라 불리는 '물소'의 고기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물소는 소 아닌가? 왜 암소를 비롯한 다른 소(Cow)는 먹으면 안 되고, 물소(Buffalo)는 먹어도 되는 것인가? (물론 대다수의 힌두교인들은 이러한 물소고기도 먹지 않는다.)


물소는 암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성하게 여겨지지 않는 소이다. 물소는 농사용으로도 쓰이고 우유 생산량이 암소보다 더 많으며 가죽도 매끈해 활용도가 높지만, 도축용으로 판매되는 등 미천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이는 ;야마'라고 하는 힌두교의 신 때문이다. 야마는 흔히 말하는 저승의 신 '염라대왕'의 모티브가 되는 신으로, 죽음의 신이라고 할 수 있다. 야마는 검은 물소를 타고 밧줄로 된 올가미를 들고 다니며 죽은 자를 야말록이라는 죽은 자의 공간으로 돌려보낸다고 한다. 한편, 이 야마가 타고 다니는 것이 '검은 물소'인데, '죽음의 신'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힌두교인들에게는 부정적으로 여겨지게 된다. 결국 물소는 크리슈나 신이 보호하는 '암소'에 비해 '부정'적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물소 덕분에 인도가 세계 최대의 소고기 수출국이라는 사실이다. 무려 5000만 마리의 물소가 도축을 위해 사육되고 있으며,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2014년 인도는 208만 2000톤의 소고기를 수출했다고 한다. 이는 전 세계 '물소고기'의 40%를 넘는 규모다. 인도의 12억 인구 중 소를 숭배하지 않는 약 2억 명의 무슬림들이 물소 사육과 도축, 우육 생산 및 수출의 역할을 맡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인도의 모든 식당에서 이 물소고기를 판매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부정적인 물소라고 하더라도, 소는 소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소는 물론이고 돼지고기조차도 육식이고 살생의 일종으로 여기기 때문에, 이러한 물소를 판매하고 식용하는 것은 힌두교인들에게는 부정적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Buff, 즉 물소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특정 식당으로 찾아가야만 한다. 물소고기를 파는 식당으로는 대표적으로 '스테이크' 식당, 혹은 티베트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 외국에서 들어온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등이 있다.


인도 <Smoke house deli>에서 파는 물소 스테이크
인도 <Johnny rockets>에서 파는 물소 패티 버거




물소도 금지될 수 있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한편, 최근 인도에 힌두교 근본주의를 강조하는 '모디' 정권이 들어서면서 소를 숭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엄격한 힌두교도로 알려진 모디 총리는 2014년 선거 유세 때 "소를 도살하는 이들은 우리나라 우유의 강을 파괴하는 자들"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총리가 된 모디는 소를 보호하는 것을 주요 정책 과제로 삼고 초강력 '소 보호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모디 총리가 주지사를 지낸 구자라트주 의회는 암소를 도살하면 현행 7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받던 것을 최고 종신형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동물보호법 수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심지어 그동안 식용으로 사용되던 '물소'마저도 식용 금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모디 정권이 집권을 거듭하면서, 힌두교의 근본 교리를 중시하는 '힌두 근본주의'는 더욱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힌두교의 '적'으로 여겨지는 '무슬림' 세력들이 핍박을 받고 있다. 만약 이러한 힌두 근본주의가 힘을 얻는다면, 향후에는 '물소'의 식용도 금지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겨우 '소고기'를 먹는 행위도 인도에서는 종교 등의 문제로 인해 상당히 복잡한 논란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에서 굳이 소고기를 먹어야겠다면 '물소(Buff)' 고기를 판매하는 식당을 찾아보자. 사실 물소고기는 우리가 먹는 소고기에 비해 상당히 맛이 떨어진다. 고기가 질기고, 육즙이 부족한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소고기를 먹기 어려운 인도에서 물소고기는 일종의 축복과 같다. 물소도 결국에는 소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나마 물소고기를 먹는 것이 다행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모디 정권에서 물소고기를 아예 금지하기 전에 많이 먹어두자.



참고 자료 : <암소와 갠지스 : 인도의 두 어머니>

경향신문, <힌두교서 소라고 다 같은 소는 아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707261006001

연합뉴스, <소 신성시하는 인도, 실은 세계 최대 소고기 수출국>

https://www.yna.co.kr/view/AKR2017042411390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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