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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샬 May 04. 2020

복잡한 인도에서 찾는 고요함, 우다이푸르 #1

조용하고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다

인도는 어느 곳이나 다 복잡할까?


'인도'를 여행해본 사람들에게 '인도는 어떤 느낌인가?'라고 물어본다면, 높은 확률로 '복잡함'이라고 답할 것이다. 인도를 여행하려면 보통 수도인 '델리'로 입국을 하게 된다. 델리에 입국하자마자 공항에 있는 많은 인파를 뚫고 나가면, 수많은 릭샤들이 호객 행위를 하면서 붙잡는다. 그렇게 인파를 뚫고 어떻게든 릭샤에 타서 가는 곳은 또 '복잡함'의 대표적인 장소인 '여행자의 거리', 빠하르 간즈다. 빠하르 간즈에서 지독한 호객 행위에 시달리다 보면, 온몸에 진이 빠져버린다. 이처럼 심각한 복잡함은 델리 이외에 '바라나시'에서도, '아그라'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복잡함만이 있을 것 같은 인도에서 의외의 고요함을 찾을 수 있는 도시가 한 곳 있다. 그곳은 바로 라자스탄에 위치한 '우다이푸르'라고 하는 도시다.




도착한 날 아침에 봤던 우다이푸르의 '피촐라 호수' 전경


2013년 초, 인도어과의 동기들과 함께 인도를 여행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우다이푸르에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우리가 계획한 코스는 '델리 - 우다이푸르 - 자이푸르 - 아그라 -  바라나시 -  심라 - 델리'의 순서였고, 우다이푸르는 처음 도착한 델리에 이어 두 번째로 도착한 도시였다. 왜 우다이푸르를 두 번째 여행지로 선택했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사전 조사를 하던 중 이 도시가 인도인들이 신혼여행으로 많이 찾는 '로맨틱'한 곳이라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고, 단순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피촐라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며


처음 '우다이푸르'를 방문할 당시에는 기차를 타고 갔다. 델리에서 우다이푸르까지 기차로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0시간이 소요된다. 말이 10시간이지 사실 굉장한 인내심이 필요한, 상당히 긴 시간이다. 심지어 우리가 탄 기차에서는 바퀴벌레가 나왔고, 이로 인해 잠을 꽤 설쳤기 때문에 그만큼 피로감이 가중됐다. 고생 끝에 도착한 '아침'의 우다이푸르는 안개가 자욱했다. 1월이어서 그런지 날씨가 꽤 쌀쌀했고, 안개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스산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왠지 기분이 나쁜 느낌은 들지 않았고, 오히려 신비롭고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다이푸르의 '루프탑' 레스토랑인 '드림 헤븐'(Dream heaven)에서


안개가 걷히고 나자, 우다이푸르의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쨍한 햇빛은 추위에 떨던 우리를 감싸주었을 뿐만 아니라 호수에 반사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델리에서 우리를 괴롭히던 릭샤의 시끄러운 경적 소리와 많은 사람들이 몰려 북적거렸던 특유의 복잡한 광경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우리를 마중 나온 것은 희미하게 울려 퍼지는 새의 지저귀는 소리와 가슴이 뻥 뚫리도록 만들어주는 탁 트인 호수였다. 아침을 먹기 위해 루프탑에 올라온 우리는 그 아름다운 풍경에 압도돼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피촐라 호수 앞에 있는 가트에서


당시 델리에서 스케줄을 맞추느라 정신없이 돌아다니기만 했던 우리들은, 우다이푸르에서는 비로소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처음 인도 여행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복잡했고, 스케줄을 맞추느라 긴장하기만 했던 우리는 우다이푸르에서 꿀맛 같은 여유를 즐겼다. 우다이푸르의 호수가 보이는 한 루프탑 레스토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낮잠을 자거나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곤 했으며, 릭샤가 거의 없는 조용한 골목길을 거닐며 길거리를 구경하곤 했다. 우다이푸르에서는 스케줄에 쫓기지 않았고, 긴장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다 같이 고요한 분위기를 즐겼고, 계획 변경을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로 오랫동안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케이블카를 타러 가는 길에 있는 작은 연못, 더드 탈라이


피촐라 호수 앞에 있는 '암브라이' 레스토랑에서 바라보는 야경


내가 방문한 많은 인도의 도시 중에서도 특히 '우다이푸르'를 좋아하는 이유는 도시 특유의 '고요함' 때문이다. 비록 나는 인도의 수도인 '델리'에 4개월 정도 체류한 적이 있지만, 델리 특유의 시끄럽고 복잡한 분위기는 적응하지 못했다. 귀가 찢어질 듯 끊임없이 울리는 경적소리, 도로를 꽉 막고 있는 릭샤와 길의 한가운데에 떡하니 앉아 소리치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암소 한 마리까지. 인도를 사랑하지만 델리 특유의 '요란함'은 그리 쉽게, 혹은 익숙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피촐라 호수에 있는 고급 호텔인 '레이크 팰리스'로 향하는 배


우다이푸르는 델리와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는 도시였다. '삶의 현장' 그 자체인 델리와 달리 이 도시가 관광도시여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우다이푸르에 사는 사람들은 비교적 차분했고, 릭샤의 시끄러운 경적소리도 상대적으로 덜 들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다이푸르의 중앙에 위치한 고요한 '호수'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는 주요한 요소였다. 우다이푸르에 있던 나는, 마치 뜨거운 여름에 집에 들어와 에어컨을 틀어놓고 수박을 먹는 것처럼 누구보다도 편안했고 행복했다.




피촐라 호수 근처에 걸터앉은 동기들


누군가 인도의 매력이 '복잡함'이라고 한 적이 있다. 복잡하고 정신없지만 그게 인도 특유의 매력이고 그 속에서도 일종의 질서가 있다고 했다. 그 말에 대해서는 일부분 동의한다. 그래도 나는 인도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고요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찾던 '고요함'은 바로 이 곳, 우다이푸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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