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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샬 May 14. 2020

인도에서 고급 호텔 뷔페에 가다

델리 샹그릴라 호텔의 탐라 레스토랑

의식주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3가지 요소다. 그중에서도 '식(食)'의 경우, 인간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공급해준다는 점에서 생을 유지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는 단순히 '에너지'를 위해서만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다. '식(食)'의 개념에는 '먹는 기쁨'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기쁨을 느끼고 행복을 얻으며, 삶의 질 또한 함께 추구할 수 있다.




인도에서 무엇을 먹을지를 생각해보면, 많은 사람들은 아마 '커리'를 떠올릴 것이다. 커리는 인도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 있는 대부분의 인도 식당을 방문하는 이유는 보통 커리를 먹기 위함이다. 하지만 막상 인도에 거주하거나, 인도 여행을 갔을 때에는 무조건 '커리'만을 먹기는 어렵다. 아무리 베트남의 대표 음식이 '쌀국수'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베트남에 여행을 가서 삼시 세끼를 쌀국수로만 먹지는 않는다. 결국, '먹는 기쁨'을 위해서는 커리를 포함한 인도 음식이 아니라 다른 음식을 통해서도 기쁨을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도에서 흔히 먹었던 커리


4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인도에 거주했던 나는 이 '먹는 기쁨'을 충족하기 매우 어려웠다. 처음에는 커리가 너무 맛있어서 커리만 먹었다. '역시 인도 현지에서 먹는 커리는 다르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치킨 마크니부터 팔락 파니르까지 온갖 커리를 맛봤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커리가 물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심지어 인도의 다른 음식을 먹더라도 물리는 것은 똑같았다. 인도에서는 많은 음식에 '마살라'라고 하는 커리 파우더를 사용하는데 그러다 보니 음식 대부분에서 비슷한 맛과 향기가 나게 될 수밖에 없다. 커리가 질려버린 나는 결국 '인도 음식' 자체가 물리게 된 것이다.


나는 인도에서 '먹는 기쁨'을 충족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물론 인도 음식은 값도 비교적 싸고, 입맛이 맞는 사람들에게는 '맛'도 만족할 수 있다. 하지만 인도 음식 자체가 질려버린 이후에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이는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도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의견일 것이다. 나는 인도에서 팔고 있는 다른 나라의 다양한 음식들을 찾기 시작했다. 일본 음식을 주로 파는 곳에서 초밥이나 가츠동을 먹기도 하고, 이태리 음식을 파는 곳에서 파스타와 피자를 먹기도 했다.


인도에서 먹었던 맛있는 피자


그럼에도 나의 '먹는 기쁨'은 완전히 충족되지 않았다. 애초에 나는 먹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우리나라에 있을 때에는 '맛집'을 찾는 것이 나의 일상이었고, 찾아낸 맛집을 일일이 방문해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 나의 기쁨이었다. 한편, 인도에서 먹었던 다른 나라의 음식들은 나에게 2% 부족한 음식들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먹던 그 맛을 100% 재현하지 못했을뿐더러, 가격도 상당히 비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왕 비싸게 다른 나라의 음식을 먹을 바에는 아예 정말 비싼 곳으로 가서 제대로 '맛의 기쁨'을 충족시키고 오자는 생각이 들었다.




델리 에로스 호텔에 위치한 탐라 레스토랑


그렇게 방문한 곳은 델리의 ' Shangri la's Eros hotel'에 위치한 <Tamra restuarant>이었다. 탐라 레스토랑은 호텔 내부에 있는 자체 뷔페 레스토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뷔페 문화가 상당히 발달돼 있어서 뷔페가 비교적 흔한 식당 형태이다. 5000원 대의 한식 뷔페부터, 10만 원 대의 비싼 호텔 뷔페까지 가격대도 다양하고 음식 종류도 다양하다. 반면, 인도에는 그러한 뷔페 문화가 잘 발달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뷔페를 찾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고, 그나마 있던 뷔페들도 음식의 퀄리티가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러한 점에서 럭셔리한 호텔 뷔페인 탐라 레스토랑은 나의 '먹는 기쁨'을 충족하기에 최적인 공간이었다.


탐라 레스토랑은 뷔페답게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이 많다. 커리, 난 등의 기본 인도 음식들을 비롯해 파스타, 피자, 그리고 초밥 등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다. 특히, 이 곳은 뷔페 중에서도 무려 '호텔 뷔페'이기 때문에 음식들의 퀄리티가 아주 높다. 처음 레스토랑에 들어갔을 때 나는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그동안 인도에서 가성비가 좋은 음식만을 찾아다녔고, 그로 인해 비위생적이기까지 했던 음식점들만 봐왔던 나는 인도에도 이러한 럭셔리한 식당이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제 비로소 내 '먹는 기쁨'을 충족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기뻤다.

 

탐라 레스토랑에 있는 다양한 요리들
탐라 레스토랑의 초밥 코너
탐라 레스토랑의 햄 코너

우선 탐라 레스토랑에 도착해 예약을 했다고 말하니, 종업원이 자리를 안내해줬다. 자리를 안내받으면서 도중에 있는 여러 음식들을 일단 눈으로 훑어본다. 가장 눈에 띄었던 음식은 바로 '고기 요리'였다. 닭, 오리부터 돼지, 그리고 소고기까지 정말 다양한 종류의 고기 음식들이 있었다. 그동안 채식 위주의 음식이 많은 인도 요리만을 보다가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고기를 보니, 벌써부터 배 안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리에 앉기 전까지 어떤 요리를 먼저 먹을지를 미리 생각해보고 코스를 구상해본다.


뷔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뷔페에서 몇 가지 요리에 집중하는 편이다.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는 뷔페지만, 모든 음식들의 퀄리티가 좋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뷔페에서 모든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고 생각한다. 대신, 퀄리티가 좋은 몇 가지 음식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내 뱃속에 대한 예의이자 '먹는 기쁨'을 충족시키기 위한 최적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나는, 실제로 뷔페에서 몇 가지 요리를 빼고는 다른 음식들을 아예 쳐다도 보지 않는다.


소고기와 초밥에 집중한 내 접시
소고기는 정말 맛있었다
초밥 코너에 있던 롤


나는 크게 두 가지 요리에 집중했다. 바로 '소고기'와 '초밥'이었다. 우선 소고기는 인도에서 가장 먹기 어려운 음식 중 하나다. '암소 숭배'를 하는 힌두교인들이 대부분인 나라에서 소고기를 찾는다는 것은 마치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이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닭고기, 돼지고기 등을 통해 어느 정도 고기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는 있었지만, 소고기에 대한 욕구를 채우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소고기를 갈망해왔던 나에게, 소고기 스테이크는 나에게 큰 선물이자 축복과 같았다.


다음으로 집중한 요리는 초밥이었다. 델리는 내륙에 있는 도시다. 물론 인도가 초밥이나 회를 자주 즐겨먹는 나라는 아니지만, 델리가 내륙이었던 탓에 생선 음식을 보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델리에도 일본 식당이 있었지만, 그곳에서 초밥이나 회를 먹으면 상상도 못 할 요금이 나온다. 심지어 그곳에서 스시와 회를 배불리 먹는 가격이 이 곳 탐라에서 뷔페로 먹는 가격보다도 비싸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연어 초밥 등 초밥 요리에 더욱 집중해 열심히 먹었다.




탐라 레스토랑의 어마어마한 스테이크의 모습


탐라 레스토랑 뷔페의 가격은 2,500루피, 한화로 약 5만 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이었다. 물론 3년 전에 방문한 것이기 때문에 아직도 2,500루피라는 가격을 유지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마 더 높아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뷔페에서 사용한 2,500루피라는 거금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그동안 인도 음식을 물리도록 먹은 탓에 얻지 못했던 '먹는 기쁨'을 충족시켜줬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을 조금이나마 진정시켜줬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고급 호텔 뷔페에 크게 만족했던 나는 인도에 있던 마지막 날까지도 탐라 레스토랑을 방문했다.


탐라 레스토랑은 인도에 살던 나에게 '먹는 기쁨'을 충족시켜준 고마운 곳일 뿐만 아니라, 인도에서는 당연히 가성비 좋은 인도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일종의 편견을 깨뜨릴 수 있도록 만들어준 곳이었다. 물론 인도에 잠깐 여행을 오면서 이곳에 방문할 필요는 없지만, 만약 델리에 오랫동안 거주하고 있다면 이 레스토랑에 한 번쯤은 방문해보기를 강력하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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