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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의적 백수 Jun 19. 2019

12. 제주살이 단점 10가지(1/2)

제주살이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하여

2월 28일에 제주에 내려왔으니, 제주에 온지도 3개월이 좀 넘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기는 하지만 이 곳도 사람 사는 곳이니 딱히 육지와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육지 사람들은 제주에 사는 것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나 또한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이고, 아직도 제주에 사는 것이 너무 좋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제주 이주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내가 생각하는 날 것 그대로의 제주 이야기를 적어본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임을 다시 한번 밝혀둔다.)


1. 파괴되는 자연환경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푸르른 바다와 깎아지는 듯한 기암절벽, 고운 모래사장을 떠올리며, 여유로운 삶을 꿈꾸는 곳이 바로 제주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과 지금의 모습도 너무나 달라졌음을 알아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제주의 가까운 섬인 '우도'라는 섬을 좋아하지만, 몇 년 전에 갔을 때 넘쳐나는 렌터카와 ATV로 섬은 아수라장이었다. 고즈넉이 섬을 걷기보다 차를 피하기에 바빴고, 여기저기 버려진 쓰레기도 가득했다. 최근에는 렌터카 입도를 제한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렇게 제주에는 끊임없이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고, 또 개발하다 망해버린 시설들도 가득하다. 이전의 자연환경은 이미 사라져 가고 있고, 흉물스러운 폐허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2. 관광지 중심의 비싼 물가

고정수입이 없이 제주에 살며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제주의 물가는 서울에서 살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물론 시골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5천 원, 6천 원짜리 식사들도 있고, 맛있는 동네 식당들도 있지만, 제주라는 지역적인 특성상 전체적인 물가는 결코 낮지 않다. 조금 알려진 식당에서 외식을 하려면 인당 1만 원이 넘어가긴 일쑤고, 공산품은 물류비를 감안해서인지 육지보다 저렴하지도 않은 편이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건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방과 후 활동(특별수업)의 비용은 육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물론 이것도 동 단위가 아닌 리에 살고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3. 질 낮은 일자리 환경

제주에 와서 일자리를 구해볼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제주의 물가는 육지에 비해서 낮은 편이 아니지만, 일자리의 급여 수준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월급 200만 원이 넘는 일자리는 별로 없는 편이다. 구인, 구직 사이트를 봐도 대부분 200만 원을 넘지 않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그나마 공공기관, 공무원 자리가 양질의 일자리라고 생각될 정도다. 오히려 감귤 농장에서 일당 10~15만 원 받고 일하는 편이 월급으로 계산하면 사무직이나 어지간한 일자리보다 벌이가 낫다고 보면 된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4. 수준 낮은 기술 인력

제주는 기술자가 많이 없다. 그 말인즉슨 고급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육지에 있다는 뜻이다. 굳이 제주까지 와서 일을 하지 않는다. 집을 구할 때에도 가능하면 제주업체에서 제주사람들이 지은 집은 사지 않는 편이 좋다. 한눈에 봐도 대충 지어진 집도 있고, 비가 많이 오면 비가 새는 집들도 많다. 부동산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제주에는 비가 많이 와서 비가 새는 집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늘 태풍이 지나는 창원에서 18년을 살았지만, 비 새는 집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 제주에서 집을 짓는 방법은 육지에서 일 잘하는 기술자를 데려와서 일을 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집 말고 용접 같은 다른 일도 고급 기술자가 없어 허술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집수리하는 데에도 어찌나 일하는 속도가 느린지 재촉하지 않으면 세월아 네월아 하기 부지기수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5. 개발을 둘러싼 갈등

개발에 대한 문제는 제주뿐만 아니라 어디든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제주는 유독 심한데, 아마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급등한 부동산 가격도 한 몫했으리라 생각한다. 일례로 1970년대 중문 관광단지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군사정권 시절이라 정부 정책에 걸림돌이 별로 없었다. 얼핏 듣기로는 중문 관광단지에 포함된 토지보상금이 평당 몇 백 원인가 몇 천 원이라 들었다. 당시 돈으로 그 정도 돈이었다고 알고 있다. 어쨌든 지금은 그 주변 땅이 평당 300만 원을 웃돈다고 하니 아무리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더라도 당시에 땅을 빼앗긴(?) 사람들은 억울할 것이다. 이런 것만 봐도 제주 사람들은 이제 뭔가 개발된다고 하면 거기에 땅이 포함된 사람들은 반대, 그 주변에 땅이 있는 사람들은 찬성하는 느낌이다. 여기에 자연환경 보호를 명목으로 외부세력까지 가세하면서 갈등은 점점 깊어만 간다. 토지보상을 제대로 하든, 새로운 시설이 생기면 거기에 상점을 영구임대를 해주든 해결방법이 합의되지 않으니 평행선만 달릴 뿐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오늘은 여기까지. 이밖에도 대중교통, 비싼 배송비, 제주도민 할인 같은 나머지 내용들은 다음 글에서 정리해 보려고 한다. 서두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분명 제주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이고, 살기에도 좋은 곳이다. 하지만 막연한 환상만을 가지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런 글을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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