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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의적 백수 Mar 11. 2020

20. 제주 텃세는 왜 있을까?

외지인이 바라본 제주의 텃세

제주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제주 사람들의 텃세에 대한 이야기다. 외지인, 소위 이야기하는 육지 것들에 대해서 제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거리감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이런 텃세는 왜 생겼고, 진짜 그런지 한 번 풀어보자. (전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이니 오해는 없으시길...)



제주는 항상 착취의 대상

제주에 있는 아쿠아리움에 가면 해녀 분들의 공연을 볼 수 있다. 그 공연을 보면 처음에 해녀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이 이야기 속 내용을 보면, 옛날에는 해남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해녀라고 해서 당연히 여성 분들이 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바다에서 전복을 따려면 힘이 들어서 남자들이 그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육지에 보내야 하는 감귤 농사도 지으랴 전복도 따랴, 군역까지 하려니 힘이 들어 자연스레 남자들은 물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해남들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해녀 분들만 남은 것이다. 어쩌면 제주 사람들에게 육지에 계신 나라님은 제주를 착취하는 사람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을까.



제주의 아픈 역사 4.3 사건

내가 학교를 다닐 때, 4.3 사건이라는 게 있었다 정도만 배웠지, 이 내용을 자세히 배워본 적은 없다. 제주에 와서 있다 보니 4.3 유적지들이 있었고, 조금씩 들여다보게 되었다. 내가 역사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에 그냥 내가 아는 수준에서 간단히 이야기를 하자면, 1947년 3월 1일에 3.1절 기념행사가 있었고, 행사장에서 경찰의 말에 한 아이가 다친다. 경찰은 사과는커녕 경찰서로 도망갔고, 군중이 경찰서에 몰려들자 경찰들은 경찰서를 습격하는 줄 알고 시민들을 향해 발포를 한다. 이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남로당까지 가세하면서 총파업이 일어나고, 시민들과 공권력이 충돌하게 되면서 제주 전역에서 무차별 살상이 일어난 사건이다. 여기에 육지에 있던 군까지 투입되면서 살상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어떤 연구자의 글을 본 적이 있는데, 4.3 사건으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의 시체는 산처럼 쌓여있었고, 거기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의 시체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제주 사람들을 살상한 사람들의 짐승 같은 행위들을 기록해 놓은 것도 있었는데, 시아버지와 며느리에게 관계를 시킨 후 죽이고, 아들이 아버지의 뺨을 때리게 하거나 떄려 죽이게 하는 등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행위들이 있었다.


제주 토박이인 사람들은 친척 중에 4.3 사건으로 돌아가지 않은 분이 없을 거라고 이야기할 정도이니, 엄청난 비극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비극을 조금만 찾아서 보다 보면 외지인을 싫어할 수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이건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지금도 제주 사람은 군대를 가면 제주도에 있는 부대로 배치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제주 사람들 중에 육지에 나가 본 적이 없는 사람도 군대 때문에 제주를 벗어난 적이 있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부동산을 올린 건 육지 사람들

요즘은 부동산이 불경기라고는 하지만 제주에 있으면서 참 땅값이 많이 올랐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집값도 많이 올랐다. 얼마 전에 제주 사람과 부동산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얘길 했더니 대뜸 그분 이야기가 '부동산은 외지인들이 다 올려놓은 거다'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하긴 그럴 것도 같다. 제주살이 열풍이 불었고, 제주로 유입되는 인구가 급격히 늘었다. 거기다가 중국의 큰 손들이 건물을 사 들이는 것까지 겹쳐서 부동산은 천정부지로 솟았다.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도 제2공항 부지 부동산도 계속 오르고 있을 거다.


그렇다면 부동산 가격은 떨어질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중국 사람들이 사들인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인데, 중국인들이 차이나타운을 만드는 방법이 우선 건물들을 매입하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한국 사람에게는 월세를 터무니없이 받거나 건물 매매 가격도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한다. 중국 사람에게는 싼 월세나 비교적 합리적 가격의 매매가를 받고 거래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중국 사람들이 매입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텃세에 우는 외지인들

앞의 이야기들 때문이라도 제주 사람들은 외지 사람들에게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는데, 제주에서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다. 아는 분 중에 서울에서 오셔서 자영업을 하고 계신 분이 있다. 그분이 지금은 장사가 비교적 잘 되는 편이라 괜찮지만, 처음에는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한다. 가게를 얻기 위해서 상권이 좋은 곳에 가게를 얻으려고 했더니 외지인에게는 아예 임대를 주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조금 벗어난 곳에 가게를 얻어서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의 고생에 한이 맺혀있는지 그분은 가게를 확장하면서도 제주 사람에게 맡기지는 않을 거라고 한다.


지나치게 폭리를 취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전에 이야기한 부동산이 대표적이다. 외지 사람이 부동산을 찾아가면 첫마디가 '육지에서 오셨어요?' 다. 그리고는 보여주는 땅이나 집은 대부분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 이게 범죄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제주도 내에 사용하는 제주 오일장이나 제주 교차로에 올라온 똑같은 물건이 네이버 부동산에는 더 높은 가격으로 게시되어 있기도 하다.




어쩃든 나 또한 1년이라는 시간밖에 제주에 살지 않았고, 제주 사람들을 이해한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멀었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역사 속 제주 이야기들을 통해서 조금만 이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하다 보면 언젠가는 제주의 텃세라는 말도 사라지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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