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장기복무 지원을 했다면
2년을 동고동락한 부대 동기는 전역한 지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꼭 만나고 있다. 이 친구와 가장 많이 나눈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인생의 선택'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고민과 선택을 하면서 살아간다.
"지금 일어날까? 아니면 5분만 더 이불속에 있을까?
"오늘 점심메뉴는 뭘로 고를까?"
"저녁에는 친구를 만날까 아니면 그냥 집에 있을까?"
간단한 고민거리가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우리도 모르는 수많은 선택 사이에서 인생을 바꾸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분명.
군 복무 중 전역을 몇 개월 남겨두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연장 복무와 전역 중 어떤 길을 택할 것인지 정해서 보고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전역을 선택했다. 그리고 세상 물정 모르고 자신감만 넘치는 바보가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디뎠다.
우리 동기들을 세 부류로 나눠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아직까지 군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는 친구들이다.
ROTC 후보생 시절부터 투철한 군인정신(?)을 가진 동기들은 역시 군 생활도 잘하고 있구나 새삼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벌써 소령 진급을 앞두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분명 어렸을 적 '대위'라는 계급장을 가진 군인은 '아저씨'의 이미지였는데 동기와 내가 벌써 그 아저씨 나이가 되었다.
두 번째 경우는 연장복무 도중 뒤늦게 전역한 동기들.
군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거나 생각이 바뀔 수도 있고 진급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전역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전역을 하다 보니 취업의 문을 두드리기도 사실 쉽지 않다. 그중에서도 배우자와 아이가 있는 경우 군복을 벗고 사회로 나와 생계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더욱 클 것이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그 중압감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마지막 경우는 나처럼 단기전역자. ROTC 출신 중 열에 여덞아홉은 단기 전역을 선택한다. 단기전역자의 경우는 전역을 앞두고 미리 취업 준비를 하게 된다. 자격증 취득, 영어공부 등 군 생활이 아닌 사회생활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대에서도 토익시험을 친다던지 면접을 볼 때 작은 배려를 해주기도 한다. 나는 운이 좋아서 전역을 하자마자 내가 원하는 첫 직장을 얻었고 벌써 두 번의 이직을 경험하여 세 번째 직장을 다니고 있다.
그때 장기 지원서를 썼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소령 진급을 위해 군 복무를 열심히 하고 있었을까, 생각이 바뀌어 전역지원서를 썼었을까,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니게 물 흐르듯이 군 복무를 하고 있었을까. 이때가 나의 인생을 바꾸게 된 커다란 계기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