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열기구를 타고 싶었다. 꿈에서나 간혹 체험할 수 있는 둥둥 떠있는 기분.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하계휴가는 터키로 결정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오로지 열기구를 타기 위해 망설임 없이 비행기 티켓을 끊고, 숙소를 예약하고, 환전을 마쳤다. 12시간의 비행 속에서 소음과 답답함에 몸부림쳤지만, 단 20분 만이라도 하늘에 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겠다고 위안을 삼았다.
이스탄불의 일정을 마치고 여행의 중반부에 들어섰다. 드디어 열기구를 탈 수 있는 카파도키아라는 지역으로 이동했다. 버스를 탄지 몇 시간이 흘렀을까. 지겹다고 느낄 때쯤 밤늦게 도착했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마을 자체가 이상한 바위 투성이에다가 그 안에 둘러싸여 있는 내가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을에 도착했으나 열기구를 탈 수 있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열기구는 새벽 일찍 뜨고 일찍 가라앉는다. 바람이 조금이라도 많이 불거나 기타 기상여건이 좋지 않으면 당일 취소도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남은 건 기도하는 것뿐.
새벽 4시에 일어나 대충 씻고 버스에 탑승했다. 전날 자정이 되어서야 잠에 들었지만 들뜬 마음에 정신이 또렷또렷하다. 열기구 탑승을 위해 곧바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친절하게도 조식을 먹기 위한 식당을 들리기도 했다. 식당 앞에는 이미 단체버스가 수십대가 서 있었고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열기구가 하늘에서 구멍 나면 어떡하지?"
"대체 어디에서 풍선을 타는 거야?
"이 많은 사람들이 전부 열기구를 탈 수 있을까?
온갖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그 커다란 건물에 이름만 'restaurant'으로 적혀있었던 식당의 조식은 너무 맛이 없었다. 결국 커피 한 잔만 타 먹으면서 바깥바람을 쐬다가 버스에 다시 올라탔다. 20여분 쯤 이동했을까, 드디어 버스가 멈추고 하차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공터였다.
쭈글쭈글한 풍선과 우리들을 태울 바구니가 보였다. 이윽고 요란스러운 동력기로 바람을 불어넣고 10여 명의 우리 팀원들은 아무 말 없이 풍선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구경했다.
어느 정도 부풀었을 때쯤 점화가 시작되었다.
신기하게도 공터에 도착했을 때는 이른 새벽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어두웠지만 점화와 함께 풍선이 빵빵해지면서 주변의 어둠도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열기구를 조정하는 조종사의 간단한 소개와 함께 드디어 열기구로 탑승했다. 바구니를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크고 탑승하는 방법도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바구니의 속은 텅 빈 게 아니라 칸막이로 막혀 있어 두세 명 정도씩 나눠서 서있을 정도의 공간으로 분리되어있다. 사다리를 차근차근 밟고 올라간 후 점프해서 쏙 들어가야 하는데 이 정도로 높으면 위에서 떨어질 일은 없겠다 싶을 정도의 칸막이 높이였다.
올라간다는 아무 소리나 신호도 듣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 허공에 떠 있었다. 그리고 지면에서 바구니가 뜨는 순간 허공에 붕 뜬 듯한 기분이 들면서 들뜨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감탄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드디어 날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