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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낙타 Dec 24. 2019

열기구 타기 두번째

성공

풍선이 빵빵해졌다 싶을 때 어느 순간 공중에 떠 있다. 공중에 떠 있으면 마냥 기분이 좋을 줄 알았는데 처음에는 신기하다가, 점점 밑에 보이는 사람들이 점으로 보일 정도가 되면 조금 무서운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생각해보니 안전장치가 하나도 없는데 무서운 기분이 드는 건 당연하다. 


새벽은 참 고요했다. 오로지 조종사가 관리하는 불을 잠깐식 점화할 때만 커다란 소리가 들릴 뿐이다. 사람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멍하니 밑을 바라보고 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로 황홀한 기분에 점점 취해가고 있었다.


밑으로만 바라보다가 어느 정도 정상에 올라갔을 때쯤 주변의 시야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열기구뿐만 아니라 수많은 열기구들이 둥둥 떠있었고 햇살이 산등성이에서 비치고 있었다.








여행을 와서 내가 꼭 해야 하는, 하고 있는 의무 같은 것 중 하나가 새벽의 일출을 보는 것과 오후의 일몰을 보는 것이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무작정 높은 곳으로 올라가 바라보았다면, 이번 일출 구경은 지금까지 했던 여행 중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가장 아름다운 일출로 기억되었다.


최고점에 다다른 후 조금 낮게 비행하여 기괴한 암석들 사이로 곡예 운전하듯 재미있는 운행이 시작되었다. 숙련된 조종사인 만큼 높게 올라가거나 부드럽고 안전한 이동이 가능한데 우리 열기구의 조종사는 숙련된 베테랑이 틀림없었다. 여유로운 태도와 정확한 운전이 탑승자의 마음을 한결 편하게 해 주었다. 


드디어 열기구 운행이 마무리되었다. 공터에 철퍼덕 쓰러지면 커다란 풍선을 어떻게 치우나 걱정을 했는데 운행이 끝나고도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다. 땅에 착지하기 전에 열기구를 실을 작은 트럭이 밑에서 따라오며 준비를 하고 있다. 바구니가 트럭에 쏙 실릴 수 있도록 트럭 운전사와 열기구 조종사가 정교하게 거리 조절을 한다.  


바구니를 실으면 좀 더 넓은 공터로 이동하여 우리를 내려준다. 열기구의 공기를 빼고 접기 위해서 탑승자 전원이 가장 끝부분 모서리부터 일렬로 쭉 서서 차곡차곡 풍선 껍데기를 밟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뒷정리가 끝나면 무사히 끝났다는 축하의 샴페인을 터트린다. 간소하지만 정성껏 준비되어있는 작은 테이블에 모여 서로를 축하해준다. 이어서 조종사가 탑승자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수료증까지 전달한다. 민망하기도 하고 괜히 어깨가 좀 더 으쓱해진다.


무사히(?) 돌아왔다는 건배



하늘에 머물러 있는 동안 다양한 국적의 언어들이 들렸는데 그중에 한국어도 간간히 들렸다. 나는 풍경 감상과 사진 촬영에 집중하느라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최대한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있었다. 수료증을 받고 그래도 사진 한 장은 남겨야 하지 않겠나 싶어 한국어를 했던 모녀에게 다가가 수줍게 말을 걸었다.


"실례지만 사진 한 번만 찍어주실 수 있을까요?"


말을 걸자마자 두 모녀는 화들짝 놀라며 한국인이냐고 물었다. 열기구 속에 있는 동안 너무 열심히 사진을 찍길래 중국인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물론 사진 찍는 동안 옆에서 나에게 "저 중국인 사진 정말 열심히 찍는다, 사진 구경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들렸었다.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고 이야기한 후 사진 촬영 부탁을 드렸고 나도 두 분을 찍어드렸다. 마침 다음 여행 지역과 일정까지도 신기하게 딱 맞아 다음날에도 같이 여행하게 되었다.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복귀하니 오전 9시가 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다. 긴장의 끈이 풀려서인지, 하루의 일정을 전부 소화한 듯한 피곤함이 몰려온다. 몽롱한 기분에 취해 조식을 먹고 다시 꿈나라로 접어든다. 꿈에서라도 다시 풍선을 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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