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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낙타 Dec 07. 2019

여행지에서 겪은 최악의 경험담

하지만 랍스터와 곰새우는 맛있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떠났습니다.


유럽을 가기에는 너무나 멀고 이동경비도 부담스러운지라 유럽을 느낄 수 있는 효율적인 곳을 선택했습니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번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가슴이 두근거렸죠. 하지만 블라디보스톡은 여러 가지 시련을 저에게 안겨주었습니다. 


첫 번째 저에게 찾아온 시련은 '날씨'였습니다.

4월, 겨울이 가고 봄이 온 줄 알았지만 블라디보스톡의 4월은 여전히 매서운 칼바람으로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첫날은 바람만 심하게 불더니 다음날부터는 비바람까지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꼼짝없이 외출을 하지 못하고 숙소에서만 지내야 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날까지 계속 비가 그칠 줄 모르고 내려 우울함을 가져다주었습니다. 항상 해외여행을 떠났을 때 날씨운은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혼자만의 착각이었어요. 물론 비를 맞으며 감기에도 걸렸지만 이곳저곳 잘 다녔습니다.   


두 번째 시련은 '인종차별'이었습니다.

숙소에 도착한 첫날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 추천받은 유명한 햄버거 가게를 방문했습니다. 그곳은 한국의 TV 프로그램에도 나왔었고 한국인들도 많이 방문한다기에 기대가 되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웅장한 실내 장식들과 신나는 음악에 매료되어 잘 왔다는 생각을 했었죠. 우물쭈물 서있다가 최대한 방해되지 않게 4인 테이블이 아닌 정면의 테이블 바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기본 햄버거 세트 하나를 주문했어요. 아직까지는 계속 기분이 들떠있었습니다. 20분, 30분이 지나자 조금씩 불안함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주문을 제대로 한 게 맞는지 걱정을 할 때쯤 저보다 10분 정도 늦게 들어온 현지인 2명과 4명 일행의 음식이 먼저 서빙된 것을 보았습니다. 전 혼자였는데도 말이죠. 곧 나올 거라 생각하며 조금 더 기다렸습니다. 결국 55분이 경과되어 음식이 나왔습니다. 햄버거 세트는 예상한 것보다 조촐해 보였고 서빙하는 직원은 표정에 아무런 미동도 없이 당연한다는 듯한 태도로 음식을 놔두고 가버렸습니다. 이미 저보다 먼저 음식을 받은 현지인들은 떠났고요. 배는 고픈지라 입에 음식을 구겨 넣고 도망치듯이 가게를 나왔습니다.


그 햄버거..



마지막 날 게스트하우스에서 친해진 한국인 일행들과 이번에도 사장님의 추천을 받고서 유명한 랍스터 가게를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오전 이른 시간이라 손님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고 저희는 창가 쪽 테이블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종업원이 길을 막아서며 창문 쪽 테이블은 모두 예약석이라 선택이 불가하다며 반대편의 다른 테이블로 안내를 했었습니다. 그런가 보다 싶어 안내받은 테이블에 착석하고 음식을 맛있게 먹었습니다(이때까지도 아무 생각 없었습니다). 한국말을 잘하는 다른 종업원이 식사 도중 다가와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었고 음식도 맛있어서 만족했죠. 가게를 나서기 전 계산을 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금액이 나왔지만 한국에서는 먹기 힘든 해산물을 배부르게 먹었으니 그것도 기분 좋게 지불했습니다. 


여행을 끝내고 인터넷 카페에 후기를 찾아보던 중 제가 방문했던 유명 레스토랑에 대한 글이 있어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동양인은 창가 자리를 주지 않는다, 한국인만 계산 시 부가세에 팁을 포함한 금액을 청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분이 매우 언짢았습니다. 물론 경험한 두 가지 사례가 저 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여행 내내 불편함을 가졌고 여행이 끝난 이후에도 그 불편함이 무엇인지 곰곰이 되돌아보았을 때 이것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부당함을 겪었을 때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제가 바보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그 이후 마음속으로 작은 결심을 하게 되는데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 또는 장소는 최대한 가지 말고 확실히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판단될 시 할 말은 하자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그나마 블라디보스톡이 최악의 여행이 되지 않은 하나의 이유는 활기찬 일행들을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 그리고 '곰새우'는 기회가 된다면 꼭 먹어보기를 추천합니다. 사실 이번 주제도 뜬금없지만 곰새우가 먹고 싶은 생각이 갑자기 떠올라 고민하다가 끄적이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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