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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split Nov 28. 2020

비행기 타는 남자

복(福)

지갑 안에 늘 로또를 접어 넣고 '이제는 내 차례겠지!'라고 마음속으로 되내인다.

福자가 선명한 작은 로또 봉투는 거의 1년 가까이 내 지갑 속에서 너덜너덜해지며 그 생명을 다 하고 있는데, 내겐 아직 그 福이라는 손님이 찾아오지 않았다.


氣를 중요시하는 동양 철학에서는 福을 손님 대하듯이 하라고 한다.

행운이나 富를 얘기하는 거의 모든 책들에서 주장하는 것 중에 거의 비슷한 내용이 행운을 얻거나 福을 만나려면 늘 웃음을 띠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모든 일에 감사하라고 한다.


성경에도 늘 기뻐하고 감사하라고 하며 동양의 속담에도 있듯이 웃으면 福이 온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福이나 행운을 바라기만 하지 그 福이나 행운을 불러들이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나 조차도 福을 바라면서 실제 행동은 미루고 귀찮아하고 심지어 피하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福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福을 손님맞이 하듯이 해야 한다.

손님의 입장에서 방문하는 집이나 사람이 어떠해야지 자주 찾아가고 오래 머무르려고 할까? 라고 생각해보면 답은 그리 어렵지 않다.


생활 풍수에서 말하는 福의 기운이 가장 먼저 깃드는 곳은 현관이라고 한다.

현관에 어질러진 신발들을 보고서는 가족 중 누구 한 명이라도 정리하지 않는다면, 과연 그 집에 손님이 온다고 하더라도 오래 머무르려고 할까?


또 하나, 손님 입장에서 방문한 집 화장실을 사용했는데 어둡거나 냄새가 난다면 기분이 좋을 리가 있겠는가?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치장하는 데는 많은 돈을 쓰지만 청소에 필요한 도구나 청결용품에 대해서는 그리 정성을 들이지는 않는 것 같다.

잘되는 회사의 공통점 중에 하나가 회사 화장실의 청결함이라는 것은 방송에서도 가끔 알려준 사실이다.


손님을 맞이하는데 주인의 용모도 중요하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특별한 일정이 없어도 세수를 하고 몸을 단정히 한 다음 의관을 정제한 후 책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고 한다.

코로나로 집콕을 하는 상황이지만 늦지 않게 일어나 세수를 하고 면도를 한 다음 잘 때 입었던 옷을 갈아입고 기분 좋은 마음 상태를 유지한다면 정신조차도 맑아지는 것 같다.


사람이 福을 받기 위해 매일매일을 손님맞이 하듯이 규칙적인 생활과 환한 미소로 이어간다면 福은 반드시 그 집이나 그 사람에게 찾아올 것이다.


비행기에 탑승한 후 승객을 맞이하면서 짓는 미소가 공항까지 오느라 힘들어있는 승객을 미소 짓게 한다면 그날의 비행은 대성공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승무원들은 억지로 미소 지으려 하지 말고 가급적 즐거운 상상을 하며 즐겁게 동료들에게 인사하고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눈치 보거나 참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

즐겁고 행복한 마음이 만들어내는 미소가 손님을 기분 좋게 하고, 그 기운이 서로 오가며 우리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福손님 또는 행운의 여신을 불러오게 한다.


코로나로 힘든 요즘에 오히려 생활의 게으름을 고쳐가는 역설이 반갑다.

아침에 일어나 고딩 중딩 아이들이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신발과 옷들을 정리하고 시원한 물에 세수와 면도를 한 다음 단정한 옷차림으로 산책을 하는 나 자신에게 행운의 여신 , 또는 福손님이 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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