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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너부 Aug 07. 2021

《고려 무인 이야기》 3권




3권은 몽골의 6차례에 걸친 고려 침공과 최씨 정권의 강도 천도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최씨 정권의 대몽항쟁을 바라보는 대표적인 시각으로는 전통적인 자주의식의 발로였다는 관점과 정권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인식이 있죠. 이 책은 주로 후자의 입장에서 30년에 걸친 여몽전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1차 침입 시기부터 이미 몽골과 고려의 군사적 체급 차이는 확연했습니다. 박서와 김경손이 이끄는 고려군이 귀주성에서 필사적으로 항전했지만 의주 - 서경 - 개경으로 이어지는 북방 유목민족의 유구한 한반도 침략 루트를 가로막는 조직적인 저항세력은 사실상 없었습니다. 정규군이 중심이 된 고려군의 항전은 안북성 전투의 패배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막을 내렸습니다. 몽골군은 거침없이 개경으로 남진하기 시작했지요.

당시 집권자였던 최이(최우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나중에 최이로 개명)는 당시 허수아비였던 고려 국왕이 압도적인 몽골의 힘을 등에 업고 왕정복고를 꾀할 경우, 처지가 옹색해짐을 깨닫고 전격적으로 강도 천도를 결정하고 실행에 옮깁니다.

최씨 정권은 강화도에서 바야흐로 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정권 차원의 얘기일 뿐이죠. 정권이 기생하고 있는 고려 왕조 자체는 날로 쇠퇴해갈 뿐이었습니다. 최씨 정권이 보유하고 있는 사병이 곧 고려의 중앙군이고 최씨 정권의 수입이 국고 수입을 능가할 정도였습니다.

현해탄을 건너 두 차례 일본 원정까지 시도한 몽골이 어째서 좁디좁은 물길이 가로막고 있을 뿐인 강화도 본토는 끝끝내 공격하지 않았는지도 이 책이 제기하고 있는 의문 중 하나입니다. 저자는 몽골이 이미 최씨 정권이 고려 왕실을 사실상 인질로 붙잡고 있다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에 왕실을 회유하여 최씨 정권과 틈을 벌리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추측하고 있는데, 나름 흥미로운 추리라고 생각합니다.

강화도에서 이렇게 지배층들이 그들만의 나라에서 다소 불안하기는 해도 호의호식하며 지내는 동안, 본토 백성들의 목숨은 시시각각 위협받고 있었습니다. 전란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독촉하기 위해 강도에서 파견되는 징세관들의 횡포, 산성입보/해도입보로 대표되는 농지와 농민들을 격리시키는 수동적인 대처 방식,  30년간 연례행사처럼 계속되는 몽골군의 남진, 약탈, 방화, 강간... 이 시기 고려 민초들의 삶은 문자 그대로 지옥이지 않았을까요.

6차 침략부터 몽골의 공세 양상이 달라졌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됐습니다. 각 지방에서 하천과 바닷길을 통해 강도로 운반한 조운선이 왕실과 정권의 생명줄이라는 점을 알게 된 몽골군은 전라도 해안가까지 육박해 조창을 공격하고 바닷길을 끊어 강화도를 경제적으로 봉쇄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저자는 이런 변화가 최씨 정권에 지난 침략과는 달리 심대한 타격을 주었다고 서술하고 있죠. 정권의 경제적 기반이 흔들린 것은 물론이거니와 물리적 기반인 군사력을 유지하고 문벌귀족과 왕실의 불만을 억누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게 된 것이죠.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최씨 정권도 유능했던 최이가 죽고 모계쪽 신분이 한미한 최항, 최의가 차례대로 집권하면서 운신의 폭이 급격히 좁아지게 됩니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경제적인 난맥상이 겹치게 되면서  최씨 정권은 결국 그토록 강력했던 60년 간의 철권통치가 무색하게도 하룻밤의 쿠데타로 무너지게 됩니다. 이 이야기와 김준, 임연의 마지막 무신정권은 마지막 4권에서 자세하게 다룰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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