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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 Jan 11. 2019

힘들어하는 너에게

내가 어떻게 해야 너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난데없이 나의 연인께선 밤새 실험을 하고 계셨다. 벌써 밤 11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나는 하루의 마무리 즈음 그 늦은 밤 뭐하고 계시나, 실험실에서 연말 회식이 있다 했었는데 지금쯤은 마쳤을까, 혹시 괜찮다면 소소한 대화나 나눠볼까, 가벼운 마음으로 문자를 보냈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 늦은 시간까지 실험하는 중이라니…. 회식 자리에서 저녁만 먹고는 바로 실험실 와서 그때까지. 그리고 토요일 내일까지도 실험실에 나가 내내 실험을 해봐야 할 것 같다 하셨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데이터가 아주 잘 나오고 성과도 의미 있다며, 그래서 무척이나 뿌듯하고 기대된다며, 근래 들어 가장 기분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그 며칠 만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 그렇게 늦게까지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더 자세히 물어볼 수도 없고, 그저 고생이 많다는 말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 연인님이 보낸 이모티콘,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몸을 부들부들 떨며 그 눈물을 훔치는 이모티콘에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결국 그 날 새벽 2시는 되어서야 집으로 간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리고 그다음 날도 상황은 계속되어, 그 날밤 새벽 2시쯤에야 오늘은 그래도 데이터를 조금 뽑고 간다며, 어제보단 상황이 좋아졌단 문자를 받았다. 그 늦은 밤에서부터 다음 날을 넘어가는 새벽까지, 나는 내 일을 해나가면서도 연인에 대한 걱정을 한 아름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아가며 재워둘 수밖에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가 연인께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위로와 에너지를 전하고 싶은데 어떻게 표현해야 부담스럽지 않게 힘이 될 수 있을까….     


일단 연인이 매여있는 바로 그 문제를 푸는 데에 내가 어떠한 조언이나 뒷받침도 해줄 수 없다는 건 너무나 분명하다. 그건 연인의 전문분야에서 발생한 상황이고 그 관련 지식이 나에겐 한 톨만큼도 없으니까. 오롯이 그 스스로 풀어가야 하고, 설사 못 풀더라도 그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문제일 테다. 그런데 그러한 연인의 상황 속에서 솟아나는 나의 문제는, 그렇게 힘들어하고 고생하고 있는 연인의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너무나 아프다는 것이다.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면서, 뭐라도 하고 싶고,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마음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뭔가를 섣불리 시도하다 도리어 부담을 주게 되지는 않을까, 가뜩이나 힘든데 그 힘듦을 더 무겁게 만들지는 않을까, 한 번 더 되짚어 고민하며 마음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문제든 시간이 흘러가면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는 되는 것 같다. 연인에게 닥친 그 문제는 또 이럭저럭 완화되었고, 그사이 어찌할 바 모르며 마음 졸이던 나 역시, 결국 내 있는 마음 그대로를 할 수 있는 만큼 정제한, 장문의 문자를 썼다. 장문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거기까지가 또 내 한계여서. 내가 내 일이 잘 진행 안 되어 힘들었을 때, ‘막혔을 뿐 쌓이고 있겠지,’ 연인의 그 여상스러운 말에 무척 위로받았던 기억이 떠올라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해야 하는 건, 네 옆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거겠지. 언제든 잠깐 기대 쉴 수 있도록.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건 없지만, 그래도 괜찮을 거다, 스스로를 믿을 수 있게, 따뜻이 말해 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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