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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슨 Jul 24. 2022

The Slaps를 듣고 또 들었다


한 번씩 틀릴 때마다 멋쩍은 표정 짓는 모습이 귀엽...



시인이자 문화평론가 하닙 압두라킵의 음악 에세이집을 6개월째 작업 중이다. 번역가도 고생했고, 나도 조금은 고생 중이다. <재즈가 된 힙합> 때도 편집 과정에 공을 많이 들였지만, 이 책은 그보다 훨씬 까다로운 문장이 많아 고치고 대조하고 고치고 대조하는 일의 연속이다. 일반 출판사의 직원으로 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래도 나쁘다고만 말할 순 없다. 다양한 음악가들과 저자 자신을 둘러싼 생존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흑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그 어디서도 접해본 적 없는 방식으로 깊이 있게 쓰인 이 책을 먼저 읽고 한국어판으로 펴낼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또한 음악 책을 작업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원고에 푹 빠져 있는 것만큼이나 음악에도 푹 빠지게 된다. 하루에 몇 시간씩 스피커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주말엔 클럽에 가서 디제이나 밴드가 들려주는 음악에 몸을 맡긴다. 이거야말로 문자 그대로 음악과 함께하는 가장 순수한 즐거움이 아닐까.


더 슬랩스(The Slaps)는 올해 상반기에 가장 많이 들은 밴드다. 집에서, 길에서, 지하철에서, 기차에서, 이들의 음악은 내 많은 부분을 채웠고, 가끔은 비워주었다. 알게 된 계기는 올해 발매된 앨범 [Tomato Tree]였지만, 밴드의 모든 앨범에 흠뻑 빠지기까지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예전처럼 음악을 애써 찾아 듣지 않는 요즘, 이런 밴드를 찾기란 쉽지 않기에 더 자주 들었던 것도 같다. 2017년에 시카고에서 결성돼 꾸준히 활동해왔지만 밴드의 결과물과 재능에 비해 아직 덜 알려진 느낌이다. 듣다 보면 기타팝, 슬래커록, 로파이, 블루스, 거라지, 서프록 등등 이런저런 단어가 떠오르는데, 개별 곡뿐 아니라 곡들 간의 스펙트럼도 넓은 만큼 한두 장르로 설명하기란 어렵다. 초창기엔 몇몇 매체가 이들을 비치 블루스 록(beach blues rock) 밴드로 부르기도 했다는데, 현재 홈페이지의 소개란엔 이렇게 적혀 있다. “우리 음악을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긴 어렵지만, 어떤 이들은 저희더러 ‘목가적인(pastoral)’ 사운드를 낸다고 말하더군요.” 목가적이라니, 그야말로 이들 음악에 딱 어울리는 아름다운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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