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리슨 Sep 27. 2022

Nikki Nair는 슬픔을 몰아낸다

Nikki Nair | Boiler Room x Bass Coast 2022


즐거워서 클럽에 가는 거라고 생각하는 시선이 있다. 마음이 한없이 가벼워서, 슬픔 따윈 조금도 품고 있지 않아서 댄스 음악을 듣는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 생각들은 틀렸다. 하닙 압두라킵은 곧 출간될 한국어판 에세이집에서 이렇게 쓴다. “슬픔에 대한 사운드트랙이라고 해서 늘 슬픔 그 자체만큼 암울한 것은 아니다. 때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슬픔을 조금이나마 사소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일이다. 설사 그게 거짓임을 안다고 해도.” 슬픔을 사소한 것으로 느끼기 위해서, 잠시나마 슬픔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음악을 듣고 춤을 추는 사람들이 있다. 혹은 그러는 순간들이 있다. 압두라킵은 같은 책에서 이렇게도 썼다. “나는 주변 사람 모두가 행복을 강권할 때조차도 슬픔을 느낀다는 것이 어떤 심정인지 이해한다. 그로 인한 압박감을 모두 흘려보내 주는 노래를 찾는 것 말고 우리가 그에 대처할 방법은 뭐가 있을까?”


지난 8월, 병원에서 아빠를 간병하고 엄마와 교대 후 지친 몸으로 엄빠 집에 돌아오면 씻기 전에 한두 시간씩은 음악을 들었다. 엄마도 아빠도 없는 그 어색한 공간에서, 이미 불안과 슬픔이 기어들어 오기 시작한 그 집에서 몸을 들썩이며 음악을 들었다. 그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음원과 믹스 중 하나가 니키 네어(Nikki Nair)다. 니키 네어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활동 중인 프로듀서이자 디제이로, 그만의 복합적이고 포용적이며 위트 넘치는 사운드는 내게 여전히 독보적으로 들린다. 베이스, 일렉트로, 브레이크비트 씬이 얼마나 경쾌하게 뻗어나가고 있는지도 엿볼 수 있는 니키의 음악 세계는, “Startrack”을 비롯한 그의 유명 트랙들뿐 아니라 디제이 셋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영상은 지난여름 캐나다 메릿에서 열린 2022 베이스 코스트 페스티벌의 무대인데, 이 믹스만 열 번 정도 들은 것 같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파티는 음악광만이 아닌 모두를 위한 자리여야 해요. 저는 어느 누구도 제 파티에 와서 자신이 그곳에 어울리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말하는 이의 음악 앞에 어찌 슬픔이 설 자리가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사회의 산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