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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슨 Apr 26. 2023

Tsuruda의 늪에서 헤날 수가 없다


TSURUDA (LIVE) @ DEF: THE BOILER


음악에서 중요한 하나는 연결돼 있다는 감각이다. 이 음악과 연결돼 있다는 감각, 이 음악가와 연결돼 있다는 감각, 이 음악을 듣는 이들과 연결돼 있다는 감각. 특히나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음악을 듣는 사람들과의 연결감은 음악이 주는 독보적 즐거움이고, 그 즐거움이 재생되는 순간만큼은 감히 행복이나 축복이란 말을 갖다 붙여도 어색하지가 않다. 모든 음악은 결국 하나다, 라는 생각을 얼마 전 친구 집에서 팻보이 슬림의 바로 그 전설적인 3시간짜리 브라이튼 보일러룸 셋을 빔 프로젝터 화면으로 함께 보고 들으며 했다. 포 텟(KH)의 새로운 띵곡 “Looking at Your Pager”를 들으면서도 했다. 음악이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다른 예술과는 달리, 모든 음악이 실은 하나여서가 아닐까. 음악이 모두를 하나로 만들어주듯이. 그날도 나는 저 아름다운 음악들에 파묻혀 쉴 새 없이 춤을 추며 그 자리에 함께하지 않은 가족과 친구들을, 음악을 사랑하는 지인들을 머릿속에 그러모아 보았다.


몇 달간 쓰루다(Tsuruda, 부친이 일본계 미국인)의 음악에 영혼이 절여질 정도로 빠져 지냈다. LA에서 활동 중인 쓰루다는 중학교 2학년 때까지 클래식 음악 학교에서 바이올린과 성악 등을 배우다가 이후 본격적으로 프로듀싱을 시작했다고 한다. 싱글을 제외한 앨범만 이미 10장 넘게 발표한 그는, 애틀랜타의 언더그라운드 음악 기획 집단 DEF가 주최한 이 파티에서 음악의 초월적 힘을 공연한다. 이 영상을 완벽한 공연이라 말할 수 있는 건 트랙 리스트 대부분을 본인의 곡으로 채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의 음악을 듣다 보면 단순히 스타일이 다채롭다거나 센스가 좋다는 차원이 아니라 사운드 디자인, 사운드스케이핑 자체가 너무도 정밀하고 깔끔하며 창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베이스 뮤직을 기반으로 덥스텝, 트랩, 익스페리멘탈 힙합 따위를 섞어내고 음색적으론 로파이부터 글리치까지 아름답게 조화시키는 쓰루다의 음악이, 왜 나는 비슷한 계열의 다른 유명 아티스트들보다도 훨씬 좋게 들릴까? 왜 아직도 질리지 않고 미쳐버릴 것같이 좋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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