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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의 날을 세우다#4. 행동(行動)

눌언민행(訥言敏行), 민첩성의 날(Blade) 세우기


세상의 모든 리더는 성공을 꿈꾼다. 꿈을 꿈으로 남기는 이들과 꿈을 현실로 실현한 이들의 유일한 차이는 행동이다. 생각만으로 이룰 수 있는 성공은 없다. 리더로 성공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눌언민행(訥言敏行)이다. 단순히 재빠른 행동이 아닌 영리함도 갖춘 행동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아프리카 한 복판. 몇 일째 사냥에 성공하지 못한 암사자가 가젤 무리를 무섭게 노려본다. 팽팽한 긴장감. 암사자의 두 눈엔 간절함으로 가득하다. 그도 그럴 것이 몇 일째 굶고 있는 어리 새끼들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바람을 맞이하고 낮은 포복으로 천천히 가젤 무리에 접근하는 사자. 가젤 무리와의 거리는 이제 70m 남짓. 사자는 다시 한번 가젤 무리 속에서 사냥의 대상을 결정한다. 자신이 전력질주 할 수 있는 거리는 불과 500미터 남짓이다. 이 거리에서 가젤보다 앞서야만 사냥에 성공할 수 있다. 타깃을 정한 사자는 결심한 듯 힘차게 앞으로 달려 나간다.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타깃을 향해 달린다. 조금의 주저함도 없다. 이 이야기는 필자가 가끔 강의할 때 틀어주는 영상에 대한 이야기다. 생(生)과 사(死)를 결정하는 500미터.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계획을 세우고, 계획을 말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계획을 실천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행동하고자 하는 의지가 동반되어야 하고, 피곤함을 감수해야 가능한 것이 실천이다. 아무리 거창하고, 아무리 잘 수립한 계획이라 할지라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말만 번지르하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을 볼 때면 우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키지도 못할 계획 또는 말은 아예 하지도 마라!”. 계획과 말만으로 성공한 리더는 없다. 성공은 행동으로 얻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리더, 눌언민행(訥言敏行)이다.

“君子欲(군자욕) 訥於言(눌어언) 而敏行(이민행)” 논어 이인(里人)편에 나오는 말이다. 자고로 군자란 말은 느리고, 행동은 민첩해야 한다’는 뜻으로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공자(孔子)는 왜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일까? 논어에는 수많은 제자들이 나온다. 말과 행동하면 재여(宰予)와 자로(子路)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먼저 두뇌가 명석하고, 언변에 능한 재여(宰予)에 대한 공자의 평가다. 논어의 공야장(空冶長)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宰予晝寢(재여주침) 子曰(자왈) 朽木不可彫也(후목불가조야) 糞土之牆(분토지장) 不可杇也(불가오야) 於予與何誅(어여여하주) 子曰(자왈) 始吾於人也(금오어인야) 聽其言而信其行(청기언이관기행) 於予與改是(어여여개시)”. 이 말을 직역하면 “재여가 낮에 잠을 자니 공자가 말씀하시길 썩은 나무는 새기지 못하고, 썩은 흙으로 만든 담장은 칠하지 못한다. 어찌 재여를 탓하리오. 공자가 말하길 처음에는 사람됨을 그 사람의 말을 듣고, 그의 행동을 믿었으나, 이제는 그 사람의 말을 듣고 나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살펴보겠다”. 학업에 열중하겠다고 하고선, 낮잠을 자는 재여를 꾸짖은 공자의 말이다. 다음은 성격이 급해 공자에게 자주 꾸지람을 듣던 자로(子路)에 대한 평가. “子路(자로) 有聞(유문) 未之能行(미지능행) 唯恐有聞(유공유문)”. 자로(子路)는 좋은 말을 듣고서 그 말을 실천하지 못했을 때, 또 다른 좋은 이야기를 들을까 봐 두려워했다는 뜻으로 배운 것을 실천하려는 자로(子路)의 노력을 칭송한 말이다.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의 중요성을 기록한 것은 논어뿐만이 아니다. 유대인의 오천 년 지혜가 담겨 있다는 탈무드 잠언에도 “알고서 행하는 사람”을 지혜로운 사람의 7가지 조건 중 하나로 당당히 기록하고 있다.  
    
논어(論語)에 등장하는 재여(宰予)와 자로(子路)에 대한 공자(孔子)의 평가, 탈무드 잠언에 기록된 ‘알고서 행하는 사람’을 지혜롭다고 한 것은 모두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의 중요성에 대한 가르침들이다. MZ 세대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충고하고, 간섭하며, 지적하는 사람들을 “꼰대”라고 부른다. 행동이 아닌 말이 앞서는 사람들이다. MZ 세대를 조직 구성원으로 데리고, 조직을 이끌어 가야 하는 오늘날의 리더, ‘민행(

敏行)’은 반드시 세워야 하는 리더십의 날(Blade)이다.



민행(敏行)의 속도를 높이는 방법.

눌언민행(訥言敏行)의 민행(敏行)은 행동을 재빠르게 하는 의미도 있지만, 영리하게 행동하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즉, 행동은 재빠르지만 영리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영리하면서도 재빠를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이제부터 알아보자. 민행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표정관리다. 표정은 거울이다. 사람은 긴장하거나, 불안하면 얼굴 근육이 수축하고, 반면, 기대와 확신으로 가득 차 있으면 얼굴 근육은 이완된다. 행동은 수축한 근육에서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지만, 이완된 상태에서는 최고의 효율적 움직임을 가질 수 있다. 최고의 효율적 움직임은 영리하면서도 재빠른 움직임이다. 리더의 민행(敏行)은 표정관리로 그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행동 결과에 대한 긴장과 불안이 아닌 기대와 확신에 찬 표정이 지금보다 더 영리하면서도, 재빠른 행동을 이끌어 낼 것이다. 두 번째는 호흡관리다. 리더가 달려가야 하는 길은 숨을 참고 달릴 수 있는 짧은 거리가 아니다. 리더가 달려가야 할 결승점이 50미터, 100미터가 아닌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아주 먼 길이다. 따라서 리더의 민행(敏行)의 속도는 출발선부터 결승점까지의 평균 속도로 결정된다. 평균 속도를 높이는 데 있어 호흡은 중요하다. 장거리를 뛰는 마라토너처럼 들이쉬고, 내 쉬는 호흡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리더에게 필요하다.

 

행동의 리더, 아산(峨山) 정주영(鄭周永, 1915 ~ 2001)

행동의 리더, 누가 있을까? 굳이 해외로 눈길을 돌릴 필요가 없다. 아무런 기반도 없던 시절, 황량한 백사장에 조선소를 짓고, 조선 수주 세계 1위라는 신화를 창조한 인물 “정주영” 회장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정주영 회장을 있게 만든 명언 “해봤어?”. 이 명언은 수많은 리더들에게 행동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영감을 주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1981년 <나의 경영철학>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던 영상,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 내용들이 기록으로 남겨져 아직도 우리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다. 정주영 회장이 남긴 기록과 육성 메시지 속에 담긴 그의 행동 리더십을 대표하는 일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의 조선업은 기술, 경험, 돈 그 어느 것 하나 갖추지 못했던 1970년대. “세계 최고의 조선소 설립”을 꿈꾸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그 꿈을 비난할 때 그는 독일로 날아갔다. 독일에서 그가 들어야 했던 말은 “나무 배나 만들어라”라는 냉소였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곤 영국으로 날아가 버클리 은행의 버클레이 회장을 찾아갔다. 그리곤 “조선소를 지을 예정이니 돈 좀 빌려 주시요”라며 울산 미포만의 모래사장을 찍은 사진 한 장과 25만 톤 유조선 설계도 한 장을 내밀었다. 버클레이 회장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리고 정주영 회장에게 던진 말은 “25만 톤급 배는 본 적 있습니까?”라는 냉소였다. 그런 냉소적 답변에 정주영 회장은 오백원짜리 지폐를 꺼냈다. “16세기에 영국사람들은 철갑선을 본 적 있습니까? 우리는 그 철갑선을 만든 나라입니다. 잠재력을 믿고 도와주시오” 그의 당당함에 버클레이 회장은 “당신이 만든 선박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돈을 빌려주겠다”며 조건부로 승낙한다. 사실 버클레이 회장의 이 말은 빌려줄 수 없다는 거절의 메시지였다. 하자만 정주영 회장은 버클레이 회장으로부터 약속을 받아내고, 선박을 팔 판매처를 찾아 나선다. 각고의 노력 끝에 그리스의 리바노스 회장(선엔터프라이즈)이 싼 가격의 배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계약을 체결하고, 결국 영국 버클리 은행으로부터 4300만 달러의 돈을 빌리는 데 성공한다. 영국 버클리 은행으로부터 빌린 4300만 달러로 조선소를 짓고, 선박을 건조할 수 있었다는 일화다.


기술도, 자금도, 기반도 하나 없이 오직 정주영 회장의 꿈에 의해 시작한 한국 조선업은 2000년대에 접어들어 세계 최고의 일본을 밀어내고 당당히 세계 1위에 등극하는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 냈다.


리더의 민행(敏行), 성공의 엔진

세상의 모든 리더는 성공을 꿈꾼다. 하지만 꿈을 실현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꿈의 실현은 행동하고, 실천할 때 가능한 것이다. 사막의 내리쬐는 태양아래에서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500미터 전력 질주하는 사자는 생존의 절박감으로, 황량한 백사장에 세계 최고의 조선소를 짓겠다는 정주영 회장은 꿈을 반드시 실현시키겠다는 의지가 영리하면서도 재빠른 행동 즉 민행(敏行)의 결과라는 점이다. 정주영 회장은 살아 있는 동안 행동의 중요성과 관련한 수많은 명언을 남겼다. 그중 필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명언은 “머리로 생각만 하지 말고 행동하라”는 민행(敏行)이 담긴 명언이다. 성공을 꿈꾸는 리더, 행동에 민첩함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글. 진현진(hjin@fidelitysolution.co.kr)

피델리티솔루션 부대표, 경희대학교 경제학 석사. 경희경제연구소에서 근무했음.

출간서적 <변화와 성장 레시피>, <의미 있고, 행복한 삶 나다움>

※피델리티솔루션은 행동과학 기반의 경영컨설팅을 하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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