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불경첩(目不見睫),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게 먼저다!
세상에는 다양한 옷이 있다. 멋지다고, 유행한다고 자신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옷을 입게 되면 어색하고, 불편하다. 그 결과 의도치 않은 실수를 연발하게 된다. 자신에게 맞는 옷은 따로 있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멋지다고, 유행한다고 마냥 가져다 쓰게 되면 나답지 않은 말과 행동으로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리더십을 찾아 제대로 발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나 자신을 바로 아는 지기(知己)가 먼저다.
영국 오팔가 빈민가의 거지 톰이 영국의 왕 헨리 8세의 아들 에드워드를 동경해 궁전을 찾아가지만 문지기에 의해 폭행을 당한다. 이를 본 에드워드 왕자는 문지기 병사를 꾸짖고 톰을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톰의 이야기에 궁전 밖의 생활이 궁금해진 에드워드. 톰에게 서로의 옷을 바꿔 입자고 제안하고, 톰은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톰의 옷을 입은 에드워드는 궁전을 나서는 순간부터 험난한 일들을 겪는다. 문지기에게 폭행을 당하고, 술에 취한 톰의 아버지에게 강제로 끌려간다. 이를 본 앤드루 신부가 말리다가 톰의 아버지가 휘두르는 몽둥이에 맞아 죽는다. 톰의 집으로 끌려간 에드워드. 톰 어머니의 도움으로 술주정뱅이 톰의 아버지로부터 겨우 벗어난다. 그러나 거지의 옷을 입고 세상에 던져진 에드워드는 왕자로서 경험해 보지 못한 온갖 고초를 겪게 된다. 반면 에드워드 왕자의 옷을 입은 톰은 궁전사람들에 왕자가 아니라고 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오히려 왕자가 미쳤다는 오해를 받는다. 소문은 병상에 누운 헨리 8세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된다. 헨리 8세는 아들(왕자의 옷을 입은 톰)을 불러 프랑스로 말하고, 통역해 보라고 하지만 프랑스어를 배운 적이 없는 톰은 그러지 못한다.
헨리 8세는 그런 아들(톰)의 정신이 이상해졌다고 여긴다. 왕자로 오해받는 톰의 상황도 거지모습의 에드워드 왕자에 못지않다.
마크트레인 소설 <왕자와 거지> 이야기다.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두 사람. 옷 때문에 겪는 어려움은 리더인 우리가 그냥 간과하고 넘길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세상에는 다양한 옷들이 있다. 유행한다고, 멋지다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찾아 입으면 어딘가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게다가 불편하다. 불편함은 예전엔 하지 않던 실수를 연발하게 만들 수 있다.
조직을 이끌고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리더,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똑같은 분들이 단 한 분도 없다. 모두 가지고 있는 기질, 성격,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분들에게 똑같은 리더십의 옷을 입히면 어떻게 될까? 자신에게 맞는 리더십의 옷을 입은 리더는 상관없겠지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리더는 불편할 것이다. 그 결과는 뻔하다. 평소엔 하지 않는 리더십의 실수를 연발하게 될 것이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어울리고, 맞는 리더십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리더, 목불경첩(目不見睫)이다
중국 춘추시대 초(楚)나라 장왕(莊王)이 월(䞲)나라를 정벌하려 할 때 두자(杜子)라는 신하가 왕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정벌하려 하십니까?” 이에 왕은 “월나라의 정치가 혼란하고, 군대가 약하니 지금이 때라 생각하오”. 장왕의 말을 들은 두자는 “저는 지혜가 눈(目)과 같은 것이라 걱정입니다. 눈(目)은 백보 밖의 사물을 볼 수 있지만, 자신의 눈썹을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초(楚)나라는 잇따른 전쟁으로 군대는 약해졌고, 도적들은 난립하고 있었다. 두자는 이런 국내의 사정은 모르고, 월(䞲)을 정벌하려고 하는 왕이 걱정되어 건넨 말이었다. 왕은 두자의 말이 옳다 여기고 월나라 정벌을 중단했다는 이야기가 한비자 유로편(喩老篇)에 나온다. 이에 유래한 말이 ‘눈은 눈썹을 보지 못한다’는 목불경첩(目不見睫)이다. “목불경첩(目不見睫)”의 숨은 의미는 남의 허물을 보기 앞서 자신을 먼저 살피라는 처신에 대한 가르침을 담고 있다. 지피(知皮)보다 지기(知己)가 먼저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조직 심리학자인 ‘타샤 유리크 (Tasha Eurich)’는 미국 유수 기업들의 리더를 대상으로 한 리더십 진단 결과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리더는 10~15%에 불과하다고 했다. 자신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리더 10%는 조직을 이끌고 큰 성과를 내고, 구성원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하지만, 그렇지 못한 85~90%의 리더는 자기반성과 성찰이 부족해 실패하는 리더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리더의 지기(知己)는 리더로서의 개인적인 성공과 조직의 성공에 있어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조직을 이끌어 가며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리더에게 있어 지기(知己)란 무엇일까? 필자는 리더의 지기(知己)를 자신에게 어울리는 리더십의 옷을 찾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내가 지향하는 것은 무엇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길 원하고,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선호하는 것은 무엇인지 제대로 알게 될 때 가장 잘 어울리는 리더십을 찾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기(知己), 자기다움이다
우리는 가끔 생각한다. 평소와 다르게 말하거나, 행동할 때 ‘나답지 않게 왜 그랬지?’. 그건 바로 정체성 때문이다. 정체성은 개인이 가진 내적요인과 외적요인에 의해 형성되는 고유한 특징이자 상대방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가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과 다른 말을 하고, 행동하게 되면 어색하고, 불편하며, 불안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나의 정체성에 맞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자기다움이다. 따라서 지기(知己)는 자기다움을 찾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기(知己) 하나. 리더로서 추구하는 가치를 찾아야 한다. 여기서 가치는 단순한 가치가 아니다. 리더로서의 삶의 방향이 되고, 목표가 되는 것이어야 한다. 리더들에게 “당신의 목표는 무엇입니까?”라고 질문을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성공한 리더다”. 리더로서 성공은 목적이지 목표가 아니다. 목표라 함은 리더로서의 삶의 궁극적인 가치여야 한다. 예를 들자면 “감동”, “희망”, “혁신”, “배려”, “헌신”, “성장”, “진정성” 등이다. 그래야 “감동을 주는 리더”, “희망을 주는 리더”, “혁신하는 리더”, “배려하는 리더”의 삶을 지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리더로서 삶을 살기 위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가치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자신에게 맞는 추구가치를 찾아야 한다.
지기(知己) 둘. 가치에 맞는 리더로서의 삶의 스타일을 찾아야 한다. 삶의 스타일은 자신의 인생관이 묻어나 있고, 자신의 생활태도까지 포함된 생활양식과 생활패턴이다. ‘전국 노래자랑’하면 누가 떠오르는가? 2022년 6월 타개한 송해가 떠오를 것이다. 필자는 기억한다. 2019년 모 신문사와 실시한 인터뷰다. 그는 당시 이렇게 말했다 “노래와 악극으로 사람들의 즐거움이 됐고, 한 때는 마음을 울렸다. 딴따라는 나에게 내려진 천직이라고 웃으며 말하는 모습이다”. “즐거움”이라는 추구가치를 위해 평생을 딴따라의 삶을 산 송해. 리더인 우리는 그의 삶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지기(知己) 셋. 리더로서 자신만의 경험을 구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리더로서의 경험구현은 실행과 관리의 개념이다. 제아무리 좋은 ‘추구가치’, ‘삶의 스타일’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실행하거나, 관리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고, 자신만이 구현 가능한 체계적인 실행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지기(知己)는 단순하지 않다. ‘리더로서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 ‘리더로서 가치 실현을 위해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마지막으로 ‘어떻게 나만의 경험을 구현해 갈 것인가?’를 아는 것이 리더의 진정한 지기(知己)다. 그래야 자신에게 어울리는 리더십의 옷을 입고, 행복한 리더로서의 삶을 누릴 수 있다.
지기(知己)의 리더, 당신은 이미 최고다
2023년 필자의 리더십 칼럼은 “신념”, “근본”, “방법론(전문성)”, “민첩성(행동)”, “그릿(인내)”, “공정”, “원려” 등 리더로서 지향해야 할 추구가치를 기반으로 기획되고 작성되었다. 각 칼럼에 등장한 최고의 리더들은 모두 자신에게 맞는 리더십의 옷을 입고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신념의 리더 폴 오닐(Paul O’Neil), 근본의 리더 제임스 시네갈(James Sigegal), 방법론의 리더 도요타 아키오(Toyoda Akio), 민첩성의 리더 정주영(鄭周永), 공정의 리더 로버트 앨런 아이거(Robert Allen Iger), 냉정한 리더 데이비드 시걸(David Siegel), 그릿(Grit)의 리더 캐런 피츠(Karen B. Peetz), 멀리 내다보는 원려의 리더 이병철(李秉喆)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속담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일단 시작하면 끝마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의미를 가진 말이다. 여기에 지기(知己)가 덧붙여진다면 어떨까? 시작도 그냥 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 시작하게 되니 리더십을 발휘하는 과정은 더욱 순탄할 것이요, 리더로서 마무리 또한 성대한 결말로 끝나는 것은 자명하다. 지기(知己)한 리더, 당신은 이미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