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1 - 여성 공연인 릴레이 인터뷰
Q. 얼마 전에 데뷔 15주년을 맞이하셨는데
내가 대학교 졸업을 좀 늦게 했어. 3년인가, 길게 휴학해서. 중간에 집안 사정이 갑자기 어려워져서. 또 누가 가수로 앨범을 내자고 제안해서 일 년을 쉬기도 했는데, 나랑은 영 안 맞는 것 같아서 중간에 접었고. (웃음)
배우가 한 해에 작품을 세 개 정도 하면 많이 하는 편인데, 내가 진짜 많이 하기는 했네. 생각해보니까 쉰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 전에 일 년에 한 번씩, 어쩌다가 예정되어 있던 작품이 엎어지고 한국에 있으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외국에 나가서 한두 달씩 지내기도 했어. 한때는 유학을 가볼까도 싶어서, 그에 앞서서 미국에서 살 수 있을까 하고 맨해튼에 스튜디오 하나를 렌트해서 한 세 달 정도 살아보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맨해튼이 좁기도 하고 내가 학교를 다니거나 했던 게 아니라 그냥 백수로 간 거라 너무 심심하더라고. (웃음) 그때 당시 미국에 있던 (고)영빈 오빠와 정말 아무 감정도 없는 사이인데도 마치 연인처럼, 매일매일 만나서 놀았지.
Q. 이 나이대 여배우로서의 입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있다면
애매하지.
어릴 때 TV에 나오는 외화를 보다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 여자 주인공들은 너무 어린데 남자 주인공들은 너무나 아저씨인 거야. 어릴 때는 별생각 없이, ‘여배우들은 관리를 하고 화장을 하다 보니 비슷한 나이라도 남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늙어 보이나 보다’ 그냥 그러고 넘어갔거든. 근데 살다 보니 나도 어느새 그런 것에 익숙해져서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었더라고. 얼마 전 드라마를 보는데 문득 너무 이상한 거야. 나이 많은 남자가 젊은 여자를 만나는 건 괜찮고 능력인데, 그 성별이 반전되면 난리가 난다는 게. 최근 모 드라마에서도, 연상의 능력 있는 여자 주인공과 연하의 남자 주인공의 로맨스에 대해서 말이 많았잖아.
심지어 여자 관객들이 대부분인 공연계에서조차도, 남자 주연배우가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여자 배우와 연인 관계인 건 괜찮은데 여배우가 나이 어린 상대 남배우와 같은 연기를 하면 난리가 나. 나도 예전에 공연하면서 상대 남배우와 연기할 때 ‘누나 같다, 이모 같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냥 그러려니 하며 웃고 농담으로 넘겼는데, 어떤 배우들에게는 그게 굉장한 상처나 스트레스가 될 수 있거든.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은 들어. 이걸 어떻게 바꿔야 할진 모르겠지만.
지금 내 나이 대 배우들, 서른여덟, 서른아홉까지는 쓰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아무도 안 쓰려고 할 때 다들 얼마나 답답할까 그런 생각도 들어. 그나마 나는 일찍 다양한 노선으로 틀어서 선택지가 좀 더 생긴 게 다행인데, 그렇게 노선을 한 번씩 틀지 않으면 이미지가 고정돼버리더라고. 그리고 그렇게 확 트는 것도 당연히 두렵고, 한 번 틀면 그쪽에 또 고정되어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왜 (여배우들에겐) 그런 작품들만 있는지… 남자 배우들은 여배우들처럼 공주과 아니면 창녀과로 나눠져 있지는 않잖아. 여성 캐릭터들은 창법도 꾀꼬리처럼 얌전하게 부르거나 파워풀하게 지르거나 둘로 나뉘고, 아니면 성격이 유하다고 맨날 유한 역할만 시키고.
Q. 만약 2019년 지금 데뷔한다면 어떨 것 같은지
어휴 너무 힘들 것 같아. 요새는 실력이 뛰어나도 기회를 얻기가 정말 너무 힘들어. 제작사 입장에서도 시장에 여러 가지 변수가 있고 하나의 작품을 올릴 때 리스크가 워낙 크다 보니, 인지도가 높거나 티켓 파워가 있는 캐스팅 혹은 정말 실력이 탁월해서 실패할 리 없는 캐스팅을 쓰게 되는 거고. 사람은 누구나 경험이 쌓여야 더욱 발전을 할 수 있는데, 그런 발전을 할 기회나 환경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 거야. 운 좋게 배역으로 데뷔를 하더라도, 아이돌 그룹 멤버나 연예인과도 경쟁을 해야 하고.
내가 어릴 때에는 제대로 된 뮤지컬 작품도 없었어. 정당한 라이선스비를 지불하고 사 오는 공연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고 창작 뮤지컬은 아예 생각도 못 했던 시절이었고. 그런 시대에 운이 좋아서 뮤지컬이란 걸 처음 접하게 되었고, 해외 공연들을 보다 보니 사실 원래는 브로드웨이에 가서 공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IMF 사태가 터지면서 결과적으로는 못 가게 됐지. (웃음) 마침 그때쯤 한국에서도 뮤지컬 작품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거야. 뮤지컬 시장이 이제 막 커지기 시작할 때 데뷔를 해서 여자 주인공을 할 사람 자체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초반부터 여주인공이나 그 주변 배역을 할 수 있었거든. 생각해보면 난 내가 하고 싶은 걸 구체적으로 차근차근 밟아갈 수 있어서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아.
Q. 공연계가 어렵긴 어려운가 봐요
배우들끼리는 페이를 공개하지 않아서 어린 앙상블 친구들에 관해서는 잘 몰랐거든. 어느 날 우연히 듣게 됐는데 너무 말도 안 되는 개런티를 받는 거야. 진짜 말도 안 되는. 그래도 예전에 대극장 작품을 하면 연습비도 나왔고, 식사는 당연히 됐거든. 그런 점에서는 옛날이 더 나았던 것 같기도 해. 근데 이건 제작사에게 뭐라 할 수 있는 게 아닌 게, 장사가 안되다 보니 스타 캐스팅을 해야만 하고 한정된 예산 중 큰 부분을 캐스팅에 쓰게 되면 아무래도 다른 부분에서 줄일 수밖에 없겠지.
극장 대관료가 너무 비싸진 것도 문제야. 객석 수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수익이 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안되는 거지. 내 생각에는 임대료를 몇 년 사이에 몇 퍼센트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하는 규제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해. 대관료 지원 사업이 있긴 한데, 지원 범위가 되게 한정적이고 심사 조건도 까다로워서 도움을 받기 쉽지 않고.
Q. 공연 시장의 관객풀이 확대되어야 한다고요.
국내 공연에 있어서 관객층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나라 정말 작은 나라잖아. 관광객이 많이 찾는 것도 아니고 자체적인 인구가 많은 나라도 아닌데도 이렇게 공연이 많이 올라올 수 있는 건 투자 자본의 유입 때문이거든. 몇 년 전 영화 산업에 한창 유입되었던 투자 자본이 다시 빠져나와 이쪽 공연계로 흘러들어온 거야. 근데 요즘처럼 경기가 침체되어 있을 때는 공연계에서도 자본이 빠져나가니까. 자본의 흐름을 생각하면 어쩌면 새로 제작되는 공연이 점점 줄어들어서, 관객 층이 확장되지 않는다면 아예 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아.
Q. 예전에, 남성들도 공연에 관심을 좀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셨었는데
과거 인터뷰에서, 공연장에 남자 관객들도 왔으면 좋겠다고 한 말이 오해를 좀 불러일으킨 적이 있어서 좀 조심스러워. 여자 관객들이 아닌 남자 관객들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혹은 남자 팬들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었거든. 나한테는 남자 팬이든 여자 팬이든 다 똑같이 소중해.
조금 위험한 발언일 수 있고 뭐가 먼저 와야 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남성 관객들이 늘어나는 게 세일즈 측면에서 여성 주연 극이나 여배우에 대한 소비와 수요를 이끌어내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일반화를 할 순 없지만 가령 이성에 관심이 더 많은 어느 여성 관객이 있다면 그분이 남자 배우와 남자 캐릭터 위주의 작품에 관심을 더 가지고 소비할 수 있잖아. 개인적인 취향으로 그런 작품과 배우들에 흥미와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에게 여배우가 출연하고 여성 캐릭터 위주의 작품을 소비할 것을 강요할 수 없고. 아이돌 산업의 경우도 여성 그룹에 많은 남자 팬분들이 있잖아. 그런 케이스들을 생각해보면, 관객 중에서 남자들이 많아지고 그들도 공연에 관심을 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가능할까요…? (웃음)] 어떻게 하면 좋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Q. 공연계에 새로운 관객, 특히 남성 관객의 유입이 어려운 이유가 있다면 뭘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 사실 전 세계적으로 뮤지컬 수요층에 여성이 월등히 많은 가장 큰 이유는, 각자 취향의 영역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야. 일반적으로 스포츠 경기장을 채우는 관중 중 남성이 더 많은 것과 같은 이유인 거지. 물론 문화예술과 스포츠는, 어떠한 공간에서 함께 모여 무언가를 관람하고 그걸 해내는 사람들을 응원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또 여러 세부적인 차이가 존재할 거고.
같은 예술 분야 내에서 비교해보자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관람객들과 공연장을 찾아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는 관객의 남녀 비율을 비교했을 때 공연장에 남성이 상대적으로 더 적은 편이잖아. 영화관에는 남성들이 좀 더 많은데 공연장은 그러지 못한, 그렇지 않은 이유가 뭘까? 콘텐츠 내용? 공연장 문화? 마케팅? 다각도에서 고민을 계속해나가다 보면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 실험을 했는데, 남성으로 가득 찬 만원 엘리베이터에 여자들은 타는데, 남성들은 여성으로 가득 찬 엘리베이터에 안 타는 경향성을 보였대. 남자들은 여자들이 많은 집단에 홀로 들어가는 걸 겁내는 거지. 현재 이미 관객 구성이 여초인 상황에서는 그런 심리적인 부분도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우리나라 공연 문화 특성상, 다른 문화권에 비해 객석 내 텐션이 더 높은 것도 사실이야. 공연 소비 양상이나 관람 문화에 있어서는 아직까지는 ‘덕’(매니아)과 ‘머글’(일반 관객) 이렇게 이분화되어 있기도 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처음 오시는 관객들이 잘 모르실 수 있다고 생각해. 나도 배우이다 보니 목소리가 좀 큰 편인데, 한 번은 공연을 관람하면서 웃긴 장면에서 웃었다가 ‘관크’(공연 관람에 지장을 주는 관객의 행위)라고 지적을 받아서 억울했었거든. 물론 그래서는 안되는, 조용하고 엄숙한 공연도 있지만 코미디 작품에서는 웃긴 데서 웃어줘야 배우들도 힘이 나고 공연을 잘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말야.
아까 말했듯 연극이나 뮤지컬의 세부 장르나 내용, 출연 배우 등의 공연 내부적인 요인도 관련이 있을 거야. 그런 부분에 대해서 다 함께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
Q.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여전히 배우가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해. 물론 각자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환경은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만약 내가 배우를 안 했더라면 되게 독선적이고 나만 아는 사람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예전의 나는 자존심도 엄청 셌고 정말 보수적이고 나 잘난 맛에 살았거든. 그때는 겁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은 어쩔 수 없이 사람들과 부대끼고 어울려야 하는 직업이라, 공연을 하며 사람들과 함께 사는 방법을 배운 것 같아. 그 경험이 없었다면 내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잘 모르고 살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배우를 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
Q. 반대로 공연을 하면서 지쳤던 경험이 있다면
무언가에 쫓겨서 작품을 할 때는 계속 소모되는 느낌이 들어. 체력도 점점 떨어지고, 밑천이 드러나는 것 같은 느낌. 그런데도 못 쉬고 작품을 연달아 계속하고 있다 보면 나중에는 무대에 오르기가 싫더라고.
나도 때로는 의리나 생계 때문에 하게 되는 작품들이 가끔씩 있잖아. 혹은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작품인데 그 당시 내 상황이나 주변 환경 때문에 내가 너무 지쳐있어서 무엇을 만났든 그렇게 느꼈을 시기에 하게 되는 작품. 그런 걸 한 번 하고 나면 정말 공연을 하기 싫었어. 특히 공연 자체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임금이나 제작사 문제 등 외부적인 문제가 있을 때는 작품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간에 다른 일로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고. 당장 오늘 공연이 올라갈지 못 올라갈지 전전긍긍하는 상황에 있다 보면, 공연을 행복하게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지치고 너무 소모된 것 같고 질려버려서 하기 싫어지더라고.
Q. <퀸즈맨> 콘서트를 처음 했을 때와 다시 했을 때의 소감이 어땠는지
처음 <퀸즈맨> 콘서트를 할 때는, 정말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고 부담감도 컸어. 준비를 많이 한다고 많이 했는데 실수도 많이 있었고 끝나고 ‘아, 진짜 다시는 못하겠구나,’ 싶어서 정말 속상했거든. 그런데 지나간 일을 어떡하겠니, 할 수 없지 뭐. 그래서 이번엔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사실 봄에는 너무 바빠서 생각보다 준비를 많이 못 했던 것도 있고, 처음이라서 너무 긴장되더라고. 두 번째 할 때는 좀 더 잘하고 싶었어.
<퀸즈맨>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콘서트에서 부를 곡을 선정할 때 내가 부르고 싶어 하는 곡과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곡이 너무 달라서 좀 고민되기는 해. 모두가 다 잘 알고 있는 노래는 너무 지겹지 않을까 싶어서 새로운 걸 많이 준비했는데 잘 모르시는 노래는 또 생각보다 별로 안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고. ‘이 노래 너무 좋은데 들려드리고 싶다!’ 이런 곡들도 있고, 나 역시 내가 부르고 싶은 곡을 불러야 연습도 더 재밌거든. 이건 내가 공연을 많이 안 봐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 코드가 잘 맞으면 좋을 텐데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건 다른 것 같아서… 그런 게 좀 딜레마였어.
Q. 추후에 다시 한 번 콘서트를 하게 된다면
얼마 전에 우리 팬카페 모임 자리에서 팬분들과 만났는데, 내가 공연을 하고 있지 않은데도 생각보다 너무 많이 오신 거야. 처음 뵙는 얼굴들도 많았고. 아무래도 내가 공연을 안 하다 보니 평소에 자주 못 뵙던 분들까지 보러 튀어나오셨구나 싶으면서, 정말 반성 많이 했어. 빨리 뭐라도 공연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날 그렇게 많이 오실 줄 몰랐는데 만약 알았더라면 노래 한 곡이라도 준비해서 불렀을 텐데 싶었어. 다음에 또 콘서트를 하게 된다면 한 번 단독으로, 옆에 기타나 피아노 한 대 정도씩 놓고 편하게 토크도 해가면서 작은 팬미팅처럼 진행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 재밌겠다 싶기도 하고, 지금처럼 작품을 쉬는 동안 우리 회사에서 한 번 해볼까 생각도 하는데 아직 잘 모르겠네.
Q. 앞으로의 바람이나 꿈이 있다면
내가 진짜 좋아할 수 있는 작품이나 배역을 어서 했으면 좋겠어. 물론 기존에 했던 작품 중에도 좋아하고 재밌었던 건 있지만, 아직 못 해본 새로운 작품으로. 큰 작품이건 작은 작품이건 날 좀 불태울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 책임감이 들거든. 관객분들이 내 공연을, 내가 나온다고 해서 보러 오시는데, 작품에도 실망을 안 하셨으면 좋겠고. 그런데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거든. 만족감을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는데… 운이 잘 맞아서 그런 작품과 만나면 좋겠다.
아예 돈을 미친 듯이 많이 주든가, 아니면 무대에서 완전 멋져 보이는, 노래도 미친 듯이 많고 임팩트도 있고 비중도 많은 기깔나는 역할을 주든가. 그게 아니라면, 하고 나서 정말 좋았다고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을 해야 할 것 같아. <명동 로망스>는 등장인물들의 비중도 다 비슷해서 특별히 주인공이랄 것도 없잖아. 페이도 진짜 조금 받았거든. 그런데 이 작품은 나한테 끝나고 나서도 내 인생에 평생 남을 것 같은 작품이라서. 함께 공연한 이 사람들을 너무 사랑했고 매일매일 연습실 가는 것부터 즐거웠고, 공연을 하면서도 매 회 좋아해 주시는 관객들 덕에 진짜 보람을 많이 느꼈어. 그런 작품을 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
이젠 결혼도 해서 조금 안정도 되었으니까 비상업적인 공연도 좋고 돈은 거의 못 벌더라도 괜찮으니, 오롯이 작품에만 집중해서 무대에서 멋지게 내 역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처음부터 약속이 잘 되어있고 서로가 그 약속을 잘 지켜서 다른 일에 신경 쓸 일 없고 스트레스받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고. 온전히 좋은 연기와 노래, 좋은 공연을 만드는 데에만 흠뻑 빠져서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 거의 이상에 가까운 꿈이지.
내가 작품을 하는 기준과 방식을 조금 바꿔야 할 것 같기도 해. 그렇지 않으면 이 일을 하는 이유가 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해야지 오래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길 것 같고 그렇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이 직업은 특히, 내가 해서 재미있고 행복하지 않으면 오래 지속되기 힘든 것 같거든.
내가 정말 좋아서 하는 게 아니면 절대 결코 결과가 좋게 나올 수 없어. 결과가 안 좋으면 그다음으로 잘 이어지지도 않고, 내가 정말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못 하게 될 수도 있어. 그렇기 때문에 계속 잘 하기 위해서는 작품을 잘 골라서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어서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
매거진[연]의 <여성 공연인 릴레이 인터뷰>는 배우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제작진 및 스태프들도 모시고자 합니다. 다만 스케줄을 조율하다 보니, 당분간 몇 회는 배우분들의 인터뷰가 연달아 업로드될 예정이에요. 어떤 분들을 만나 뵙게 될지 궁금하시죠? 트위터 계정 @magazineyeon에 살짝살짝 힌트를 올려드리고 있으니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기다려주시고요. 각각의 다채로운 이야기에 열린 마음으로 귀 기울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