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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거진 연 Feb 08. 2019

[인터뷰] #9. 배우 김아영 (2)

PROJECT #1 - 여성 공연인 릴레이 인터뷰

배우 김아영 / 제공 오리진 엔터테인먼트

Q. 더 다양한 배역에 대한 갈증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여배우 자체가 일단 무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한정적이죠. 저 같은 경우는 캐릭터가 너무 명확하고, 누군가 보시기에는 명확한 조연이다 보니 연기적으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아요. 사실 저는 그런 건 별로 상관이 없어요. 늘 이야기하지만 어떤 작품이 든 간에 좋은 공연이라면, 쓰임새 있게 쓰인다면 어떤 도구로 쓰이든, 1-2분만 나오든 저는 상관없습니다. 이제는 나이를 먹고 경력이 좀 쌓이다 보니까 어떤 분들은 역할을 제안하실 때 좀 미안해하시는 분도 계세요. 적절하게 쓰이기만 한다면, 작품만 좋다면 저는 굉장히 즐겁게, 재미있게 할 수 있어요. 지금도 비슷한 캐릭터를 계속한다고 해서 그거에 대한 스트레스는 별로 없어요. 늘 새롭고 재미있어요.
다만 그냥 여자 배우로서의 고민은 있죠. 저뿐만 아니라 제가 친한 멤버들을 만나서 얘기하면 – (김)국희나 (윤)사봉 언니, 제 완전 절친들이거든요 – 다 저랑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배우들인데, 배우라는 롤 자체에 대한 고민보다는 ‘여자’ 배우라서 하는 고민들이 여러 가지로 꽤 많은 것 같아요. 능력을 떠나서 할 수 있는 공연 자체가 한정적이니까요.
지금도 배우로서 경력이 쌓였다고, 나이를 먹었다고 오디션을 안 보고 콜만 기다리고 그런 건 전혀 없어요. 오디션이 있기만 하다면 준비해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데 오디션 자체도 별로 없고 오디션이 뜨면 주로 남자 배역들이다 보니 설 무대도 많지 않아요. 그리고 공연을 하게 되어도, 물론 좋은 회사와 스태프 분들도 너무 많지만 기본적으로 처우나 대우 같은 게 많이 다른 걸 느껴요. 저보다 훨씬 후배고 경력도 적은 어린 친구인데 남자 배우라는 이유로 훨씬 많은 페이를 받거나, 똑같은 롤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오로지 남녀의 차이에서 오는 여러 가지 차이가 속상하고, 회의감도 들죠. 이래서 (한)보라가, 제가 할 얘기가 많을 것 같다고 했군요. (웃음)

Q. 공연계에서 여배우들의 입지에 대해
제가 20대 때 오디션을 100개 넘게 봤거든요. 그중에 열몇 개 공연을 한 거죠. 한 5-6년 전까지만 해도,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오디션을 많이 봐야 기회가 올 거라고, 멈춰 있거나 가만히 기대하지 말고 계속 너희가 트라이(시도) 해야지’라는 얘기를 하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불가능해요. 오디션 자체가 없고 기회라는 거 자체가, 제가 고민해봐도 이 아이들이 어떻게 어떻게 뚫고 들어와야 될지를 모르겠으니까요. 그래서 지금 뮤지컬이나 연극배우를 꿈꾸는 친구들이 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저도 많이 해요. 경쟁자들도 너무 많고요.
점점 제작사들도 무리한 도전을 안 하려고 하는데, 그 역시도 그들을 탓할 수 없는 문제예요. 친한 제작사 대표님들도 여럿 계셔서 가끔 편한 자리에서 만나서 얘기 나눠보면 답답하죠. 관객분들은 관객분들대로 많은 금액을 지불하시면서 공연을 보신다는 게 힘든 일이고, 배우들은 배우들대로, 제작사는 제작사대로 왜 모두가 힘든 분야일까요. 술자리에서 늘 그런 얘기를 나눠요. 모두가 맨날 고민이 많고요.
이번에 <맘마미아!>에 1,700여 명이 오디션에 지원을 했는데 그중 1,400여 명이 여배우였대요. 비율이 너무 엄청나잖아요. 물론 남배우들도 소수의 정원을 뚫고 가는 게 정말 힘들겠지만, 여배우들은 데뷔부터 너무 치열해요. 그만큼 실력 있는 친구들이 정말 많기는 하거든요. 후배들 보면 ‘저렇게 잘하는 배우들이 어디에 있었어?’ 하고 보면 이제 갓 데뷔한 신인이기도 해요. 잘하는 친구들은 너무너무 많은데 그만큼의 기회는 없고. 절대 남자 배우들이 쉽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오디션 뜬 것만 해도 상대적으로 남자 배역 롤을 원하는 공연이 훨씬 더 많거든요. 그 작품들 중에 여자 배역은 한 두 명쯤 있는 거죠.
훌륭한 여배우들이 너무 많아요. 누가 봐도 (김)국희는 지금 굉장히 잘 해내고 있는 배우 중에 하나인데도 엄청 고민이 많았거든요. 비슷한 여배우들, 여자 조연 배우들이 늘 가지고 있는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엄청 힘들어하던 시기에 그 상(제 7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여우조연상)을 받았어요. 저는 당연히 국희가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옆에서 ‘당신은 잘하고 있고 훌륭한 배우입니다’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상이니까 가까운 지인으로서 마음이 벅차더라고요. 개인적으로 2관왕 바랍니다! [그리고 저희의 바람대로 김국희 배우는 얼마 전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였죠. 격하게 축하드립니다!] 

Q.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여배우들끼리 모여서 ‘만일 대학로의 모든 여배우들이 동시에 파업을 하면 어떻게 될까’ 이런 이야기를 해본 적도 있어요. ‘그래도 잘 굴러가면 너무 우울한 거 아냐?’ 그랬죠. (웃음)
관객으로서 무언가를 선택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적은 돈을 들여서 보는 것도 아니고, 몇만 원부터 몇십만 원 몇 백만 원 들여서 공연을 보시잖아요. 저 같은 경우도 H.O.T. 를 좋아해서 H.O.T. 콘서트에 십여만 원 들였지만 하나도 안 아깝더라고요. 그건 제 삶이고, 각자의 선택과 기회인 거잖아요. 그들이 어떤 배우를 찾아서 보든지, 어떤 취향의 공연을 보든지 그것에 대해 뭐라고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돼요. 여성 주연극 등을 의식적으로 소비해줘야 한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은 정말 너무 감사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분들도 절대 탓해서는 안 되는 거고요. 가끔 관계자들이 모여 있을 때 그런 (관객들의 취향을 비판하는) 이야기를 하는 걸 들으면 저는 진짜 학을 떼며 한 소리 해요. 그건 개인의 삶이고, 그 사람이 뭘 모으든 뭘 좋아하든 무엇으로 힐링을 받든 그건 각자 개개인의 삶의 방식이라고.
누군가에게 부담감이나 압박을 주려고 하는 말은 아닌데, 미안하지만 제작자분들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작품을 만드는 제작사가 최선을 다해서 건강함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죠.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벌고 나서는 용기를 갖고 또 다른 도전을 해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제작사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모 여성 주연 뮤지컬의 경우 마지막까지 남자 배우들 캐스팅이 힘들었대요. 다들 여배우가 중심이 되는 극이라 작품을 고사했다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화가 많이 났었죠. 아까 말씀드렸듯이 많은 배우들이 작품만 좋고 그 안에서 쓰임새가 있다면 2분, 3분 나와도 좋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하고 여배우들은 대체로 그렇거든요. 여태껏 모든 남자 주연의 공연에 여배우들은 그런 식으로 너무 많이 소모되었고, 그렇지만 그 안에서도 여배우들은 충분히 빛나고 있었어요. 작품의 주인공이 여성이냐 남성이냐를 따질 게 아니라 좋은 작품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게 제일 먼저인데. 누구 한 명의 특별한 잘못 보다는 전반적으로 그런 소소한 인식들이 계속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나아지겠죠? (웃음) 제가 사는 동네가 친한 배우들도 많이 사는 ‘배우 부락’인데, 대한민국 대표팀 축구 경기 보듯이 드라마 <SKY캐슬>을 다 함께 모여서 보거든요. 중년 여성 배우들이 주축이 된 드라마인데도 잘 되고 있잖아요! (웃음) 여배우들의 설 자리가 많아질 수 있도록 여배우들의 노력뿐만이 아닌, 주변의 노력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Q. 비슷하지만 또 다른, 공연계 내부의 앙상블 배우들이나 후배 배우들에 대한 생각
앙상블의 경우도 브로드웨이의 예를 들자면, ‘슈퍼 앙상블’ 등 오랫동안 앙상블을 해 온 배우에 대한 처우나 대접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앙상블급’이라는 단어를 쓴다는 것 자체가 일부 제작사들에서 그런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거죠. 저도 앙상블 생활을 굉장히 오래 했는데 그게 벌써 10년 전쯤이라 그래도 조금 지난 시절인데, 제일 최근까지 앙상블을 했던 배우의 얘기를 들어보니 속상하더라고요. 정말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우리나라 공연계 내부적으로, 전체적으로 생각이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Q. SNS 활동을 활발히 하시는 편인데
인스타그램 같은 경우는, 지인들과 교류하면서 일상적인 사진들을 편하게 남겨요. 약간 SNS 중독이기도 해요. 약간 ‘관종’인가… (큰 웃음) 인스타는 일상적인 일기를 쓰는 곳이에요. 손으로 쓰는 일기는 잘 못 쓰니까, 그림일기나 사진일기처럼요. 지나면서 다 추억들이 기록으로 쌓이니까 개인적으로 남겨놓는 건데 열심히 쭉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웃음) 인스타는 그렇게 쓰고 있고, 트위터에서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많이 했었어요. 예전부터 저는 똑같은 입장에서 똑같은 얘기를 했는데 감사하게도 저를 알아봐 주시는 관객분들이 점점 많이 생기다 보니 이제는 같은 말이어도 영향력이 점점 달라진다는 게 느껴져요. ‘아, 이제는 더 이상 내 혈기로 막 편하게 얘기하지 못하겠구나’ 느꼈어요.

Q. 공연 관련한 피드백도 꾸준히 하는 편이셨는데, 최근 트위터는 없애셨죠. (웃음)
저는 워낙 관객들과 소통하는 걸 좋아하고 연극, 뮤지컬을 향한 ‘덕심’이 넘쳐흐르는 사람인지라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관객의 마인드로 같이 얘기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저나 제가 출연하는 작품에 대해 오해가 생기셨다면 같이 얘기를 나누면서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어찌 됐든 배우이다 보니 관객들은 ‘배우라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 ‘침범하나’라는 느낌도 받으시는 것 같고, 순수한 관객들이 모여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장에 제가 눈치 없이 개인적으로 너무 소통하려고 오지랖을 부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제가 트위터를 이용해서 검색도 많이 하고 후기도 정말 많이 보고 피드백을 많이 하는 편이었거든요. 계속 죄송했던 게, 제가 하도 열심히 검색해서 보다 보니 후기를 남겨주시는 분들께서 오히려 저 때문에 불편해하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런 죄송한 마음이 쌓여서 최근에는 트위터 계정은 없앴어요.

Q. 배우들의 공연 스케줄을 가볍게 여기는 매체 관계자들의 시선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하셨는데
제가 작년에 우연히 기회가 돼서 매체를 두어 작품 정도 했는데, 작업 자체는 즐거웠어요. 그때 제가 항의하고 싶었던 건 현장에 계신 몇몇 스태프들이에요. 공연을 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래 왔기 때문에 저한테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캐스팅을 바꾸라는 요구를 했어요. ‘더블 (캐스트인 배우) 있잖아요. 그 사람한테 부탁하세요.’ 이런 말을 정말 아무렇지 않게 하더라고요. 그 마인드가 속상했어요. 물론 그분들도 40-50명의 스케줄을 컨트롤하려고 하다 보니까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 스케줄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있으실 테고,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면 바꿀 수 있죠. 하지만 공연이 얼마나 큰 일이고, 큰 약속이고 책임감인지, 그 약속을 깨는 게 얼마나 무섭고 힘든 일인지 그들이 좀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다행히 제가 했던 두 작품은 충분히 양해를 해주시는 편이었고, 제가 주인공 친구 역할이었는데 40-50명이 동시에 등장하는 씬에서 제가 갈 수 없는 날이라서 주인공 친구들 중에 저 하나만 아예 출연을 안 하고 그 장면에서 빠졌어요. 당시 감독님도 많은 사람이 같이 나오는 장면이라 괜찮을 것 같다고 하셔서 드라마 촬영을 취소하고 예정되어 있던 공연을 했거든요. 근데 그때 촬영에서 빠졌던 일 관련해서 좋지 않은 이야기를 나중에 전해 듣고, 불합리함에 불끈불끈 화가 나서 그 글을 쓰게 되었어요. 개인적인 억울함이 있었기 때문에 아주 객관적으로 쓴 글은 아니었고, 항상 감정이 섞인 글을 쓰면 오해를 많이 받지요. (웃음)
어쩌면 제가 그렇게 미리 협조를 부탁드릴 수 있었던 게, 공연에 대한 애정도가 더 크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어떤 배우들은 드라마나 영화 진출에 꿈이 더 크고, 더 행복해 할 수도 있죠. 그분들께는 너무 큰 기회일 수 있어요. 같은 상황이 생겼을 때 그분들이 저와 같은 선택을 하는 걸 강요할 수는 없는 거고, 다만 먼저 약속된 공연 스케줄을 우선으로 하기를,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게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남긴 글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마치 몇몇 배우들을 저격한 글로 오해를 받아서 너무 속상했어요. ‘내가 표현이 많이 부족하구나, 그런 의도가 절대 아니었는데 오해를 샀구나.’라는 생각에 죄송했었죠.

Q. 작년에 ‘오리진 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게 되었는데
저부터 먼저 노력을 하자 싶어서 선택한 방법이자, 지금 회사에 들어간 이유이기도 해요.
지금도 저는 제 의견에 대해서 굽히지 않고 최선을 다해 주장하고 싶지만, 사실 배우가 나서서 바꾸기에는 힘든 일인 것도 사실이에요. 만약에 제가 방송을 하게 될 경우 제 스케줄에 대해서 조금 더 철저하게 대비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소속사에 들어갔어요. 저는 매체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계약서에서부터 제 공연 스케줄에 대한 약조를 받아요. ‘공연 스케줄에 지장이 생긴다면 이 일을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주의거든요. 회사에 들어갈 당시에도 똑같이 얘기했어요. 나중에 제가 스케줄을 조금 더 유기적으로 맞출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면 공연 쪽에 힘을 더 실어줄 수 있지만 지금은 제가 컨트롤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니까요. 겹치는 스케줄은 만들지 않도록 미리 조율과 약속을 하고 드라마에 들어가도, 사실 언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일이라 진짜 어려운 일이기는 해요.
서로 장르의 다름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존중을 하면 되는 건데 몇몇 분들의 에티튜드가 분위기를 그렇게 만드는 거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라도 제 의견을 내비친 것에 대해서 후회는 없어요. 저쪽 현장에서도 누군가는 알아주면 좋겠어요.

Q. 이렇게 여러 가지 문제 제기를 했던 경험들을 되돌아본다면
젊은 혈기에 애정이 너무 과해서 했던 말들 때문에 나이를 먹고 난 지금 사실 후회하는 부분이 많아요. (웃음) 모두가 다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닐 수 있는데 너무 한 가지만 옳다는 생각을 가지고 말들을 했나 싶어요. 제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내세우긴 어렵지만 저도 여자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여성으로서 부당한 상황에 처했을 때 화를 좀 내는 편이에요.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고, 늘 관심이 많아요.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편이기는 한데, 제가 목소리를 내면 어쩔 수 없이 어떤 한쪽은 상처를 받거나 다치는 사람들이 꼭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많이 조심스러워요. 정의롭게 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제 자신도 많이 부족한 인간인데 이런 목소리를 내는 게 과연 맞는지 고민도 되는 반면, 때로는 이상한 사명감에 불타서 열심히 얘기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죠. 그러다가 또 후회하고. 그게 딜레마예요.
생각보다 제 ‘멘탈’이 강하지가 않은 것도 문제예요. (웃음) ‘내가 왜 글을 썼을까’ 후회하면서 조용히 있다가 다시 어떤 문제에 대해 또 얘기하고… 그래도 한 얘기 중에 크게 후회한 발언은 없어요. 순간적으로 욱해서나 다른 목적으로 쓴 게 아니라서요. 제가 소심하고 멘탈이 약한 편이다 보니 글 하나 쓸 때마다 사전에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누군가 상처 받을 수도 있고, 저를 욕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때는 해야 할 수밖에 없었던 얘기들이었어요.

Q. 배우 김아영에게 관객이란
‘배우인 나에게 관객이란…’ 서로 가깝고 친밀한 관계, 같은 눈높이에 서 있는 관계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편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관객분들은 저를 편히 대하시다가도 어느 순간 문득 제가 배우인걸 인지하는 순간 거리감을 느끼시거나 서운함을 가지시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요새는 저 스스로 그 점을 인지하고 행동하려고 해요. ‘나는 그래도 배우다. 배우이기 때문에 온전히 관객들과 똑같은 마음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 배우이기 때문에 이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까지도 너무 잘 알고 있으니 관객분들의 입장을 나는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렇게 잊지 않고 더 조심하려고요. 하지만 똑같이 연극,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비슷한 공통점이 많다는 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Q. 그야말로 ‘성덕(성공한, 꿈을 이룬 오타쿠)’이신 것 같은데
‘덕’ 기질이 다분해요. 제가 사실 뜯지 않은 원피스 전권을 비밀리에 모으고 있었는데, 예전에 모 인터뷰에서 ‘인터파크 김대종’씨가 폭로했었고요. (웃음) 공연 보는 걸, 하는 것만큼이나 좋아해요. 너무 좋아하죠. 그리고 후기들을 찾아보는 걸 좋아해요. 너무, 너무 재미있어요! 가끔 정말 좋은 후기들을 보면 작품에 대한 이해가 너무 높으셔서 우리 배우들보다도 작품에 대해 공부를 더 많이 하신 것 같단 생각도 들어요. 개인적으로 저한테 도움이 정말 많이 되고, 이 공연에 임하면서 은연중에 가지고 있던 제 생각과 의도를 아주 명확한 언어로 풀어서 표현해주실 때나 서브텍스트들에 대해서 정확하게 분석해주시는 글을 봤을 때 정말 멋있고 존경스럽고 감동적이에요. 그리고 제가 하는 공연의 후기만 보는 게 아니라 다른 공연의 후기도 엄청 봐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저한테 지금 대학로에서는 무슨 작품이 공연되고 있는지, 어디에 누가 나오는지를 많이 물어봐요. 기본적으로 늘 예매 사이트에서 어떤 작품들이 순위에 올라와 있는지, 다른 관객분들은 요새 어떤 작품들을 좋아하시는지 그런 것도 살펴봐요. 너무 재미있어요. (웃음) 그래서 앞으로도 이런 ‘덕질’은 계속하고 있을 것 같아요. (웃음)



공연계 안팎으로 참 많은 이슈들로 시끄러운 요즘입니다. 어쩌면 우리 공연계만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또 한걸음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면 이 모든 세상사와 맥락을 함께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이러한 이슈들에 대해 매거진[연]은 여러 여성 공연인들 각각이 지닌 다양한 의견과, 혹은 조금 새로울 수 있는 관점이 자유롭게 공유될 수 있는 터전을 지향합니다. 독자분들께도 유익한 소통의 창이 되길 희망하고요. ‘까치 까치’ 설날이 다가오니까, 다시 한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설 연휴가 지난 후 다음 인터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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