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오만과 편견...이라고 부제를 붙이고 싶으나 조금 더 가벼운 ㅎㅎ
스포가 잔뜩 포함되어있습니다. 아시죠?
사람의 뇌는 부정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죠
더이상 펭귄을 생각하지마..! 라는 명령어를 주어도 펭귄을 계속 생각, 아니 오히려 더 많이 펭귄을 생각하게됩니다.
어느 우울한 날이 있을때 우울함을 해결할 방안을 찾으면 가장 좋겠지만
아주 높은 확률로 그러지 못한 날이 많습니다.
저는 그럴때 영화를 자주 찾습니다.
영화에서 답을 찾는 혜안을 가지지는 못했습니다만
적어도 우울하게 만드는 일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게됩니다.
영화에 어느샌가 집중하고있다보면 슬픔도 그냥저냥 무뎌지는 것 같습니다.
부정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함을 사용한 좋은 예시 아닐까 하고 혼자 생각해보았습니다.
슬픈날 때로는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영화를 골라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것도 좋지만
저에게 가장 좋은 선택은 로맨틱 코디인것같습니다.
오늘 소개하고싶은 영화는 유브갓메일입니다.
익명의 힘을 빌려보신 적이 있나요?
두 주인공, 죠 폭스와 케슬린 켈리는 어느 익명의 대화방에 들어갔다가 서로의 이메일을 알게되어 메일을 주고받으며 관계가 깊어집니다. 서로 잘 모르는 사이임에도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더 깊이 알아가게됩니다. 내가 처해진 상황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 마음을 듣고 어떤 이해관계없이 공감해주고 해결방안을 내려주기에 가능했습니다.
영화 전반의 재미는 익명으로부터 출발하는 긴장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죠와 케슬린은 서로 한블럭 건너의 서점을 운영하는 경쟁관계이지만 (등장인물과 관객이 모두 아는 사실), 동시에 이메일을 주고받는 베스트 프렌드입니다 (관객만 아는 사실). 이 정보의 차이에서 오는 긴장감을 바탕으로, 서로의 정체를 알게되었을때에도 둘이 여전히 사랑하는 관계가 될 수 있을지 (되길 바라며) 영화를 감상하게 됩니다.
우리 모두 내가 아는 나와 어떤 환경에서의 나는 다르기 마련입니다.
캐슬린이 사업 위기를 털어놓았을 때 죠는 이렇게 조언합니다.
"it's not personal, it's business."
둘은 과연 business에 대한 이슈와 분리하여 personal relationship을 가질 수 있을까? 를 예측하며 보게됩니다. 물론 우리(관객)의 시야에서는 모든 정보를 알고있기때문에 '오해'가 풀리길 바라면서 영화를 감상하게되지요. 영화를 끝까지 보다면 위 조언이 그냥 사업에 대한 조언이 아닌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조언이 되어 더 마음깊이 남게 되는것 같습니다. 둘의 갈등이 풀리기 위해 관객이 이야기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지요.
본격적인 영화의 갈등은 죠가 케슬린의 정체를 알게되었을 때 시작됩니다.
아마 사랑하게 되어버린 캐슬린에게 죠의 정체를 어떻게 알릴 수 있을 것이며,
캐슬린은 죠를 용서(?)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가볍다보니 결말에 대한 예측과 긴장보다는
사랑스러운 멕 라이언의 매력에 빠지게되는 영화였던것같습니다.
그리고 뉴욕의 가을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지요
The Shop Around the Corner를 지키려는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그녀의 모습이 닮고싶습니다.
멕라이언이 뉴욕의 작은 모퉁이 서점에서 책읽어준다고하면 장사가 안될리가 없긴한데,
영화는 영화니까요
그러면 톰 행크스가 맡은 캐릭터는 안닮고싶냐고 물어보신다면,
성공한 사업가가 너무 멋지긴한데요. 포레스트 검프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 잘 안됩니다 ㅋㅋㅋ 공감하시나여?
둘이 재회하는데에 큰 계기가 되어주는 카페 랄로는 뉴욕에 있는 실제 카페라고하는데,
언제한번 가보고싶네요.
사랑하는 사람과 가을의 뉴욕에 가게되면
어느 작은 서점에서 새로 깎은 연필 한다스를 선물하고싶습니다 ㅎㅎ
메일이 오면 두근대는 심장소리에 뉴욕의 소음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두근 거리는 사랑을 한다는건
세상 최고의 행복을 가진 것 아닐까요?
당신의 가슴을 뛰게하는건 무엇인가요?
이상 -
가을비가와서 너무 추운날 유난히 다시 생각나서 본
유브갓 메일에 대한 초고를 마칩니다.